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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리 Jan 24. 2021

이해하기 어려운 일

정말, 집에 가고 싶다


  세상에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방금 전에 집에서 나왔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은 것처럼.


  정부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며칠 전 우리 도서관은 문을 열었고 일요일 오전인 현재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바글바글'이라 함은 전 직원이 추가적으로 야간근무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도서관에 책이 잔뜩 쌓였으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는 뜻이다.


  나는 정말로 이 방향이 맞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이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지 훤히 보여 더 할 말이 없다. 다행히 아직까지 도서관에는 확진자가 온 일이 없다.


  몇 시간 전에 출근했는데 벌써 집에 가고 싶다. 누가 나한테 이 상황을 이해시켜줬으면 좋겠다.


  도서관 가득 쌓인 책들도 싫고, 일요일 근무조에게 부담 지우지 않으려고 전원이 추가 근무하며 책을 정리한 토요일조도 밉다. 확진자가 줄어들자마자 다시 늘리고 싶은 건지 이곳저곳 개방하는 정부도 짜증 나지만, 옳다나 하고 마스크도 제대로 안 끼고 떼 지어 오는 이용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중에서 제일 싫은 건 인원 충원도 없이 직원만 갈아 넣는 근무 환경이다.


  전 직원이 돌아가며 정상운영 시 보다 추가 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체온체크, QR 체크인, 책소독, 비대면서비스 관리… 등등.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별 일도 아닌 것 같지만, 추운 데서 덜덜 떨며 운영시간 내내 1명 이상이 반드시 그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만큼, 다른 업무에서는 인력이 또 달린다.


  도서관 내에서는 마스크 껴라, 들어 올 때는 QR 체크인 해라, 오래 머무르시면 안된다… 싫은 소리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는 부정적인 단어를 내뱉는 것만으로도 기가 빠지는 사람인데, 돌아오는 대답마저 부정적일 때면 그냥 집에 가고 싶다. QR 체크인 해달라는 말에 회원카드 던지는 사람과 마주했을 때는 정말 집에 가려고 했다.


  집에 가고 싶다, 정말. 기본만 지켜줬음 좋겠다는 건데 이 소원이 이뤄지기가 정말 어렵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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