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은 Feb 25. 2021

공짜 없는 세상

3. 9살 둥이네 엄마표 경제교육이야기_<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딸아이 인이가 레이스 달린 티셔츠를 가져오더니 이 옷으로 인형 만들자고 한다. 멀쩡하게 생긴 티셔츠를 가위로 오려 인형을 만들자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인아 이 옷은 작아져서 못 입는 옷이 아니잖아?’ 이 질문에 인이의 답이 똑부러진다.  ‘이거 엄마가 얻어 온 공짜 옷이잖아’ 나름의 이유가 분명했다. 공짜로 얻은 옷이니 본인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 한 것이다. “세상엔 공짜가 없단다. 엄마가 얻어 온 이 옷도 공짜는 아니야. 왜 그렇게?” “엄마 친구가 돈 주고 샀겠지.” "맞아 세상에는 공짜처럼 보여도 공짜가 아니야.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

"마트에 가면 공짜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민이가 한마디 거든다. "민이는 공짜로 맛보았지만 과연 그것이 공짜일까? 누가 그 값을 지불한 걸까?" 몇번의 오가는 대화에서 그 답은 금방 찾았다.


민이와 인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도 민이, 인이 에게는 공짜지만 우리나라로 보면 공짜가 아니야. 우리나라가 학교에서 교육을 하게 해주려면 건물도 짓고, 선생님도 뽑고, 책도 구입해야 하는데 많은 돈과 자원을 사용해야 해. 그런데 그 돈과 자원으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병원을 지을 수도 있잖아. 민이, 인이가 학교에서 공짜로 교육을 받지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잃어버리게 된 셈이야. 우리가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 경제에서는 이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해. 


오늘은 좀 깊게 기회비용을 설명했는데, 엄마는 욕심이 더 나서 한마디를 더 엮어본다.

세상에 물건도 공짜가 없지만, 물건이 아닌 사람의 능력,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게 되는 것도 공짜가 없단다. 

예를 들면  줄넘기를 잘하는 것, 자전거를 잘 타는 것, 공부를 잘 하는 것, 심지어 게임을 잘 하는 것도 공짜로 저절로 되는 게 있을까? 남들보다 내가 좀 더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참 행운일꺼야. 

그러나 대부분 줄넘기는 줄넘기 연습을 많이 할수록, 게임은 게임을 많이 해 본 사람이 게임도 잘 하게 돼. 

무언가를 진짜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역시 엄마의 풍월은 관심이 없다.  듣는지 마는지 시큰둥 하더니 인이가 묻는다.

“그래서 인형 옷 만들 거야? 안 만들 거야?” 정곡을 찌른 인이의 말에 엄마도 굴하지 않고 풍월을 이어간다.

"이 옷은 인이가 아직 입을 수 있으니까 그 옷 말고 작아져서 못 입는 옷으로 만들면 어떨까? 최소한의 비용으로 인이가 원하는 것을 할 때, 그때의 선택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해. 오늘 이 옷으로 합리적 선택 어때?"

합리적 선택이라는 문자까지 써가며 작아져 못 입는 옷에, 엄마 기대에는 영 못미치는 변변찮은 모양이 그려지고, 가위로 오리고, 엉성한 바느질로 몸통이 만들어졌다. 겨우 몸통 하나 만들었는데 엄마는 지쳐가고, 팔다리와 얼굴까지 따로 만들어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까마득하다.


"네모 스펀지밥처럼 그냥 이 몸통에 눈, 코, 입을 그리면 멋진 인형이 바로 완성될 것 같은데 어때?" 엄마의 잔머리 제안에 인이가 고맙게도 수락을 해준다.

귀여운 눈,코,입이 그려지니 정말 새로운 인형이 탄생했다. 엄마 눈에는 어설프기 그지없는데, 정작 인이는 직접 만든 인형이라고 애착이 가는 모양이다. 한동안 내내 자그마한 어깨끈 가방에 인형을 넣어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늘 가지고 다녔다.


돈을 주고 산 인형들을 뒤로 하고 어설픈 모양에 어설픈 바느질로 만든 그 인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이를 보며 엄마는 가치에 대한 개념도 알려주고 싶어졌다.

"인이는 그 네모 인형이 좋아? 왜 좋은 걸까? 인이가 직접 만든 인형이라서 더 좋은 걸까?"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민이에게 물어보았다. "민아, 이 인형 인이가 판다면 살꺼야?" "아니...." 

인이가 만든 네모 인형은 인이에게는 소중한 가치 있는 물건이고, 민이는 그렇치 않는 거지.


인이는 초코우유를 좋아하고, 민이는 바나나 우유를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게 사람마다 다 달라. 

그런데 심지어 같은 물건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 달라. 사람마다 느끼는 좋은 정도를 효용이 해.

이런 효용과 가치는 정확하게 측정할 수가 없어. 

하지만 비교해 보거나 순서를 정할 수는 있을 거야. 그래서 가격하고는 또 다른 거야. 


엄마는 오늘 기회비용, 가치, 효용의 개념까지 소개한 것에 진도가 제법 나갔다고 뿌듯해 하는 순간, 역시나 인이가 민이에게 주먹 불끈 쥐고 팔을 올려 때릴 시늉을 한다.

인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가치 빛나는 인형을 민이가 허락없이 가져가 던졌으니, 둘은 또 티격태격 전쟁 발발 직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치가 뭔 대수고, 효용이 뭔 대수냐 말이다.

‘엄마가 좋게 말할 때 그만해라’

작가의 이전글 포기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