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을 오후 간식으로 감자를 찌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커다란 검은 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앞이 캄캄했다.
할 말을 잃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당신이 뭐라고. 내가 아니라는데, 왜 없는 말을 지어내고 사람을 구석으로 내모는 걸까.
나 그동안 참 잘했다 생각했는데 당신은 왜 그 마음을 몰라줄까. 왜 당신 마음만 들여다보는 걸까.
왜…… 왜…….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진정되질 않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결국 불 위에 올려놓은 감자를 새카맣게 태웠다. 까만 감자를 보니 내 마음 같기도 해 멈췄던 눈물이 또다시 흘렀다.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대할 수 있을까. 영영 얼굴을 안 보고 살 수 있는 사이는 아닌데…. 에이~ 몰라. 못 볼 거 같아. 생각하기도 싫어.
잠시 미뤄둔 마음이 수시로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퇴근해 들어온 남편에게 이야기하며 한바탕,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며 훅, 홀로 음악을 들으며 와락, 글을 쓰며 스윽. 그저 꺼내보기도 싫었던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홀로 다독였을 뿐인데 조금씩 마음의 상처가 작아져 갔다.
상처는 아물고 생각은 뚜렷해진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나니,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지.’라는 용기가 생겨난다. 아물지 않을 것 같던 상처가 옅어지고, 꽉 닫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운전을 조심해도 나에게 다가와 충돌하는 차는 막을 수가 없다. 나의 마음도 그러하다. 잘 살피고 다독여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녀석이, 마음 한구석에 커다랗고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한다.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말이다. 그것을 나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떠한가?
물음표 or 마침표
내가 즐기는 것들이 있지만,
때로는 평소와는 다르게
끌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귀가 찢어질 듯
크게 쿵쾅거리는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집에만 있어 답답한 날입니다.
또 어느 날은 잔잔한 클래식이 당기지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은 날입니다.
쉼 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영화를 핑계로 울고 싶은 날이에요.
내가 관심이 가는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내 마음이 건네는 소리를
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