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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1. 2020
석양을 품은 바다
가을은 들에도, 산책 길에도 조금씩 와 닿는 듯해요. 가을의 발걸음은 사브작 사브작인 듯해요.
가을을 품은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요? 궁평항으로 나가봤어요.
궁평항에는 최근 새로운 다리가 하나 놓여있어요. 그 다리를 따라서, 가을 바다를 즐겨보려 해요.
화성 실크로드라는 안내 표지판이 있네요. 실크로드는 총 3개의 길이 있는 데, 오늘은 궁평항에서 궁평 해변으로 통하는 길을 가볼까 해요. 이 길은 2번 실크로드에 해당돼요.
궁평항에서 궁평 해변까지의 길은 다리로 놓아져 있어요.
다리가 구불구불한 것이 지형 때문에 이런 다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다리를 걸어가 볼까요? 누구를 만나게 될까요?
꾸러기 케라톱스 코리요가 다리 초입에서 반겨주네요.
다리 초입에 공룡 캐릭터가 왜 있을까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케라톱스는 "뿔이 있는 얼굴"이라는 의미예요.
초식성 각룡류 공룡에 속하며, 백악기 후기에 살았어요.
궁평항은 화성시에 있는데, 케라톱스가 화성시의 마스코트로 지정된 이유가 있어요.
코리요라는 명칭은 2008년 화성시 전곡항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 발견된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의 특징을 살려 개발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예요.
우리나라 최초 뿔공룡이 화성시에서 발견되어서 이걸로 시의 마스코트로 삼았어요.
시의 마스코트는 화성시처럼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지 조합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수원시는 수원청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수원이, 평택시는 평택시의 발전 모습을 형상화시킨 평택이, 서울시는 해치, 경기도는 블루링 등이 있어요. 자기가 아는 지역의 마스코트를 한 번씩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다리를 건너기 전, 갈매기 등 여러 새가 보여서 찍어 봤어요. 목이 긴 새는 백로예요. 백로와 비슷하게 생긴 새로는 왜가리가 있는데, 백로는 하얀색, 왜가리는 등 쪽이 회색빛이고, 배가 하얗다고 해요.
백로와 왜가리에 대해 시를 쓰기도 했어요. 저를 스치는 것은 시가 되기도 하니까요.
다리를 걸어가며, 파도의 흐름도 느껴봐요. 다리 왼쪽의 모습이에요.
파도가 찰랑거리는 것을 보면, 나도 같이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갈매기들이 잠시 쉬고 있네요. 갈매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갈매기에게 물어볼까요?
"갈매기야, 거기서 뭐해?"
갈매기가 바다에 떠 있을 때는 해수면 위로는 편하게 보이지만, 그 아래로는 부지런히 발을 움직이고 있어요.
바닷물이 조금 빠지면서, 드러난 곳에 갈매기들이 잠시 쉬고 있네요.
바닷물이 다시 차면, 갈매기들은 다른 곳으로 쉴 곳을 찾아 또 움직이겠죠?
저곳에 앉아 있으면, 먹이 먹기가 편한 것일까요?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것일까요?
날개의 비상 속에 여유도 느껴지며, 잠시 쉬어가는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바닷가에 대한 시 볼게요.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 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정호승의 시처럼, 힘이 들 때 자신만의 바닷가에서 마음껏 울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울음이 잦아들면, 파도의 결을 따라 다시 흘러볼 생각을 하는 것도 좋겠죠?
갈매기도 그런 이유에서 바다에서 깍깍거리며 우는 것일까요? 가끔 우리의 마음속에도 이런 바닷가 마련해 놓는 것도 좋겠죠?
다리 오른쪽의 모습도 볼까요? 다리가 없었으면,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을 해안가 절벽이네요. 절벽 위로는 나무들이 무성하고, 오른쪽 꼭대기에는 초소도 있어요. 지금도 초소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남아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파도가 계속 침식작용을 해서, 절벽이 점차 깎여가는 것 같아요.
바다에 대한 다른 시 하나 볼게요
그 바닷가 / 용해원
가고 싶다
그 바닷가
갯가 내음이 코 끝에 와 닿고
파도소리가 음악이 되는 곳
갈매기들이 바다를
무대 삼아 춤추고
아름다운 섬들이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
수평선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오가는 배 한가로워 보이고
고락을 통하여 더 깊이
둘이 같이 있으면
속삭이기에 너무나 좋은 곳
가고 싶다
그 바닷가
해변가 모래밭을 걸으면
한없이 걸어도 좋을 그곳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더 힘차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
열정이 생기게 하는 그곳
가고 싶다
그 바닷가
용해원의 시처럼 그 바닷가에서 혼자가 아닌 둘이 있다면, 더 좋은 기분이 들기도 하겠죠.
힘이 더 나기도 할 거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분 곁에는 제가 있어 드릴게요
어느덧 다리 끝까지 다 왔네요.
잠시 궁평 해변을 걸어볼까요? 궁평 해변을 걷기 전, 새들 모습을 찍어 봤어요.
갈매기도, 백로도 자신의 바다에서 때로는 쉬기도 하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을 타고 날기도 해요. 오른쪽 갈매기는 망부석의 느낌도 나네요. 바다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느낌도 들고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은 저런 모습일까요? 갈매기의 생각을 알 수 없으므로, 때론 느끼는 대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요.
갈매기처럼 궁평 해변을 걸어가 볼까요?
파도에 조개껍질이 흘러와서 파도의 결에 따라 쌓여 있어요.
예전에는 바닷가에 오면, 조개껍질을 주워서 목걸이로 만들었던 기억도 나고, 예쁜 골뱅이를 주워서 보관했던 기억도 나요.
아까, 백로와 갈매기가 있던 곳이 생각나시나요? 그곳은 작은 보(뚝) 같은 것을 만들어 놓아서, 물이 빠지면 그곳을 통해 원래 출발했던 곳(코리요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물이 빠지면서, 물고기들은 보안에 갇히기도 해요. 갈매기나 백로 등의 새는 보안에서 갇힌 물고기를 노리느라 보에서 망을 보기도 해요.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듯해서, 그 길(보)을 따라 걷기로 했어요. 조수(달이 바닷물을 밀고 당기기)에 따라 바닷물에 잠겨있는 때도 있어서, 이 보는 많이 미끄러워요.
조심조심 잘 걸으셔야 해요. 다음 사진 보면, 어느 정도의 미끄러움인지 아실 거예요.
다리는 구불구불의 길인데, 보는 직진 코스라고 보시면 돼요
돌 위에 바닷물의 흔적이 보이시나요? 보 옆에 있는 돌에 붙어있는 바다 생물의 흔적도 보여요. 이것은 따개비로 바닷가 배, 암초, 돌 등에 붙어살며, 플랑크톤을 먹는다고 해요.
이제 서서히 해가 질 시간이네요. 석양 모습 보러 얼른 가요.
바다가 해를 품는 광경이 멋지네요. 보로 왔다면, 이런 사진이 찍혔을까요?
처음 백로가 있던 부근의 바닷물이 덜 빠져서 건널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언제 완전히 빠질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보로 되돌아가는 것은 무리라서 다시 다리로 올라와 되돌아왔어요. 다음 사진은 이번 궁평항 사진의 하이라이트예요.
서서히 해가 지면서, 주변이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을 봤어요. 노을 모습에 나도 누군가에게 노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우리의 오늘 하루도 멋진 노을이 되고, 다 똑같은 노을인 듯 하지만, 그 모습에는 다채로운 색과 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