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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Sep 02. 2020

해파리는 시크한 독이 있다

코 끝 찡한 해파리냉채


  뷔페에 가면 제일 먼저 무엇을 담을까? 회 종류를 좋아하면, 아마 초밥과 해파리냉채가 아닐까?

해파리냉채는 웬만한 뷔페에 가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이다. 왜지? 왜?     



  얼마 전 딸과 장을 보다가 해파리가 염장되어 있는 것을 봤다. 딸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엄마 오래간만에 우리 해파리냉채 해 먹을까?” 하는 것이었다.

“먹는 것은 좋은데, 누가 할 건데? 엄마 할 줄 모르잖아. 네가 할 거야? 그럼 장보고”라며 나는 딸에게 말을 했다.


     

  아이가 어릴 때 경조사로 인한 뷔페에 가면 회, 초밥, 해파리냉채는 거의 1순위로 접시에 담아와 먹는다.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나와 신랑을 닮아서인지 아이도 잘 먹는다. 해파리냉채를 첫 접시에 담아와 먹으면 겨자의 톡 쏘는 맛이 입안을 상큼하게 해 주면서, 경조사 시간에 맞추어 가느라 서두른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했다. 그렇게 첫 접시에 갖다 먹으면 뷔페 향연이 끝날 때까지 이상하게 두 번은 찾지 않는 해파리냉채였다. 아이가 커가며 경조사는 자연스럽게 따라다니지 않게 되면서, 회나 초밥은 따로 사서 먹였지만 해파리냉채는 조금씩 잊히고 있었다.      



  몇 년 전 딸은 톡 쏘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서 해파리냉채를 해 먹자고 했다. 해파리를 한 번도 구입해 본 적이 없던 나는 “해파리 어디서 파는데?”라며 딸에게 물었다. 생선가게에서도 해파리 파는 것을 못 보았기 때문에 웹 서핑에 익숙한 딸은 알까 싶어 물어봤지만, 딸 역시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하루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해파리를 염장해서 파는 것을 보았다. 딸은 이번이 기회라고 하면서 사주면 자신이 한다고 했다. 염장 해파리와 야채를 사 주었더니, 딸은 여기저기 뒤져 해파리냉채를 맛나게 했다. 몇 년 전에는 서툰 칼솜씨에 야채를 썰을 때 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파리냉채는 우리 집 식탁에 오르게 되었고, 지금도 딸의 메뉴로 남아있다. 나도 배우면 해파리냉채를 할 수 있지만, 딸의 메뉴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크며, 아이를 성장시키고 싶을 때는 때로 ‘바보 엄마’의 역할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하나씩 배워 나갈 때 바보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은 어렵다. 흔히 하는 말로 물고기를 잡아서 갖다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고 한다. 그 말처럼 아이가 스스로 나갈 수 있게 해 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그걸 하고, 자신이 한 위대한 업적에 대해 엄마에게 재잘거리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런 작은 성공 하나하나가 아이가 더 많은 성장을 하게 해 준다.     



  얼마 전 아이가 복어 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누가 먼저 독이 있는 것을 알아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해파리 독과 해파리의 물컹한 부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궁금해졌다.      


“해파리는 6억 년 전에 등장해서 그 모습이 거의 변화하지 않으면서 살아남은 생명체로, 성체 몸의 94~98%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해파리는 폭풍우를 예보하는 생물로 해변에 대량으로 나타나면 그곳 혹은 근방에 폭풍우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이다. 해수욕장에는 재앙에 가까운 생물이다. 해파리는 신체 일부가 잘리면 재생하기도 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재생력에 한계가 없어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래 산다고 한다. 이 재생력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바로 재생을 할 때 ‘대칭성’의 조건을 맞춘다는 것이다. 해파리는 잘린 다리를 재생하기 전 그 다리의 길이와 맞추기 위해 다른 다리 근육을 축소시킨다. 어린 해파리이던 성체 해파리이던 먹이 사냥을 위해서는 균형이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파리 중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해파리는 4종으로, 숲뿌리해파리등 근구해파리 종의 우산 부위를 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해 오다가 2010년 이후에는 어획량 증가로 거꾸로 중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출처 : https://namu.wiki/w/해파리)          



  해파리냉채를 집에서 해 먹을 때 염장 상태로 되어 있어 편하기는 하나, 가장 꺼려지는 부분은 바다 냄새를 농축해놓은 듯한 냄새가 심하다고 하는 것이다. 더구나 해파리를 잘못 손질하면 냄새에 질려 먹지도 못하고 해파리냉채와 이별할 수도 있다. 해파리냉채의 핵심은 해파리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해파리냉채 만들기>     

염장해파리 600g, 파프리카(색깔별 반개 정도), 맛살 5개, 오이 3/4개, 식초 3숟가락, 해파리냉채 소소    



1) 염장해파리는 소금에 절여 있으므로, 소금이 없어질 때까지 여러 번 물에 헹구고,

아직 소금기가 남아있으므로 물에 30분 정도 담가주세요.

(남아있는 짠맛이나 냄새를 없애줘요)

2) 해파리의 짠기가 사라지는 동안 야채들을 4~5cm 정도로 썰어주세요.

(다른 야채를 추가하거나 대체하셔도 돼요)

3) 소스는 마트에서 파는 해파리냉채소스를 이용하시거나 만드셔도 돼요.

4) 해파리는 냄비에 물과 식초 3 숟가락을 넣은 후, 물이 끓으면 해파리를 넣어주세요.

(식초를 넣으면 해파리를 잘못 데쳐서 나는 냄새를 방지할 수 있어요)

5) 해파리의 꼬들꼬들한 식감을 위하여, 어느 정도 오그라들면 불을 끄고 바로 찬물에 헹구어 주세요. 3~4번 정도 찬물에 잘 헹구어 건져주세요.



왼쪽은 해파리에 있는 소금을 여러 번 헹군 뒤 물에 담가놓은 것이고, 오른쪽은 시판용 해파리 소스입니다.




<겨자소스 만들기>


연겨자 2숟가락, 레몬즙 2숟가락, 간 마늘 한 숟가락, 올리고당 2 숟가락, 식초 4숟가락, 진간장 2.5~3 숟가락으로 잘 섞어주시면 돼요.     


(새콤함을 추가하실 경우에는 식초와 레몬즙으로 조절하시면 되고, 집집마다 간장 맛이 차이가 나므로 자신의 집 간장 맛을 봐 두면 간장 양 조절이 쉬워요. 냉소스의 경우는 다른 곳에도 이용할 수 있어요.)     



   해파리냉채는 야채보다는 해파리 손질이 은근히 귀찮으나, 손님 접대용으로도 많이 하는 편이라 아래 왼쪽 사진처럼 세팅해 놓았다가, 먹기 직전에 소스를 뿌려서 드시면 돼요.



완성된 해파리 냉채


  

  딸이 해파리냉채를 하면서 나를 포함한 며느리 네 명(신랑의 남자 형제 4명) 중 해파리냉채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자신의 위대한 업적에 대해 자랑한다. 이럴 때는 가만히 딸의 얘기에 맞장구 쳐주며 조용히 차 한 잔을 즐기며, 해파리냉채를 기다린다. 딸은 자신이 썰은 야채 두께, 해파리 데치는 시간, 염장해파리 냄새 등을 얘기하며 계속 종알종알한다. 이런 모습은 어린 해파리가 바다에서 꼬물꼬물 헤엄치며 자유롭게 바닷속을 유람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해파리처럼 아이가 힘들 때, 슬플 때, 기쁠 때, 좋을 때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대칭성을 잘 유지하면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아이가 해준 해파리냉채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해파리냉채의 톡 쏘는 맛을 즐긴다. 해파리냉채를 하느라 엉망이 된 부엌에 대해서는 잔소리 같은 엄마 독은 언제나 해독을 하고 말이다. 해독을 하지 않으면 아이도, 엄마도 한발 더 나아갈 수 없다. 바다를 품은 해파리 냄새에 고개를 돌리기도 하지만, 시크한 독을 잘 즐길 수 있다면 지치고 힘들 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다를 듬뿍 품은 해파리 만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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