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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Jun 23. 2020

그대 노른자장을 아는가

간장 노른자장

  

  “엄마, 엄마 노른자 장 알아?” 딸이 얼마 전부터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딸은 새로운 맛의 선구자다. 딸 덕분에 나는 마카롱, 흑당 버블티, 순두부 아이스크림, 마라탕 등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엄마, 노른자 장 해줘” 딸은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그게 뭔데?” 나는 그렇게 얘기했다.

  “노른자로 장아찌 하듯이 하면 돼” 딸이 이렇게 얘기를 해서,

  “노른자 분리는 네가 해, 엄마가 간장 물 할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딸은 제과 제빵을 배워서 나보다 노른자를 잘 분리해서, 서로 잘하는 것을 해서 조합을 하기로 했다.      


    

  아이가 처음 부엌에 섰을 때가 생각난다. 칼질도 서툴고, 요리하기 전 재료만 손질하여도, 주방은 엉망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요리를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해서, 나에게 먹어보라고 했다. 나는 그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며, 칭찬 위주의 말을 해주었으며, 다음에 할 때 어떤 것을 추가하면 좋을지 한 가지씩만 알려 주었다. 처음 설거지는 온전히 나의 차지였다. 아이는 그렇게 하나씩 요리 실력을 쌓아갔으며, 설거지와 부엌 치우는 것은 단계별로 아이와 조율하였다. 중간중간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자기의 역할을 한다. 서로의 뜻을 존중하면서 그 중간에서 만나 공감과 이해를 공유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장아찌를 한다. 양파 장아찌나 고추 장아찌 종류라 식초를 이용해서 한다. 노른자 장의 경우는 식초를 안 넣는 것이 좋아서 블로그 몇 개를 보고 해 보았으나, 내가 원하던 간장 맛이 아니었다. 어느 이웃의 말처럼 맛을 그려보기로 해서, 몇 번의 시도 끝에 나만의 노른자 장이 완성되었다. 멸치와 청양고추도 들어가서 비리지 않으면서 고소한 노른자 장을 맛볼 수 있었다.     



<간장 노른자장  만드는 방법>


노른자 9~10개, 국물용 멸치 5개 정도, 진간장 1컵, 물 1/2 컵, 설탕 1/2 컵, 청양고추 2개, 건새우 몇 개



1) 달걀에서 노른자만 분리해주세요.

2) 국물용 멸치는 똥을 따서 준비해 주시고, 청양 고추는 잘게 썰어서 준비해 주세요.

  (고추를 잘게 썰어 넣으면, 2개만으로도 매운맛이 충분히 나요.)

3) 간장 물에 재료를 다 넣은 뒤, 간장 물이 끓으면, 아주 약한 불로 5분 동안 끓여주세요.

4) 부재료를 건지고, 분리된 노른자에 식은 간장 물을 부어주세요.

  노른자 장을 냉장고에서 6시간 정도 숙성시켜 주세요.

7) 노른자 장 하나를 꺼내서 밥에 올려주시고, 참기름과 깨소금도 뿌려 비벼 드시면 돼요.    

      


노른자가 간장을 만나다



  노른자 장을 옆에서 보게 되면, 노랑 노랑 한 노른자가 간장을 만난 모습이 해 질 녘 노을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붉게 서서히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딸과 나의 노른자 장은 한 폭의 그림처럼 여물어가는 듯하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주방에서 같이 무엇인가를 하는 느낌은 또 다른 행복이며, 또 다른 시도이다. 아이가 처음 주방에 섰을 때 내가 다른 식으로 행동을 했다면, 이러한 모습은 천천히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른자 장을 하나 꺼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올려놓고, 노른자장의 간장 물을 한 숟가락 정도, 참기름 한 숟가락과, 약간의 깨소금을 뿌려 먹으면 다른 반찬은 없어도 될 듯하다. 아이가 어렸을 때 흔히 먹는 달걀부침과 간장과 참기름의 밥과는 또 다른 맛이다. 노른자의 고소함과 맛 간장의 시원함과 매운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감돌며, 참기름의 향이 다음 한 숟가락을 부르는 맛이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입맛이 없을 때 노른자 장을 해서 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노른자장에 밥 비비기



  우리는 흔히 자기가 알고 있는 맛이나 어떤 것, 혹은 자기에게 익숙한 행동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은 뭘까? 새로운 것에 두려움 또는 내가 그것을 잘 해내지 못해 나에게 실망할까 봐 그런 듯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떤 일에도 맨 처음은 있으며, 나의 아이처럼 그 첫 관문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달린 듯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도전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한 발 내딛는 것이며, 일의 성과와 상관없이 도전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때론 한 번의 성공보다는 두세 번의 실패로 더 많은 것을 얻거나 깨달을 수도 있다.



  간장과 노른자가 사랑에 빠져서, 혼자가 된 흰자는 홀로 계란말이가 되거나, 지단으로 사용되었다. 노른자 분리기라는 편리한 제품도 있는데, 가끔은 그냥 손으로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때가 있다. 10개의 노른자 장에 드는 달걀 수는 10 + 알파 일 수도 있다. 실수로 터진 노른자에 웃음 포인트 1을 얻는 것도 좋다.  웃음 포인트1로 식구들과 한바탕 웃기도 하며, 다음에는 더 조심할 수도 있다. 가끔 실수를 해서 사람이지 않을까?          



맛있는 노른자장



오늘은 몇 개의 달걀을 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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