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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Jul 01. 2020

알탕에 순응해갈 때

지친 입맛 살리는 시원한 알탕


  어릴 때는 어른들이 왜 뜨거운 것을 먹으며 시원하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뜨거운 것이 어떻게 시원할 수가 있지?” 하며, 호기심이 많았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고민거리였다.          



   “엄마, 오늘 저녁은 알탕 어때?” 딸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은 알탕을 즐기는 방식이 독특하다. 알탕을 회처럼 즐겨 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진간장에 겨자를 약간 풀어서 알이나 고니를 찍어 먹기도 한다. 나는 알탕을 끓이고, 아이에게 간장 물을 준비하라고 한다. 예전에는 아이가 이런 것을 좋아해서 해주었는데, 지금은 내가 뜨거우면서 시원한 맛을 즐기고 있어서 가끔 끓인다.           



  예전에 어른들에게 왜 시원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너도 알게 될 날이 있을 거야”라고만 답을 들었다. 그냥은 뭐고, 알게 될 날이 온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하며 궁금증만 더 커져갔다. 정답을 빨리 알고 싶었다. 정답을 말해주는 이는 없었기에, 베일에 싸이게 되었고 인생의 길은 아니었기에 그냥 잊혔다.      



  아이를 위해서 알탕을 끓이면서도 난제는 삶의 어느 한구석에 파묻혀 있었으나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반백의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나의 입맛은 조금씩 변했다. 느끼함보다는 시원함, 얼큰함보다는 구수함 등을 좋아하게 되었다. 한낮의 땡볕이 이마를 간질이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쌀쌀하기에 시원한 것이 생각났다. 그러다 불현듯 알탕이 뇌리를 스쳤다. 알탕의 시원한 국물과 알과 고니를 겨자에 찍어 먹으면서 톡 쏘는 그 맛을 느끼고 싶었다. 식구들이 원하는 것만 해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때론 엄마의 입맛도 중요하다. 나를 좀 더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아이가 먼저 와서 나를 유혹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아이를 불러서 “날씨도 이러니까 시원한 알탕 어때?”라고 묻는다. 아이야 당연히 콜이다. 가끔은 이런 방식도 괜찮다. 엄마가 엄마 자신을 존중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나의 입맛을 달래줄 알탕을 끓이러 가보자.          


<시원한 알탕 끓이기>


  물 700ml 정도, 국물용 멸치 몇 개, 다시마 몇 조각, 콩나물 한 봉지, 바지락 한 봉지, 알탕 재료 300~400g, 풋고추 2개, 홍고추 2개, 청주 2스푼, 청양 고춧가루 1.5숟가락, 일반 고춧가루 한 숟가락, 마늘 2숟가락, 새우젓 한 숟가락, 국 간장 한 숟가락, 파 하나, 굵은소금 약간



알탕의 생명은 시간입니다. 알탕은 재료가 빨리 익히 때문에, 모든 재료를 준비해 놓으시고, 시작하시는 게 좋아요.     


1) 국물용 멸치는 똥을 따서 준비해 주시고, 다시마 조각도 준비해 주세요.

   멸치와 다시마를 넣으시고, 물이 끓으면 중간 불에서 8~9 분 정도 끓여주시고,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주세요.

   요새는 멸치 맛국물 팩도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셔도 돼요.

   (멸치 맛국물 팩을 사시면, 설명서를 잘 읽어 보시고, 사용하시면 돼요)

2) 콩나물은 잘 씻어서 준비해 주시고, 알과 고니의 경우는 비린 맛을 제거하기 위해 소금물에 살살 잘 씻어서 준비해 주세요. 알탕 재료를 씻으실 때는 박박이 아닌 살살 씻어주세요. (알과 고니는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을 원해요~)

3) 멸치와 다시마를 건지고 난 국물에,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고, 알탕 재료를 넣어주세요.

4) 알이 조금씩 익어가면, 청주 2숟가락과 새우젓 한 숟가락, 국간장 한 숟가락을 넣어주세요.

   국간장(집간장)을 넣게 되면 맛이 더 깊어지고, 새우젓은 감칠맛이 나게 해요.

5) 알탕 재료를 먼저 넣고, 조금 뒤에 바지락을 넣어주세요.

6) 재료들이 어느 정도 익어가면, 다진 마늘, 홍고추, 청양고추, 일반 고춧가루와 청양 고춧가루, 파 등을 넣어주세요. (좀 더 얼큰한 알탕이 드시고 싶으면, 청양고추와, 청양 고춧가루로 더 조절하시면 돼요.)

7) 불을 끄기 전 간을 보시고,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맞추시면 돼요. 이때 소금은 굵은소금으로 해주세요.               



시원하게 끓여진 알탕



  콩나물과 바지락이 많이 들어가서, 좀 더 시원한 알탕이 되었어요. 알탕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진간장에 겨자를 조금 풀어서 찍어 드시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콩나물과 고니의 조합 또는 콩나물과 알의 조합 또는 알만 혹은 고니만....



   내 맘대로 내 취향대로 냠냠하시면 돼요. 건더기는 이런 식으로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으면 돼요. 콩나물은 아삭하게 씹히며 알은 알알이 터지며, 톡 쏘는 겨자 맛이 지친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해요.          


알과 콩나물의 조합, 콩나물과 고니의 조합





  입맛을 살리는 알탕에 어딘가에 파묻혀 있던 난제도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던진 질문이 떠올랐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는 정답을 맞혔지만, 인간에 대하여 생각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는 네 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은 무엇이냐”라고 스핑크스가 나에게도 물어보면, 오이디푸스처럼 정답을 맞혔다고 희열을 느끼는 것도 잠시, 다시 숙연해질 거 같다. 두 다리에서 세 다리로 넘어가는 길 어딘가에서 뜨거운 것을 시원하다고 느끼는 역설의 맛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의 맛은 비릿하고 애달픈 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커감에 따라 이제는 나를 보고, 나를 돌보고,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하는 타이밍인 거 같다. 어른들이 느낀 역설의 맛은 따듯한 것을 먹으며, 헛헛한 자신을 따듯한 국물 한 숟갈에 위안을 받았기에 시원하다고 느낀 거 같다.



신선한 알탕 재료와 겨자 사러 갈까?     




한때 연애편지도 썼던 실력으로, 알탕에게 편지 하나 써 보고 싶다.     



**알탕에 전하는 편지**     


알탕아 잘 지내지? 나도 잘 지내.

알탕아, 너와 함께여서 지친 입맛도 시원해지고, 마음도 시원해져서 좋았어.

너는 어때? 내가 보고 싶지 않았니?

요 며칠 천둥과 번개로 장마가 놀러 온 듯 해. 이렇게 꿉꿉하고 칙칙한 날이면 네가 더 생각나

나만 우리의 그날을 즐기는 것일까? 그래도 너를 알게 되어서 난 좋을 걸.

나는 이제 뜨거운 것을 먹으며 시원함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나 봐.

역설의 맛을 알아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약간은 슬프기도 하네….

가끔 이 짜릿한 역설의 맛이 생각나면, 꿈마다 너를 그리며,

너의 매력에 조용히 조용히 순응해가고 싶어.

순응의 맛은 어떤 흔적을 남길지 궁금해지네.

너와 나의 노래는 어떻게 들릴까?

알탕아 오늘도 나의 꿈에 찾아올래?

사랑해, 알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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