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나는 몽당연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는 연필을 끝까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손으로 잡는 것이 힘들면 볼펜 대에 끼워 쓴다. 물건이 한번 탄생하면 마지막까지 쓰임새를 즐겨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장아찌를 담그는 나는 장아찌를 다 먹으면, 볶음 양념으로 국물을 이용하거나 간장 물을 다시 끓여 새로운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문득 간장게장 국물도 이렇게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을은 전어와 새우구이의 계절이다.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며, ‘가을 전어(錢魚)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라는 속담이 있듯 그만큼 맛있다는 이야기이다. 전어만큼 가을 입맛을 당기는 것은 수조에서 통통거리며 뛰고 있는 새우다.
활새우를 소금구이하는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프라이팬에 포일을 깔은 후, 굵은소금을 두껍게 깔고 파닥거리는 활새우를 넣고 뚜껑 덮고 새우를 익히면 된다. 새우구이가 다 되면, 머리와 몸통을 분리한 후 몸통 껍질을 까서 먼저 먹고, 머리를 조금 더 구워 먹으면 된다. 가을철 활새우 소금구이는 1년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별미이며, 봄부터 달려 여름에 지쳤던 입맛에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며,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하게 해주는 듯하다. 활새우 소금구이는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시골에서 명절을 지내던 때 아주 가끔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 새우구이를 해서 바로 먹으면 맛있겠지만, 명절 뒤치다꺼리에 치이다 보면, 며느리는 식은 새우를 먹기도 했으며, 따듯할 때 느낄 수 있는 그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활새우라 새우가 소금 옷을 입으면서, 풍기는 냄새와 소리는 집안일하는 며느리의 코, 입에도 미소가 걸리게 했다.
간장게장을 잘 먹는 가족들은 간장 새우도 잘 먹는 편이다. 이럴 때 보면, 아이의 입맛은 나보다 신랑의 식성을 많이 닮았다. 냉동 새우나 기절 새우를 사 오면, 찜기에 새우를 쪄서 반찬보다는 아이의 간식이나 특식으로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냉동 새우로 간장 새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간장게장 국물이 남아있어서 맛을 보고, 필요한 맛만 추가해서 끓이고 식혀 사용하면 된다. 냉동 꽃게로 게장 국물을 재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간을 맞출 수가 있다. 몇 번의 시도에 따른 결과치가 있어야 하기에, 하는 동안 먹어 줄 사람이 필요했고, 간장새우를 잘 못 먹는 나는 아이와 그렇게 타협을 했다. 냉동 새우는 처음 비린 맛을 제거하고, 간장 물에서 한 번 더 비린 맛을 제거해주면, 냉동 꽃게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낮았고, 냉동 꽃게로 몇 번 시도를 해봐서 냉동 새우는 처음 도전했을 때부터 맛있는 간장 새우가 되었다. 가을은 활새우의 계절이지만, 활새우 값이면 기절 새우 두 배 이상을 살 수 있기에 기절 새우나 냉동 새우로 맛난 간장 새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새로 간장 새우를 담그시는 분도 계시겠죠? 간장게장 국물의 절반 정도 하시면 돼요. 새우 30마리 정도 사용했어요. 30마리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이 들어갈 간장 양이지만, 간장 새우나 간장게장의 핵심은 간장 물에 풍덩 담그는 것이 중요하기에, 새우 양을 조금 더 늘리시는 경우에도 새우가 푹 담가지게 하시면 돼요. 혹 간장물 위로 새우가 올라오게 되면, 밑에 있는 새우 먼저 드시고, 위로 올려진 새우는 조금 더 간장에 담갔다가 드시면 돼요.
<간장 새우 간장 물 만드는 방법>
양조간장 600mL, 사이다 375mL, 물 밥공기의 반 그릇, 청양고추 2개, 홍고추 2개, 양파 반개, 생강 큰 거 2개, 청주 30mL(소주 대체 가능), 매실액 25mL, 마늘 6개
1) 사이다를 빼고 나머지 재료들은 한꺼번에 넣고 끓여주세요.
2)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아주 약한 불로 10분 정도 끓여주신 후, 불을 끄고 사이다를 넣어 저어 주시고 식혀주시면 돼요.
맛있는 간장 새우가 완성되었네요. 간장 새우는 사진처럼 머리 따고, 내장 제거하고, 몸통은 몸통대로, 머리 쪽에 있는 내장은 내장대로 맛나게 즐겨 주시면 돼요.
새우 등 쪽에 있는 내장 제거하기 전, 후 사진, 간장새우를 즐길 때 간장물을 조금 뿌려주면 훨씬 더 맛나게 즐길 수 있어요.
간장 새우가 한마디 하네요.
“꿩 대신 닭만 있는 것도 아니며, 간장게장 대신 간장 새우도 있다. 나를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즐기는 이만 즐기는 간장 새우란 말이다.”
즐기는 이만 즐긴다는 간장 새우의 말도 멋지네요. 저도 간장새우를 많이 못 즐겨요. 따듯한 밥 한 숟가락에 간장 새우 한 점 올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죠. 간장게장만 밥도둑일까요? 간장게장 대신 간장새우도 아주 훌륭하죠. 냉동 새우는 양도 많아서 간장새우로 조금 먹고, 색다른 별미로 2차도 즐길 수 있어요. 하루는 신랑이 간장새우 초밥을 해 먹자고 해서 색다른 메뉴가 추가되었어요. 간장 새우 초밥은 간장 새우껍질을 벗겨 속살로 준비하시고, 단촛물 밥과 겨자를 준비하시면 돼요.
단촛물 만드는 비율은 식초, 설탕, 맛소금의 비율을 2:1:1의 비율로 하셔서, 밥을 초밥용으로 조금씩 뭉쳐 놓은 뒤에, 겨자를 원하는 만큼 바르고, 그 위에 껍질 벗긴 간장 새우를 올리면 돼요.
간장새우 초밥
맛있는 간장 새우 초밥들이네요. 왼쪽은 냉동 새우로 한 것이고, 오른쪽은 튀김용 새우로 나온 것으로 했어요. 왼쪽의 경우는 껍질을 벗기고, 새우를 반 갈라야 하는 점이 있는데, 튀김용 새우는 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고, 반 갈라야 하는 점도 없어요. 살은 어느 쪽이 더 맛있을까요? 입맛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냉동 새우가 맛이 더 좋았어요.
간장 새우가 2차로 할 말이 있다고 하네요.
“이런 새우면 어떻고, 저런 새우면 어떨까요? 간장 새우면 끝나는 것을…”
초밥 쪽은 신랑이 대부분 해주는 편인데, 요새 단촛물 밥은 제가 하는 편이고, 신랑이 초밥용 밥으로 뭉치고, 겨자 바르고, 간장 새우 올려해 줘요. 신랑은 자신의 겨자 맛에 맞추기에 겨자 듬뿍이 되기도 해요. 뻥 뚫리는 맛을 즐겨야 한다면서요. 자기 입맛에 맞춘 겨자 양이라고 하는데, 가끔은 신랑이 자신의 속상함을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설마 아니겠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까요?
간장새우의 맛과는 또 다른 맛이에요. 간장새우를 많이 못 먹는 저로서는 똑같은 간장새우라도 겨자로 인해 간장새우 특유의 비린 맛은 사라지고, 그냥 일반 초밥을 먹는 듯해요. 간장새우초밥의 단점은 먹다 보면 계속 먹게 된다는 점입니다. 한 사람당 개수를 정해놓고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해요.
간장 새우만 잘해놓으면, 간장새우로 1차, 간장새우초밥으로 2차를 즐길 수 있어요. 새우에 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일까요? 부제목이 새우의 끝판왕인데, 과연 끝일까요?
새우를 소금구이하는 경우에는 새우 머리가 늦게 익어 머리를 더 익혀 먹어야 하는데, 버터 새우구이를 하면, 껍질의 고소함과, 껍질과 속살의 부드러움의 차이에 맛은 나 혼자만 즐기고 싶은 맛, 누구도 주기 싫은 맛으로 변할 수도 있어요. 새우를 한번 구워 볼까요?
버터 새우 구이
프라이팬에 적당량의 버터를 잘라서 넣고, 청주에 재워놓았던 새우를 건져서 구워주세요. 새우가 익어갈 때 약간의 맛소금과 후추를 뿌리시면 돼요. 저는 가끔 맛소금 대신 허브와 소금이 같이 함유되어 있는 허트 솔트를 쓰기도 해요. 허브솔트로 하시는 경우엔 허브솔트 약간 뿌리시고, 후추로 추가하시면 돼요.
버터에 구운 새우라 풍미가 확 살며, 더 맛있어요. 저와 신랑은 껍질 채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냉동새우를 사 오면 구워 먹을 양을 빼고, 나머지 간장 새우로 담그기도 해요. 아이들은 껍질의 맛을 좋아하지 않아서, 껍질 까서 속살로 주어요. 그렇게 먹어도 버터 향과 맛이 베어서 일반 새우구이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요.
버려지는 간장물, 간장물에 들어간 돈, 꽃게의 사랑이 들어간 간장물이 아까워서 시작한 간장물 재사용은 이렇게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간장게장을 먹은 후 간장물 맛과 상태를 봐서 괜찮으면, 간장물을 끓여 식힌 뒤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놓아요. 그 후 냉동꽃게나 냉동새우로 금어기나 입맛 없을 때 해 먹어요. 이상할 때는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끓여야 해요. 몽당연필을 사랑하는 마음은 때론 음식에도 활용되어, 간장새우나 간장새우 초밥처럼 또 다른 메뉴, 또 다른 맛을 창출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제때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것도 있기에 신랑과 투닥거리기도 해요. 그런 면이 때론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요? 올해는 간장새우와 간장새우 초밥과, 버터 새우구이까지 진출한 해였어요. 마지막까지 그 쓰임 새을 제대로 즐겨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도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기존의 아이디어가 더 방대해지기도 해요. 음식도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반응해서 식탁이 풍성해져 반짝반짝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닐까요? 반짝이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는 과감히 쿨하게 버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