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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Oct 11. 2020

서러운 타래과

추억이 오버랩되는 타래과


  타래과는 나의 학창 시절, 아이의 어린 시절, 나와 같이 그린 봄이 하나씩 쌓여 오버랩되어있다. 추억은 하나의 장면으로 남아있기도 하지만,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 순간의 상황과 감정이 다른 이미지로 연출되어서 다른 추억으로 새겨진다.          



  올봄 나는 딸과 타래과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었다.

 “딸, 블로그 이웃이 타래과 만드는 방법  알려달라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딸에게 물었다.

 “그럼, 나랑 같이해” 딸은 이렇게 말했다.

 “봄인데, 봄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블로그 이웃 비트 물을 이용한 유부초밥을 했는데, 벚꽃 느낌이 나서 유부초밥에 봄이 온 거 같았거든”이라고 딸에게 말했다.

  “그럼 꽃으로  만들면 돼. 내가 해줄게.”라고 말했다.

  “꽃을 어떻게 만들어?”라며, 타래과의 정형적인 모양을 알고 있던 나는 딸에게 이렇게 물었다.

  “빵 만들 때 쓰는 것 중 몇 가지 이용하면 돼”라고 딸은 말했다. 나는 아이와 이렇게 주방에서 꽁냥꽁냥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은 이런 게 없다.          



  학창 시절 실습시간에 열심히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고, 기름 온도를 올리고 타래과를 하나씩 넣을 때, 타래과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너무나도 좋았다. 집에서 하지 않는 것을 해본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타래과를 배우고 시험을 보기도 했던 것 같다. 온전히 자신을 믿고 하나씩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면서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너무나도 좋았다. 타래과의 모양이 잘 잡히고, 두께도 일정하고, 잘 튀겨지고, 설탕물에 예쁜 시스루를 입은 듯해도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쓸쓸한 추억이며, 서러운 타래과였다.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않아서 누런색으로 남아있었다.          



     친정엄마는 칭찬에 인색하고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를 100점을 받아도, 대학 시절 장학금을 타 와도 ‘그래’가 전부인 엄마이기에, 나는 엄마에게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엄마와 딸은 친구 같기도 하다는데, 나는 친정엄마와 전혀 그렇지 않다. 결혼 전후로 나는 엄마랑 같이 음식을 많이 만들어보지 않았다. 나의 요리 실력은 엄마 눈에 차지 않아서, 직접 하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엄마와의 추억은 그렇게 빛이 바랬다. 블로그에 요리 글을 올릴 때, 요리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고, 브런치의 요리 글 조회수를 궁금해하셨다. 엄마는 이제 “내 딸 잘하고 있고, 대단해. 이대로 계속 잘해”라고 하시면서 끊임없는 믿음과 신뢰를 보내신다.



  아이가 어렸을 때 오감을 길러준다고, 집에서 밀가루를 가지고 놀게 하였다. 밀가루에 손으로 그림 그리기,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밀가루의 반죽 상태, 반죽이 된 밀가루에 물감을 섞어 넣기 등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전혀 다른 놀이를 하고 싶었던 나는 타래과를 떠올렸다. 아이와 반죽을 하고 밀대로 밀며 얼굴에 밀가루도 묻혀가며, 타래과가 튀겨지는 소리에 아이와 같이 흥분하며, 아이와 같이 만들어서 평상시보다 더 오래 걸린 타래과를 먹으며 함께 웃고, 모양이 예쁜 타래과를 서로 자신이 만들었다고 우기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이때의 타래과는 예쁜 갈색으로 제대로 발색되었다.     



  제과제빵을 공부한 딸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겠다고 하면서, 엄마는 타래과를 튀겨만 주면 된다고 하였다. 밀가루 반죽부터 타래과 모양 잡기, 설탕 시럽도 자신이 만든다고 하였다. 딸이 밀가루를 반죽하기 전,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웃의 마음도 담아 생강과, 당근을 갈아서 영양과 맛을 챙기기로 하였다. 나는 생강과 당근을 강판에 갈아 즙을 내주었고, 딸은 생강즙과 당근즙을 넣어 반죽하고 예쁜 꽃 모양도 만들어주었다.  


       

  타래과의 정식 명칭은 매작과라고 하며, 매작과는 모양이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습과 같다고 하여서 한자로 매화 매(梅), 참새 작(雀)을 써서 매작과(梅雀菓)라고 한다. 참새가 매화나무에 어떤 모습으로 앉아 매작과가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매화와 참새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인지, 참새가 다리를 배배 꼬고 있는 모습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도 어떤 부분이 연상되어서 조상들이 매작과라고 지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타래과 만들기>     

밀가루 200g(중력분), 생강즙 3큰술, 당근즙 3큰술, 소금 2g, 식용유 3컵 정도, 설탕 2컵 정도


 1) 밀가루는 체로 쳐서 준비해주세요.

  (매작과를 만들었을 때 입자가 고르게 퍼지게 해 주어요 ).

  체를 친 가루는 100g씩 소분해 주세요.     

2) 밀가루 반죽은 생강즙을 넣은 것, 당근즙을 넣은 것 두 가지로 준비해주세요.

   생강의 껍질은 숟가락으로 긁어 벗겨내고, 강판에 갈아주세요.

   강판에 간 것을 면보를 이용하여, 꼭 짜서 즙을 만들어 주세요

   (면보가 없을 경우는 가제 손수건을 이용하세요)          


-. 생강즙 넣은 반죽 : 밀가루 100g + 생강즙 3큰술 + 물 + 소금 1g     

     물은 아주 조금씩, 반죽이 뭉쳐질 때까지만 넣어주세요.

     반죽의 상태는 손에 붙지 않을 정도의 말랑함으로 해주시면 돼요.     

     ※ 물의 양은 총 3큰술까지 가능한데, 반죽은 그날 날씨와 습도의 영향을 받으므로,

        한 큰 술씩 넣고 확인, 또 한 큰 술 넣고 확인하는 식으로 하시면 돼요.     

        너무 많이 세게 치대면 매작과가 질겨지므로 약하게 살살 뭉쳐주시면 돼요.     


  -. 당근즙 넣은 반죽 : 밀가루 100g + 당근즙 3큰술 + 물 + 소금 1g

     물은 아주 조금씩, 반죽이 뭉쳐질 때까지만 넣어주세요.     


3) 반죽한 밀가루는 상온에서 면보를 덮어서 30분간 숙성해주세요.

   (비닐에 담아서 30분 정도 숙성해도 돼요)

4) 밀가루를 밀대로 밀어서 가로 3cm, 세로 5~6cm 정도로 잘라주세요. 밀가루 두께는 0.2~0.3cm로 해주세요.(너무 얇아도, 너무 두꺼워도 안 되는, 어느 정도의 두께를 유지해야 맛있는 타래과가 돼요.

  약간은 까탈스러운 타래과입니다)

  타래과는 보통 가로 2cm, 세로 5cm 정도로 해요. 아이들과 같이할 때는 3X5cm 정도로 하면 아이들이 꼬다가 찢어지거나, 이상한 모양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크게 하시다가 익숙해지면 2X5cm로 하시면 돼요.

5) 자른 모양을 반으로 접어서 3개의 칼집을 내주세요. 가운데는 조금 길게, 좌우 양쪽 선은 균일하게 가운데 선을 1~1.5cm 되는 곳까지 칼집을 내주시고, (세로 단면 가까이 까지 칼집을 내면, 뒤집었을 때 찢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양쪽 좌우 칼집을 내주세요.(가운데 선보다 0.8~1cm 정도 줄여서 해주세요)

가운데 칼집 부분으로 넣어서 잘 꼰 후, 모양을 잡아주세요.          



칼집을 내고, 모양을 잡은 타래과



6) 꽃 매작과 만들기.     

   반죽을 얇게 밀어서 3가닥으로 준비해주세요.

   (꽃으로 모양을 잡아서, 튀겼을 때 가운데 부분이 두꺼워서 안 익을 수도 있으므로, 최대한 얇게 해 주세요)

  시작하는 부분을 뭉쳐주시고, 아이들 머리 땋는 것처럼 세 가닥을 잘 땋아주시고, 끝부분은 다시 뭉쳐 주시고,   돌돌 말은 후 끝부분을 잘 고정해 주세요.               

  꽃 모양 매작과가 완성되었어요.                    


세 갈래로 나누어 땋고, 꽃모양으로 예쁘게 말아주기

          

     

7) 매작과 튀기기     

   식용유를 넣고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오면, 주방용 온도계를 확인하시거나, 밀가루를 조금 넣어봐서 금방 떠오르면, 그때 넣어주세요.          

꽃 모양의 매작과는 두꺼워서 안 익을 수 있으니, 일반 매작과보다 조금 더 익혀주세요.

매작과의 색깔이 어느 정도 나오면, 건져서 키친타월을 깔고 기름기를 빼주세요.     

8) 설탕 시럽 만들기

냄비에 물과 설탕을 1:1로 해서 끓여주세요. 설탕이 녹을 때까지 냄비만 조금씩 흔들어주세요.     

   (주의 :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절대로 젓지 마세요). 점성이 생길 때까지 끓여주세요.

 중간에 저어주면 나중에 식었을 때 설탕 결정이 생겨요. (설탕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해주세요.      

   설탕 시럽 만들기는 탕후루 만들 때도 이용하시면 돼요.)     

9) 설탕 시럽이 뜨거울 때 매작과를 굴려주세요. (시럽이 좀 더 잘 묻어나요)    



왼쪽은 타래과를 튀기고, 기름 빼는 것이고, 오른쪽은 설탕시럽을 바른 타래과

     


           

  타래과는 처음에는 누런색이었다가, 아이가 어렸을 때는 연한 갈색이었고, 올봄 딸과 만들었던 타래과는 예쁜 갈색이 되었고, 꽃 타래과도 되었다. 유화를 칠할 때처럼 한번, 두 번의 칠로 전혀 다른 느낌의 타래과 그림이 되었으며, 예쁜 그림의 타래과로 남아있을 거 같다. 추억이라는 장면은 보는 것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비 오는 날에 올라오는 물 냄새처럼 맛과 향이 어우러져 다른 색깔, 다른 장면으로 칠해지며, 거기에 감정도 섞여서 전혀 다른 추억의 향이 새겨진다. 쓸쓸하고 아련한 맛이었던 타래과는 행복한 소리와 시끌벅적한 향이 덧칠되어서 또 다른 추억의 책갈피로 남을 거 같다. 아이와 함께 봄을 그린 타래과를 먹으며, 서로 자신의 공이 더 크다고 우겨보며, 설탕 시럽이 듬뿍 발려진 타래과를 한입 베어 물고, 이 소소한 장면에 행복이라는 양념을 덧칠해본다. 오늘도 타래과는 들쩍지근한 장면으로 피어오르며, 어떤 향이 가미되어 어떤 색의 추억이 될지는 모른다.          


                    

딸, 오늘도 타래과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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