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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Oct 15. 2020

고구마순 이젠 안녕

제철 고구마순 볶음

   

가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즐길 수 있다면? 지금 즐기는 것이 좋을까? 나중에 제대로 즐기는 것이 좋을까? 제철 식재료의 맛은 어떤 맛일까?     



  가을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나무는 주목이다. 감나무의 감이 따사로운 볕에 맛있게 익어가는 것처럼 주목도 빨간 열매를 하나하나 달아서, 크리스마스트리와 트리에 매달린 선물, 전구가 연상되기도 한다. 주목의 꽃말은 고상함, 비애, 죽음이다. 가을 한 철 즐길 수 있어서인지 꽃말은 고상 함이며, 제때 즐기지 못하면 비애와 슬픔으로 와 닿는 듯 것 같다. 주목은 자신의 씨를 보호하기 위하여 빨간색의 헛씨 껍질로 전등갓처럼 씌워놓고 있다.


주목과 열매



“엄마, 엄마 우리도 고구마순 좀 해 먹자”라며 딸은 여름 지나, 가을 문턱에 들어설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알았어. 파는 데가 없는 데 어디서 사? 하늘에서 캐와?” 하며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고구마순 볶음은 고구마순 껍질을 까고, 데치고, 다시 볶아야 하므로 번거로운 음식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제철 채소를 집 주변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마트가 없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호박잎, 고구마순은 근처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배달이 가능한 중급 마트 한 곳은 문을 닫았으며, 고구마 순을 팔던 기존 마트도 삶은 후 물에 담겨 있는 고구마순을 팔았다. 요새 채소들은 비닐하우스 재배로 인하여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지만, 호박잎은 입맛 없는 여름에 호박잎 뒷면의 까실 꺼리는 것을 한 꺼풀 벗겨내고, 살짝 찐 후 손에 호박잎을 놓고, 된장이나 강된장 조금을 얹어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회복하는 여름 별미이다. 호박잎도 어느 정도 따줘야 호박이 잘 크므로, 호박잎은 호박에게도, 지친 입맛에도 아주 좋다. 마트 가면 언제나 호박을 볼 수 있지만, 호박잎을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은 여름에만 판매한다. 까슬까슬한 호박잎이 그리워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구하지 못해 반찬 가게에서 쪄서 파는 것으로 호박잎 선물을 마감하였다.     



  딸의 성화에 고구마 순을 구해보자 동네를 나섰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크리스마스트리 대신 주목을 즐겨 볼 심산으로, 삶아 파는 것이 있어서 그걸로 고구마순 볶음을 하였다. 들깻가루 등 여러 조미료를 했지만, 제철에만 즐길 수 있는 고상함이 안 느껴져, 주목의 꽃말처럼 비애와 슬픔으로 와 닿았다. 주목 헛씨 껍질만 즐긴 듯하며, 씨앗의 제대로 된 맛은 못 느낀 듯했다. 식물이 잎도, 열매, 뿌리까지 튼실하게 다 키우려면 힘이 드므로, 어느 정도 고구마 순을 뜯어주면, 고구마 순으로 가던 영양분이 뿌리로 더 많이 가서, 고구마를 더 영글게 한다. 고구마는 식물의 뿌리 부분에 해당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맛나게 즐긴다.      



  코로나가 한 단계가 낮춰지면서, 수요일마다 열리는 장에 여러 장사가 들어왔다. 할머니 한 분이 고구마순, 쪽파 등을 가지고 오셔서 파셨다. 고구마순 볶음은 껍질 있는 채로 볶기도 하지만,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고 볶아야 더 맛이 난다. 고구마순 파는 할머니를 보는 순간, 반갑기도 했지만 한 봉지의 고구마 순을 깔 생각을 하니 갑갑했다. 고구마순 하나당 거의 두 면이나, 세면 정도 벗겨야 하고, 한 봉지를 다하면, 껍질 까는 데만 몇 시간 지나고, 그 흔적은 손톱 밑이 새까맣게 물들어 영광의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팔겠다는 할머니의 의지 덕분인지, 껍질은 반 이상 벗겨 있었다. 나는 시간 단축한 듯해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자, 글 쓸 시간 벌었다.” 하며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다음 주에 못 볼 지도 모르는 고구마 순이지만, 식구가 적은 관계로 한 봉지만 샀다. 주목 열매가 풍기는 선물처럼 마음에도 빨간 열매가 하나 둘 켜지는 듯했다.      



  손에 들린 고구마 순 한 봉지가 바스락 거리며 자꾸 말을 거는 듯해서, 친정엄마가 가끔 내게 하던 말도 생각났다. “제철음식이 제일 맛나”하며, 나에게도 가끔 해 먹으라고 했다. 제철이 주는 선물의 맛을 즐기라고 했다. “아무 때나 사 먹을 수 있는데…. 웬 제철?”하며 나는 엄마에게 반박하기도 했다. 엄마는 “제철 맛이야!”하며 나에게 다시 얘기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이런 것에 관심 없어, 제철은 나하고 거리가 먼 것이었다. 김장과 마늘장아찌, 매실 장아찌, 고추 장아찌 담글 때만 제철을 따졌고, 그 외에 호박잎, 고구마순은 별나라 음식이다. 이전에는 아이도, 나도 고구마 순을 좋아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고구마순 볶음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고, 호박잎은 집에서 먹은 지 얼마 안 됐으며, 고구마순 볶음을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친정엄마 시대에 비해서 냉장기술이 많이 발달하여 마트에서 편히 살 수 있는 채소가 늘었다. 때로 쉽고 간편히 조리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식탁에서, 고구마순 볶음은 언감생심이다. 몇 년 전부터 식물의 생태 이런 것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런 것을 시로 쓰기도 하며, 여름철 오이의 경우가 쓴맛도 덜하며, 가장 시원한 맛을 가진 것도 알게 되었다.



왼쪽은 삶은 후 마트에서 파는 것을 사 와서 한 것이고, 오른쪽은 할머니의 고구마 순을 볶은 것이에요.




1) 고구마순 껍질을 잘 벗겨주세요. (껍질이 덜 까진 것도 있어서 열심히 더 벗겼어요.)

2) 껍질을 벗긴 고구마 순을 잘 씻어준 후, 굵은소금 0.5 숟가락을 넣고 살짝 데쳐주세요.

(살짝 데치면, 나중에 볶아도 줄기의 식감이 살아있어 더 탱글탱글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아삭한 식감을 원하면 3~4분, 부드러운 식감을 원하면 5~6분 정도 삶으면 돼요. 나물 삶을 때 굵은소금을 넣게 되면, 나물 색이 초록색을 띠게 되어 좋아요)

3) 삶은 고구마 줄기는 찬물에 헹구고 체에 밭쳐 자연스럽게 물기를 빼주세요.(이때 손으로 짜시면 안 돼요)

3) 된장 맛으로 할 것인지, 육수 맛인지 결정한 후, 원하는 맛으로 고구마 순을 볶다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들깻가루, 참기름, 깨를 넣고 마무리하시면 돼요. (참기름은 들기름으로 대체 가능하며, 입맛에 따라 들기름으로 한 것이 더 맛있을 수도 있어요)



1. 고구마 순 볶음 1차


   데친 고구마 순에 간 마늘 1~1.5숟가락, 된장 2숟가락, 맛 간장 2숟가락, 파를 넣고 볶아주세요. 볶기 전 데친 고구마 순을 먹기 좋게 잘라 주세요. 국물 자작한 고구마 순 볶음을 원하면, 물이나 육수 30~40mL 정도 넣어하시면 돼요. 저의 된장 맛은 짜지 않아요. 집에 있는 된장 맛을 보시고, 된장이 짜면 한 숟가락 넣어주시면 돼요. 된장 한 숟가락 넣게 되면, 물 한 숟가락 더 넣어서 해 주세요.


할머니의 고구마순과, 된장으로 한 고구마순



  맛 간장은 장아찌 했던 간장으로도 가능하며, 맛 간장이 없으면, 조선간장이나 양조간장 한 숟가락, 혹은 맛 간장을 조금만 만들어 사용하세요. 조선간장이나 양조간장으로 하실 경우는 물을 조금 더 추가해주세요.

어느 정도 고구마 순이 볶아지면, 들깨 가루 2숟가락과 깨, 참기름 1.5~2 숟가락을 넣고 잘 볶아주세요. 맛있는 고구마 순 볶음이 되었네요. 마지막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맞춰주시면 돼요. (참기름은 들기름으로 대체 가능하며, 입맛에 따라 들기름으로 한 것이 더 맛있을 수도 있어요)



-. 맛 간장 만드는 방법

진간장 반 컵, 식초 1/4 컵, 설탕 반 컵으로 개량해서 냄비에 넣고 간장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5분 정도 끓였다가, 식혀 사용하시면 돼요. 이 방식은 장아찌 종류를 할 때 쓰는 방식이며, 간장 맛을 보고 짜면, 맛 간장 한 숟가락과 물 한 숟가락을 넣고 볶으시면 돼요. (장아찌 종류의 글은 조만간 올려드릴게요.)



-. 나물 볶을 때 넣으면 좋은 멸치육수 만들기

물 한 컵, 국물용 다시 멸치 5~6개(똥을 따고 준비해 주세요), 다시마 3 ×4 사이즈 3장 정도, 말린 새우 약간, 말린 표고 1~1.5개를 넣고 5~7분 정도 끓여주시면 돼요. (새우나 표고가 없으면, 멸치와 다시마로만 해도 맛은 좋아요. 배합물 양이 많아지면, 끓이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요.) 고구마순 볶음에 육수를 넣고, 남으면 다른 음식 하실 때에 넣으면 더 맛있어요.



2. 고구마 순 볶음 2차


   된장 맛을 싫어하시는 분은, 데쳐진 고구마 순에  멸치육수 1/3 컵으로 하시면 돼요. 데친 고구마 순을 먹기 좋게 자른 후, 국간장 1~1.5 숟가락, 간 마늘과 파 넣고 잘 볶아주시고, 어느 정도 볶아지면 들깻가루, 참기름, 깨를 넣고 마무리하시면 돼요. 마지막 간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으로 맞춰주시면 돼요. (참기름은 들기름으로 대체 가능하며, 입맛에 따라 들기름으로 한 것이 더 맛있을 수도 있어요.)



마트에서 산 고구마순과 멸치 육수 이용한 고구마순 볶음



-. 멸치 육수를 이용하는 방법은 미역 줄기 볶음을 할 때도 좋아요. 마트에서 처음 산 고구마 순은 재료 고유의 맛이 많이 빠져있으므로 멸치 육수를 이용했고, 할머니에게 산 고구마 순은 된장에 했어요. 딸이 된장으로도 해 먹어보자고 해서요.



   가을이 가기 전, 할머니가 한 번 더 고구마 순을 가지고 오셔서 파시면 좋았겠지만, 할머니는 더 오시지 않았고, 올해 고구마 순에게 안녕이라는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고구마 한 상자가 들어왔다. 친정엄마가 얘기하던 제철 맛은 가을 들녘에 벼가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세상의 제철 맛인 듯하다. 고구마 순이 주는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맛은 12월 초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 선물 꾸러미, 장신구를 설치해놓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행복해하는 것처럼, 기다림에는 시간의 맛도 스며든다. 올해 고구마 순의 철은 지나가지만, 마트에서 산 삶아져 있는 고구마순 반 봉지가 남아 그걸로 더 한번 해 먹으며,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주목이 보여줬던 선물의 맛은 이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하며, 상상만으로도 기다림의 맛은 조금씩 방울방울 영근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알려주는 시간에 대한 호기심처럼 말이다.


 

주목, 고구마 순 반가웠어. 내년에 보자~. 아, 호박잎 너도 내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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