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알은 바다에서 날치가 지나가는 길목에 벼 집단 등을 부려 놓으면, 날치가 수초로 착각하여, 알을 뿌리고 지나가는데 이것을 수거해서 세척과 조미 등을 한 것을 말하며, 날치알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 날치알 (쿡쿡 TV))
알 밥은 흔히 집에서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뚝배기와 약간의 요령만 있으면 아주 쉽게 알 밥을 할 수 있다. 날치 알을 보면 여러 가지 색깔로 해서 판매하는데, 이것은 날치 알을 맛있게 보이기 위하여 식용색소를 입힌 것이다. (음식에 색소를 입히는 것은 날치 알이나 명란젓 등이 있다) 식용색소를 입히면 본연의 색보다는 더 맛있어 보이기에, 시장에 가면 색깔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날치 알은 본연의 색이 노란색이라 그래도 손이 가는데, 명란젓의 경우는 본연의 색보다는 붉은 색소를 입힌 것을 더 많이 구매하며, 판매자도 붉은색만 가지고 다니며 파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식용색소를 이용하므로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돌솥 알밥을 보고 있으면, 대학시절 먹었던 돌솥비빔밥이 생각난다. 엄마는 나물 비빔밥을 거의 해주지 않아서, 대학생이 돼서야 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구내식당이 없었던 학교여서 일반식당에서 밥을 사 먹어야 했으며, 가끔은 다이어트와 밥값을 절약하기 위해서 떡을 사 먹기도 했다. 교내매장에서 떡을 해 와서 팔았던 것으로 일반식당 밥값보다 가격이 쌌다. 그때 나는 떡순이였고, 그때는 적게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였다.(지금에 와서 보면, 떡은 고칼로리 음식으로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면, 먹지 말아야한다.) 그때 당시 효과는 둘 다 본 듯하다. 일반식당에서 가장 싼 메뉴는 순두부찌개였으며, 순두부가 지겨워질 때쯤 비빔밥을 먹었다. 비빔밥은 순두부보다 비싼 가격이라 한번 비빔밥을 먹으면 용돈 절약을 해야 했다. 비빔밥은 날씨가 따듯한 날에는 괜찮았지만, 추운 날에는 먹으면 체하곤 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음 수업을 하는 교실까지 부지런히 이동해야 했기에, 식당에서 허겁지겁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뜻한 생각이 떠올랐다. 따듯한 비빔밥이 생각날 때는 과감하게 돌솥비빔밥을 먹고 며칠은 떡으로 끼니를 때웠다. 대학 다닐 때 나는 아르바이트를 안 하는 대신 성적장학금으로 학비를 해결하였고, 가끔은 이런 나 자신을 위하여 비싼 돌솥비빔밥을 먹으며 행복감에 젖었다.
나는 비빔밥을 좋아하는 편이다. 밥 먹기 싫으면 여러 가지 나물을 넣고 고추장을 한 숟가락 팍 치고, 참기름을 넣어서 비벼 먹으면 없던 입맛도 금방 돌아온다. 여러 가지 나물이 섞여 비빔밥으로 모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며, 인생사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모여 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같은 길을 손잡고 걸어가는 느낌도 든다. 신랑과 나 우리 두 사람이 걷는 길은 어떤 비빔밥을 그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맵기가 될까도 생각해 본다. 어느 한 재료가 너무 짜면 비빔밥 맛이 이상해지듯이 두 사람의 조율과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는 네 사람이 그리는 맛을 생각해 본다.
시아버님은 7형제의 장남이라 명절 때 모이는 시댁 식구만 20명이 넘었다. 나의 결혼이 신랑 대에서는 가장 빠른 결혼이라 며느리는 나 하나였고, 명절 때 몇 년을 어머니와 단둘이 음식 장만을 하였다. 신랑도 가끔 도와주기는 했지만, 명절 때마다 음식량도, 설거지 양도 많아서 힘들었다. 작은 집 식구들은 명절 때 오면 며칠씩 묵고 가서 더 힘들기도 했다. 친정도 작은 집 식구들이 가면 갔었다. 시어머니 몰래 작은어머니들이 조카며느리 힘들다고 설거지도 가끔 해주셨고, 용돈도 가끔 주시곤 하셔서 힘든 명절 생활에 달달한 사탕 같은 맛도 있어서 좋았다. 명절날 아침은 밥이랑 국, 반찬 해서 먹고, 점심은 각종 나물에 달걀부침 하나씩 해서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달걀은 거의 달걀 한 판이지만 밥에 반찬을 일일이 차리는 것보다는 편했다. 결혼 후 비빔밥은 명절 때 필수코스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힘든 명절에 조금은 쉴 여유를 준 음식이다. 달걀 한 판이 다 부쳐질 때쯤에야 나의 달걀부침을 했고, 달걀부침 덕에 조금은 온기가 있는 비빔밥을 먹은 듯하다.
나의 아이는 비빔밥을 나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뚝배기를 이용해 그전에는 돌솥비빔밥을 해 먹었지만, 가끔은 아이가 좋아하는 날치 알을 이용한 알 밥으로 메뉴를 변경하기도 한다. 지금은 가끔 나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날치 알을 이용해서 비빔밥을 하기도 한다. 알 밥에 나오는 무채 대신 여러 가지 나물과 고추장으로 돌솥비빔밥을 해 먹어도 되고, 나물과 날치 알을 이용해서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한 가지 메뉴를 해서 먹으면, 다음번에는 약간의 변화를 주면 여러 가지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기도 한다.
2) 뚝배기에 1인분의 밥을 넣고, 가스 불 위에 뚝배기를 얹고 중간 불에서 뚝배기를 가열하면서 밥을 조금 눌려주세요.
뚝배기 벽면에 식용유를 골고루 바르고, 뚝배기를 가열하면서 밥을 넣고 눌려주세요.
3) 무채가 있으면 무채로 조금 넣고, 날치 알 2숟가락 넣고, 김칫국물과 고추장을 넣어주세요
고추장을 넣으면서 밥을 조금씩 섞어주세요. (뚝배기가 뜨거우므로 냄비 장갑을 사용하세요. 김칫국물을 넣으면 알 밥맛이 더 좋아져요)
4) 새싹이나 상추를 잘게 썰어서 밥 위에 얹고, 조미 김 3장 정도 잘게 썰어서 밥 위에 뿌려주시고,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톡톡 해주시고, 맛있게 섞어주시면 돼요.
무채는 배추김치로 대체하셔도 되고, 갓김치를 좋아하시는 분은 그것으로 대체하셔도 돼요.
알 밥은 집에 날치 알이 있으면, 남아있는 김치나 채소를 이용해서 간단히 즐길 수 있어요.
뚝배기를 이용해서 알 밥을 하게 되면, 약간은 돌솥비빔밥의 느낌도 나며, 뚝배기의 온기로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따듯하게 먹을 수 있어요.
뚝배기는 도자기로 만든 제품이어서 세제로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뚝배기에 밀가루를 한 숟가락 정도 풀어서 골고루 잘 씻어주시거나 쌀뜨물을 이용하시면 돼요.
알 밥에 곁들일 초 간단 보조 메뉴로는 양송이 구이, 새우구이 등이 있어요.
양송이의 경우는 꼭지를 따고 프라이팬에 구워주세요. 맛소금과 후추를 약간씩 뿌려주시면 돼요. (맛소금과 후추의 경우는 따로 뿌려주셔도 되고, 허브 솔트를 이용하시고 후추만 따로 추가해주시면 허브의 맛까지 느낄 수 있어요). 양송이 꼭지를 딴 곳에 국물이 생겨서, 그 국물까지 드시면 돼요. 양송이 꼭지는 먹어도 되므로 꼭지를 따지 않고 구워 먹어도 돼요. 새우도 같은 방법으로 구워주시면 돼요. (새우는 칵테일 새우가 남아있어서 그것으로 구웠어요)
알밥과 양송이, 새우 구이
뚝배기를 이용하는 경우 2인분밖에는 할 수 없지만, 그날 기분에 따라 알밥이나 비빔밥을 한다. 뚝배기의 온기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삶에 가끔 따듯한 난로 역할을 한 듯하다. 누구나 가슴속에 그런 음식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뱃속도 따듯해지는 느낌에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할 거 같은 것은 있는 듯하다. 가끔 이상한 것은 어느 정도 맛을 내어도 그때 그 시절의 맛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절박했던 감정이 섞여 더 맛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아이와 알 밥을 먹으며 알알이 추억을 터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