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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마녀 Sep 10. 2020

금어기 풀리고 꽃게판

꽃게 향연

  

  얼마 전 금어기가 풀리면서 우연한 기회에 배에서 잡은 꽃게를 직거래로 사게 되었다. 그날 잡은 것이라 아주 싱싱했으며, 1kg에 13,000원에 샀다. 소량으로 팔지 않아서 5kg를 샀다. 꽃게 5kg로 무엇을 할까? 지지고 볶으면 될까?



  “엄마, 금어기는 언제부터 있었어?”라며 딸은 물어봤다. 금어기에 대해 알고 있지만, 나는 딸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신랑은 딸에게 자신이 어릴 때 생긴 금어기에 대하여 알려주며, 더불어 “라는 말이야”라는 하는 얘기도 같이 들려준다. 어렸을 때에는 아빠가 옛날이야기만 한다고 툴툴거리던 딸은 이제는 시대와 그 시기를 살아낸 삶이라 재미있게 듣는다. 신랑은 어렸을 적 바닷가 근처에 살아서 이런 것을 경험했지만, 나는 주부가 되고 제철 생선을 알게 되면서 금어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아빠의 라떼 이야기에 시대상을 알아가는 딸을 보며, 딸이 진짜 어른의 세계의 들어선 듯하며, 딸이 성장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산란기 꽃게 자원 보호를 위해서 지난 1974년 금어기를 처음 도입했으며 2012년 수산자원관리법이 개정되고 꽃게의 포획금지기간에 관한 고시(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13-3호)가 제정되며 포획금지 기간이 일원화됐다. 꽃게 금어기 기간 중 불법어업행위로 적발 검거된 위반어선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어업허가에 대한 행정처분도 병행하게 된다. (출처수산자원관리법제14조 및 시행령 제6조제1항, 농림수산식품부 고시 2013-3호)”



 평상시는 꽃게를 2~3kg 정도밖에 안 사서, 5kg를 어떻게 먹을지 고민했다. 배에서 산 것이라 싱싱하기는 하지만, 크기가 일정치는 않았다. 쪄서 먹을 것은 큰 것으로 6마리 정도, 꽃게탕용으로 큰 것 3마리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는 크기를 적당히 나누어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하기로 했다.

  “엄마, 반반 알지? 양념 반 간장 반이야.”라며 딸은 나에게 쫑알쫑알거린다. 양념들이 거의 떨어져서 같이 장을 보고, “엄마는 양념게장 할 거니까, 네가 게장 담글 간장 물을 배합해”라고 알려주었다. 어떤 비율로 일정하게 들어가는 양념은 레시피를 공책에 적어놓는다. 꼭 그 비율로 해야지만 맛이 나는 경우도 있고, 음식을 할 때마다 웹 서핑을 하면 같은 레시피가 안 나올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딸은 가끔 단어를 축약하기도 하는데, 딸 덕에 나는 반반 게장도 알게 되었다.




  살아있는 숫꽃게라 파닥파닥 거리며 집게발을 놀리고 있는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다. 입에 거품을 물고 뽀글거리는 모습이 귀웠지만, 손질할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다. 꽃게를 손질하 이런 나의 모습을 시로 쓰기도 했다.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시로 쓰는 편이라 요리를 하면서 느낀 것 시로 쓸 때도 있다.     



  꽃게를 솔로 구석구석 잘 씻어준 후에 큰 냄비에 물을 넣고, 채반을 놓은 뒤에 꽃게 배를 위로 올라오게 해서 꽃게가 다 익을 때까지 15~20분 정도 찌면 된다. 찐 꽃게가 식으면 뚜껑을 따고 가슴 털을 잘라주고 먹으면 된다. 금어기 풀리고 첫물에 산 꽃게인데도 살이 꽉 차있어서 다리 한 개나 몸통 한 조각만 먹어도 꽃게의 향내가 올라오며, 입 안 가득 바다의 짭조름과 달짝지근한 맛이 나며, 바다를 하나 가득 품은 듯하다. 꽃게가 바다를 누비는 모습도 상상해보며, 나도 꽃게처럼 마음껏 맛의 바다를 헤엄쳐본다.      



  꽃게를 찌면서, 딸의 말처럼 반반 게장을 담글 준비를 한다. 생물 꽃게는 솔로 잘 씻어서, 최소 2~3 시간 내지 반나절 이상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하는 것이 좋다. 꽃게에 남아있는 안 좋은 균도 죽고, 꽃게 살도 찰져지기 때문이다.     



  양념게장은 냉동실에 꽃게를 넣고, 바로 양념을 만들어서 꽃게를 다시 꺼내 해동할 때까지 양념 숙성의 시간을 거치면 훨씬 더 맛있는 양념게장이 된다. 냉동실에서 꽃게를 꺼내 해동 후 꽃게 뚜껑을 몸통과 분리하고, 꽃게 뚜껑에도 양념을 얹어주고, 가슴 털을 잘라준 후 꽃게 다리의 뾰족한 부분을 잘라주고, 꽃게 크기에 따라 몸통을 4~6으로 나누어 주고 양념과 버무린 후 냉장고에서 반나절 이상 숙성한 후 먹으면 된다. 두 시간 정도 지나면 양념에 잘 베였는지 확인한다며 양념 꽃게 한 조각씩 슬쩍 먹기도 한다. 물론 딸도 불러서 한 조각 슬쩍 먹여준다.



양념게장에 버무렸을 때와 숙성된 양념게장



  

  간장게장은 끓인 간장물이 식으면 해동된 꽃게 배가 위로 올라오게 해서 차곡차곡 쌓은 후, 반나절이나 하루정도 숙성한 후 먹으면 된다. 간장게장을 많이 했을 때는 몇 끼 먹을 분량을 제외하고는 간장게장을 간장과 분리시켜 몇 마리씩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해동시킨 후 간장 물을 조금 끼얹어 먹으면 된다. 간장게장도 뚜껑 분리 후에 가슴 털을 잘라버리고 다리의 뾰족한 부분을 자르고, 몸통도 먹기 좋게 잘라먹으면 된다.     



새로 담근 간장게장과 숙성된 간장게장

(간장게장 국물은 다 먹고 끓여 놓으면 간장새우나, 간장게장 국물로 다시 이용할 수 있다.)


  

  밥 한 숟가락에 한 번은 약간 매운맛도 나는 양념게장, 한 번은 짭조름한 간장게장을 먹으며, 게장 풍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장이나 짬뽕만 고르는 것이 아닌 양념게장, 간장게장도 내 마음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가을에는 살이 꽉 찬 숫꽃게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식구들이 암꽃게를 좋아해서 추석 가까울 무렵 금값에 사서 게장을 하기에, 요번처럼 꽃게를 쪄먹고,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을 마음껏 먹지는 못한다. 앞으로는 금어기가 풀리고 바로 숫 꽃게로 꽃게요리를 다양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이 정도만 즐겨도 충분히 꽃게의 향연이라 볼 수 있는데, 아직 꽃게탕이 남았다.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따듯한 국물 생각도 난다. 이럴 때는 무와 단호박을 넣은 꽃게탕도 얼큰하게 즐기면 아주 좋다. 두 종류의 게장을 해주어서인지 신랑이 꽃게탕을 끓인다고 하기에 얼른 주방을 내주었다. 신랑이 꽃게탕을 끓이는 동안,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신랑이 어떤 재료를 넣는지 생각해본다.      



<꽃게탕 끓이는 법>

단 호박 반개, 파 1개, 간 마늘 두 숟가락, 꽃게 3마리, 팽이버섯 1개, 무 약간, 된장 두 숟가락, 국 간장 1 숟가락, 고춧가루 3~4 숟가락, 청양고추 2개, 미나리 한 줌     


1) 물에 된장 한 숟가락을 풀고, 무(2~2.5x3cm, 20개 정도)를 넣어주세요.     

2) 물이 끓으면 꽃게 뚜껑과, 손질된 꽃게 몸통을 넣어주세요.(뚜껑 분리 후, 가슴 털을 자르고, 다리 뾰족한 부분도 잘라주세요).

3) 단호박은 씨를 빼고 u자형으로 썰어 넣어주시고, 국간장도 한 숟가락 넣어주세요.

4) 꽃게가 어느 정도 익으면, 미나리와 팽이버섯, 청양고추, 고춧가루 등도 넣어 주세요.

5) 국물 맛을 보고 된장 한 숟가락 정도 더 풀고 간 마늘과 파도 넣어주세요.     


신라이 끓여준 꽃게탕



  신랑이 끓여준 꽃게탕을 먹으며, 양념이 무엇 무엇이 들어갔는지 신랑과 맞추어 보았는데 백점 만점에 100점이다. 주부 경력 20년이 무색하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신랑이 해준 꽃게탕에 늦여름 더위에 지친 입맛을 촉촉이 적셔주는 듯하며, 내가 한 음식이 아니어서 더 맛있는 것은 비밀이다. 음식을 오래 하다 보면, 맛이 이상하거나 짜도 남이 해주는 것만으로도 꿀맛인 경우가 있다. 맛있는 꽃게탕에 내 집에서 손님이 된 듯하며, 꽃게 한 조각에 국물도 살짝 끼얹어 먹으면 꽃게의 순정을 느끼며, 꽃게 향연의 마지막 만찬이어서 더더욱 맛이 나며 아쉬움도 남는다. 김치도 없이 꽃게탕과 뜨거운 밥으로 행복한 한 끼를 먹으며, 엉망이 된 주방과,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는 외면하며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에 지친 주부의 일상을 힐링한다. 요 같이 집에서 밥 세끼를 다 챙겨야 하는 지금, 내가 한 끼의 밥을 안 챙기는 것만으로도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기는 듯하다.      



  한 번의 선택으로 꽃게 찜, 양념게장, 간장게장, 꽃게탕까지 즐길 수가 있었다. 꽃게로 찌고, 무치고, 담그고, 끓이고 다 해보았다. 다음번에는 튀기는 것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꽃게 금어기를 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에 따라 꽃게를 싼 가격에 구매하는 방법, 요리 가지 수 등이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순간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치가 다른 것을 느꼈다. 신랑의 꽃게탕이 맛있는 꽃게탕과, 내가 음식을 하지 않은 것 등 2가지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설거지까지 바라고 주방을 내준다면 신랑이 가끔 해주는 이런 맛은 없을 듯하며, 싸움의 소지로 갈 가능성도 있다.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 가? 선택을 하고, 선택에 따라 매번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만, 0이라는 출발선에서 하나의 선택을 하고, 결과가 +1이나 + 2가 되면 무척이나 좋지만, - 로 가지 않고 현상유지만 해도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쌓이면 인생 그래프도 꽃게 향연처럼 멋진 향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꽃게가 보여준 바다처럼 인생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다음번에도 숫꽃게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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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념게장 만드는 방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littlewt82/18



* 간장게장 만드는 방법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littlewt8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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