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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헌 Jun 18. 2024

기획자의 역할 : 행정 리터러시

문화기획자의 또 다른 역할 "해석과 중재"

나름 7년차 문화기획자가 되니 종종 강의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 대학생 때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어떻게 저분들은 저렇게 막힘없이 강의를 하지? 나도 가능할까?라는 경외심과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한 4년전? 내가 지금도 자문을 구하는 교수님을 통해 모교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게되었다. 아마 누구든 모교에서 강의해보는 게 버킷리스트일 거라고 생각한다. 꽤 빠르게 이룬것 같다. 그때만 해도 강의 준비할 때 바보같이 보이지 않도록 대본을 다 외웠던것 같다. 지금은 내가 대본 없이 바로바로 강의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그리고 이번에도 감사하게 2년 전 함께 금천구에서 [다시금 턴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문화재단 주임님께서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 실무자가 되시고, 해당 사례 기반으로 사례공유 겸 특강을 요청하셨다. 그리고 그 주제는 다양한 지역의 단체/기관들의 협업과 청년 기업으로서의 지역에서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기획자의 역할 중 "연결과 해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기획자의 역할중 중요한 것 중 하나를 "연결과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어떨때는 연결만 잘하면 프로젝트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연결은 단체간 협업이 될수 도 있고, 예술가와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도 해당한다.

이번 강의는 이 두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적절한 해석을 통해 중재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나는 문화기획용역 사업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바로 클라이언트의 1차 제안서를 재밌있는 제안서로 바꾸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미팅을 할때 바로 이 질문을 한다. "제가 이번 과업에서 달성해야 하는 지표가 어떤게 있을까요?" 보통 참여자, 만족도 등의 정량지표와 해당 과업의 취지가 된다. 이것을 충족 시켜준다는 전제하에 재미있는 콘텐츠 기획을 제안할 수 있다. 가끔 창작자들이 놓치는게 있다. 어쨌든 용역, 혹은 제안을 통한 문화기획은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솔루션이다.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무시하고 무조건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할수는 없다. 솔루션의 기능이 먼저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또한 해당 프로젝트에서 달성해야 하는 지표가 충족된다면 누구든 색다르고 창의적인것을 해보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과업에 대한 해석과 중재가 들어가는 것이다. "과업을 달성하면서도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해석과 중재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함께하는 예술들도 참여자들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행정 리터러시

최근 [임팩트 써밋 #로컬 : 지역 문제 해결의 문법을 찾아가는 사람들 ]이라는 세미나를 참여하게 되었는데, 대전 소재 동네 라이프스타일 컴퍼니 ㈜윙윙 대표님께서 "행정 리터러시"라는 워딩으로 본인들의 일을 정의해줬다. 사실, 공공기관 실무자들도, 기획자들도, 참여자들도 즐겁고 의미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싶어한다. 하지만! 각자 맡은 일들이 많고, 문법들이 다르니 원활하게 되지 않을 뿐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 같은 기획자들이 나서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각자의 언어에 맞게 해석해주고, 연결하고 일이 되게 만드는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이 "행정 리터러시"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번 강의에서 내가 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잘 교통정리를 했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다.

바로, 2022년도에 진행했던 [금천라운지 다시금 턴업!]이라는 G밸리 기반 도시 투어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였다. 이 작업 의뢰가 저에게 왔을 시점은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대략 3주 전이었던 것 같다. 그 후 약 2주 정도 시간에 모든 기획과 준비를 다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아까 이야기한 행정 리터러시를 통해 교통정리를 잘해서 그 시간에 준비가 가능했던 것 같다. 저희가 투입되기 전 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만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를 정리하고 연결시켜줄 주체가 부재했다. 이런 상황은 여러 지역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기관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 협업 외에 이 기관들은 지역에서 해야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너무 바빠서 할수 없는것뿐이다. 강의에서 나는 매끄러운 협업을 위해서는 알파 늑대(리더)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했다. 저에게 들어온 "일"이여서 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그 역할을 제가 했던것 같다.

이 역할을 수행할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각각의 주체들이 어떤 니즈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미지에 적어둔것 처럼 각 단체들이 움직일만한 요소들을 정리하고 이 니즈들이 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문화재단은 지역 구성원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박물관은 기존과는 다른 로컬 투어 프로그램과 공간 활성화 이슈가 있었고, 청년지원기관은 당해년도에 양성된 창작자풀과의 연계가 필요했다. 참여 예술가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했다고 할수 있지만, 사실 이 프로젝트는 6회 차 교육 프로그램도 참여해야해서 이 요소만으로는 참여를 독려 시키기 힘들어, 이미지에 표시한대로 복합적인 니즈를 극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목표를 만들어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았다. 각 이해관계자들이 움직일만한 명분들이 생겼으니, 적재적소에 각 주체들의 역할을 부여하고 함께하게 했다.

이런 흐름으로 막혀있던 사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이야 말로 적절한 "행정 리터러시"를 통한 교통정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짧은 시간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도 새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 작업을 하고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들었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 그 때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 좋았고, 문화기획자로서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였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할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프로젝트 스케치 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pM9vrYyWJ4&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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