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감정도 습관이기에, 나만의 말버릇과 감정 습관을 만들자.
나폴레옹은 말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사전이 있다. 내 사전엔 어떤 말이 있고, 어떤 말이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버릇이 있다. 자주 쓰는 말이나 표현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말들을 “말버릇”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자주 쓰다 보니 어느새 필요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버릇”이란 표현은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단어다. 그러니 이 나이쯤 되면 내 말버릇이 어떤지 한 번쯤 살펴봐야 한다.
내 입에서 말이 소리가 되어 나오면 그 말을 제일 먼저 듣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다. 우리의 무의식은 내가 한 말에 대해 생각보다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런 점들을 느낄 수 있는 40대쯤이 되면 점점 말수를 줄여야 한다. 무조건 말을 적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필요한 말을 하고, 말을 좀 걸러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내가 하는 말은 내 생각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하는 말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긍정적 자기 암시를 줄 수 있는 말버릇이 필요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건 문득 “귀찮아”란 표현을 너무 자주 쓴다고 느낀 순간부터였다. 실제로 귀찮은 순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일단 “아…. 귀찮아….”라고 뱉어 버린다.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운동을 해야 할 때, 약속이 있을 때 등이다. 그때마다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사실 다 다르다. 업무 내용이 부담된다거나,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피곤하다거나 따져보면 다 적절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그냥 뭉뚱그려 귀찮다고 표현하고 귀찮아한다. 재밌는 사실은, 사실 저것들을 귀찮다고 미루지 않고 바로 해보면 사실 그렇게 귀찮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귀차니즘”은 흔한 말버릇이다. 습관적으로 귀찮아하는 자신이 싫어진다면 자신의 사전에서 “귀찮아”란 단어를 지워야 한다. 그냥 “귀찮아”란 생각이 들기 전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생각만으로는 쉽지 않다. 실제로 “귀찮아”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도록 의식하고 노력해야 한다.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꽤 다르다. 생각만으론 느낌에서 끝날 수 있지만 입에서 뱉어 버리면 내 상태를 정의하는 것이 된다. 내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거기에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은 부정적인 “자기 암시”가 된다.
나처럼 모두에겐 지우고 싶은 말버릇이 있을 것이다. 40대가 된 우리는 이제 생각 없이 나이 들어가면 안 된다. 내가 평소에 나에게 어떤 말들을 쓰는지 의식해 보자. 나를 비하하고, 우울하게 하거나 용기를 꺾어 버리는 말들은 지워버리자. “내가 그렇지..” “절대 못해”, “너무 어려워”,“망했어” 이런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표현들은 뇌를 더 긴장하게 만든다고 한다. 대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표현을 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역시, 나야~”, “다 할 수 있어”,“오! 잘될 거 같은데~” 이런 말을 자주 듣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감이 생기고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대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싶은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수록 정확하게 인식하여 집중하기 쉽다고 한다. 그런 자기 암시를 통한 잠재의식은 집착이 강해져서, 제대로 입력된 내용은 반드시 이뤄내려고 한다고 한다. 생각만으론 부족하다. 글로 적고 말로 뱉어내서 나에게 들려줘야 한다. 자신만의 사전에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단어, 표현은 지워버리자. 내가 되려고 하는 표현을 채워나가자. 그리고 주기적으로 내 사전을 확인해서 다듬자. 버릇이란 건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 말이다.
내 사전을 통해 내 말들을 정리했다면 내 감정들도 한번 들여다보고 정리해야 한다. “말버릇”처럼 감정도 “감정 버릇”이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매번 반응해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정도 습관이라고 한다. 정신과 의사인 “박용철” 작가님의 『감정도 습관이다』를 읽었다. 짐작이 갈 만한 제목이었다. 흔히 말하듯이 긍정적으로 살도록 하자 뭐 이런 내용일 거로 생각했다. 예상대로였지만 이 책이 더 좋았던 점은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뇌의 작동 원리를 들며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다. 그중 제일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상태를 지키려고 한다고 한다. 유쾌한 감정, 불쾌한 감정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익숙한 감정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유쾌하고 행복한 감정이라고 선호하는 것이 아니고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이 더 익숙하다면 그 감정에 더 안심한다고 한다.
오랜 친구 중에 우울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 친구가 있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40대 싱글녀이다. 그 친구는 실제로 “우울하다”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산다. 그 친구를 사귈 초창기엔 걱정이 돼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도 하곤 했다. 그러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친구를 만난 어느 날, 또 “아…. 우울해….”를 내뱉는 친구를 보고 내가 말했다. “넌 진짜 우울하다기보다 우울해야만 해서 우울하다고 말하는 거 같아.” 그땐 뇌의 원리는 전혀 몰랐다. 그냥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은 후 그 친구의 심리가 이해됐다. 그 친구 역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며 즐거워하기도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결국 안심되는 감정은 “우울감”이었던 것이다. “우울”이 친구의 감정 버릇인 것이다.
이런 뇌의 원리를 알게 됐으니 우린 이제 좋은 감정 습관을 만들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잘 선택하는 훈련을 해서 그 감정에 익숙해지면 된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지고, 부정적이거나 불쾌한 감정들과는 낯을 가려보자. 예를 들어 화가 나는 상황이라면 순간적으로 화와 짜증이 날 것이다. 이걸 잠시만 미뤄보자. 30초도 1분도 좋다. 잠시만 미루고 내가 화가 났음을 인지하고 내가 화가 나야 하는 상황인지를 생각해 보자. 그러다 보면 흥분이 가라앉고 평정심이 돌아온다. 가만히 내 감정을 들여다보면 지금 느끼는 감정은 분노가 아닌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일 수도 있다. 감정의 실체를 알아채고 나면 그 상황을 조금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좋은 감정을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내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 내가 주로 느끼는 감정을 알아야 하고, 어떤 감정이 들었을 때 그 감정의 실체도 가만히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선택하고 싶은 감정과 버리고 싶은 감정들을 잘 나눌 수 있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좋은 습관이 삶에 줄 수 있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다들 인정할 것이다. 그러니 진지하게, 그러나 서두르지 말고 내가 들일 감정 습관을 잘 생각해 보자.
“쾌락주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즐겁게 살지 못하면 지혜롭거나 바르게도 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은 다들 지혜롭고 바르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우린 일단 즐겁게 살아야 한다. 사람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하지만 즐겁게 느끼도록 연습할 수는 있다. 운동하고 개운함과 뿌듯함에 즐겁고, 오늘 회사 급식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즐거울 수 있다. 또 우연히 생각난 친구가 연락을 해와도 즐겁다. 이 모두가 평범하게 느낄 수도 아니면 즐겁게 느낄 수도 있음이고, 그 차이는 결국 나의 감정 선택이다.
최근에 “빅터 플랭클”의 유명한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다. 제목만 봤을 땐 아우슈비츠의 고난이 주가 되는 내용일 줄 알았다. 의외로 그 고난은 작가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매개체 정도였다. 책 전반에서 작가가 얘기해주고 싶어 한 것은 사람은 자기 삶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찾으려고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삶의 의미는 나를 점점 다듬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잘 나이 드는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쓰는 말들과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중요하다. 내가 제일 먼저 듣게 되는 나의 표현을 다듬어보자. 뭔가 바람직하거나 표본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맞게 지울 단어와 채울 단어를 알면 된다. 그것이 나만의 사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습관적으로 느끼고 싶은 감정들도 정해보자. 즐거움일 수도 행복함일 수도 평안함일 수도 감사함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생겨 나의 감정이 요동치더라도 나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려고 애쓰는 감정을 정하자. 그리고 노력하면 된다. 점점 다듬어져 가는 말버릇과 감정 습관으로 우린 또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말버릇#감정버릇#습관#내사 전#좋은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