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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하 Apr 09. 2024

14화 _ 처음 만난 엄마의 세계

남편의 해외출장 독박육아의 시작

"응애응애응애 아아악"

'어디가 아픈가 왜 저러지?'

수현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기가 왜 계속 우는지. 안아도 울고 젖병을 물려도 울고 기저귀를 갈아줘도 아기는 계속 울기만 했다. 아기가 백일 지나면 조금 살만하다던데 수현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수현은 혼자 아기를 보며 심적, 체력적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지난주부터 남편이 해외출장을 떠났다. 한 달 일정에 이제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수현은 1년은 지난 느낌이었다. 하루가 길고 지루하고 매일이 같은 일상이었다.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 세수는 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몰골에 옷 어깨 언저리는 싯누랬다. 오전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기가 보채는 걸 보니 점심때가 되었나 보다. 배가 고픈 수현이었다. 아침도 못 먹었는데 벌써 점심이다.

'점심은 뭘 먹지? 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찌이익- 문자가 왔다

"잠은 좀 잤니? 밥은 먹고 지내는 거니?"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요새는 엄마와 전화 대신 문자를 하는 수현이다. 엄마는 1개월 전 큰 수술을 받으셨다. 농사 일로 안 좋아진 허리를 수현의 몸조리를 해 주시면서 크게 다쳐 끝내 수술을 하셨다. 농사 일도 바쁜데 그 틈틈이 딸의 산후조리를 해 주시러 왔다 갔다 하다가 결국 몸에 병이 나셨다. 아직 앉아 있지 못하고 병실에 누워만 있는 엄마와 남편, 친정엄마 없이 홀로 첫 육아를 하는 수현이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만 나서 문자를 하는 중이었다

"잠도 푹 잤고, 아침도 먹고 이제 점심 먹으려고. 엄만 오늘 좀 어때? 앉는 연습은 하고 있어?"


수현은 아들에게 분유를 먹으며 창밖을 쳐다본다. 하늘, 앞 동 아파트 밖에 보이는 게 없다. 처음엔 고층이라 햇빛 잘 들어오고 훤히 내다볼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점점 적막하다. 나무라도 사람들 움직임이라도 보면 활동성이 느껴질 것도 같은데, 30층 고층에서는 어림도 없다. 모든 게 성냥갑처럼 작고 말소리, 움직임조차 잘 느껴지지 않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하늘이 좋았는데 지금은 황량함뿐이다.


아기는 처음 만난 세상이 어떤 기분일까?

수현은 처음 만난 엄마 세상이 더럽게 우울하고 지치고 세상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 어느 곳도 도움 청할 곳이 없었다. 10분의 자유로운 휴식, 마음 놓고 씻을 수 있는 자유, 카페 나들이 등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드넓은 세상에서 수현과 아기만 고립된 느낌이었다.


산후 조리원 동기 카톡방 알람이 시끄럽다. 오늘의 주제는 '통잠'이다. 백일 전후로 통잠을 자기 시작한 아가들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6시간 내내 밤잠을 잘 수 있을까? 아, 나도 거기에 해당되고 싶다' 그래도 이제 아가가 5시간은 자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6시간이 될 것 같아 작은 희망이 생긴다. 수현은 조리원 동기들이 있어 참 좋았다. 새벽녘 아기한테 분유를 먹이는 시간 누군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 든든했다. 조리원 동기들이라도 있어 하루 종일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고 보니 사람 얼굴을 보고 말해본 게 언제더라.. 말을 하고 싶었다. 울음 말고 서로 간의 대화라는 그것. 람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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