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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Jan 30. 2024

직장인 독립기: 2. 레퍼런스를 찾다

D-30. 예비 프리랜서에게 힘이 되는 도서 리스트

퇴사까지 D-3O
이번 글에서는 회사 독립하기 여정 중 나에게 위로가 되고 영감이 되어 준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감상평을 담고 있습니다.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내 세계가 매우 좁아지는 걸 한 번씩 실감하게 된다. 특히 연차가 늘어나고 한곳에 오래 있을수록 나도 모르게 '고인물이 되는 게 아닌 건가?' 계속 자기 검열을 해줘야 한다. 우리는 주에 5일을 매일 같은 장소로 출근하고 같은 사람들과 거의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한다. 비슷한 생각과 삶의 양식이 익숙하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도 이렇게 사는 거지."


직장인 관성이란 참 무섭다. 평균 주 5일 8시간 일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월급(간혹 인센티브를 주는 회사도 있다)으로 받는 것이 절대 어색하지 않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만족스럽지도 않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오랜 시간 걸려 만들어진 습관과 삶의 방식이 깨지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낯선 것, 불편한 것, 불안정한 것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당연하다. 사람들이 이직하고 싶어도 쉽게 행동에 못옮기는 이유와도 비슷한 이치다.


나 역시 왔다 갔다 할 때가 종종 있었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을 때도 있었고, 이직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같은 회사를 거의 3년째 다니다 보니 너무 편했다. 그냥 계속 있으면 지금처럼 인정받고 연봉도 1년에 한 번씩 조금씩이라도 오르겠지. 회사에서 주는 소속감과 안정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또 세상에는 나보다 높은 전문성을 가지거나 자기 PR이 뛰어나거나 스펙이 더 좋은 프리랜서 마케터들이 이미 나와 있다.

여기서 내가 경쟁력이 있을까? 혹시라도 내가 대출을 못 갚으면 어떡하지? 나중에 부모님께 손을 빌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다 한 번쯤 해봤잖아요. 나만 이런 거 아니잖아요.


이렇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할 때마다 발버둥 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봤다. 그중에서 큰 도움이 됐던 건 레퍼런스를 찾는 것. 특히 프리랜서와 독립, 일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회사를 독립하는 여정에 도움이 됐던 책들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1)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한줄평: 혹시 작가님 내 마음을 몰래 읽으셨나요?


저는 분명 일을 좋아하며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그게 제 전부가 아니길 바랍니다. 원하는 만큼 휴식하고 필요한 만큼 일하는 것.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나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들 이렇게 산다고 나도 이렇게 산다는 건, 내 인생을 남의 손에 맡긴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여기서 밑줄 쫙)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하겠다는 다짐은,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끌고 가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입니다.

-본문 일부 발췌-
프리랜서라는 단어는 때론 상상 속의 유니콘처럼 느껴진다. 실체가 없는, 뭔가 막연한 자유의 냄새를 폴폴 풍기는 그 무엇이다. 이런 근사한 말을 감히 미천한 내가 갖다 써도 되는 걸까?

-본문 일부 발췌-


이 책은 프리랜서가 되는 법, how-to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프리랜서로서 오랫동안 길고 오래 일하는 노하우와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일하다 보면 나의 고충과 고민을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조언을 들을 사람도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여자 선배도 많지 않다. 내 주변은 90%가 나와 비슷한 직장인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나는 레퍼런스를 삼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 헤매며 SNS를 염탐하거나 책도 많이 알아봤다. 그중 신예희 작가님의 책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는 작년 여름 프리랜서 준비를 하며 알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한 번에 다 읽었다. 읽는 내내 작가님 혹시 내 마음속 읽고 가셨나요? 어쩌면 난 내 소울메이트를 만난 걸지도 몰라! 라고, 혼자 오두방정을 떨었다. 내가 평생을 바라는 모습의 어른이 거기 있었다. 어쩌면 조금은 신랄하고 현실적인, 하지만 낭만을 꿈꾸고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꿈꾸는 어른을 찾았다.

20년 넘게 프리랜서 해 온 신예희 작가는 마케터가 아닌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다. 스스로를 비혼, 무자녀, 1인 가구로 일컫는 저자는 나와 달리 대학 졸업 후 회사를 가지 않고 스스로 프리랜서가 되는 길을 선택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작가가 하는 노력을 다뤘다. 프리랜서를 꿈꾸지 않는 분들도 한 번쯤 읽어보기 좋다. 특히 여성 1인가구 추천해 드립니다.



2) 나는 4시간만 일한다

한줄평: 비현실적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절실하다.




"백만장자처럼 살기 위해 노예처럼 일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요, 백만장자도 되고 싶지 않고 노예처럼 일하고 싶지도 않아요!!! 사실 제가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살아야 해! 그래야 성공해!'라는 책들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번역이 약간 이상한 건지 잘 읽히지 않아요. 작년에 프리랜서 모임을 가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책, 차마 완독은 하지 못한 책. 그럼에도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나름 좋은 자극을 줬기에 추천 도서 리스트에 넣었다. 특히 나의 안전 바운더리를 벗어난 책을 한 번쯤 읽는 것도 생각의 지평선을 넓히는 데 도움이 돼서 좋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책이다.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매일 주어진 시간(보통 7~8시간) 동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의 틀을 깨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저자의 논리였는데, 슬프게도 우리나라 상황과는 맞지 않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약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몰입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직장을 그만두기 꺼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고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앞날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품는다. 직장이 말 그대로 생지옥이 아니라 단지 지루하거나 영감을 주지 못하는 정도일 때 이 생각은 알면 타당해 보이는 매력적인 착각이다. 그야말로 생지옥은 행동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옥보다 나을 때는 필요한 정도의 교묘한 합리화를 통해 현실을 참게 만든다. (중략)
당신은 1년 전보다, 한 달 전보다, 일주일 전보다 더 잘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사정도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 이 부분에서 저는 한 대 bom! 맞은 것 같았습니다.)

-본문 일부 발췌-


감상평은 이 정도로 하고 저자가 추천하는 <꿈 시간표>를 공유한다. 이걸 참고해서 내가 꿈꾸는 6개월을 계획해 보는 것도 독립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내가 꿈꾸는 6개월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설정해 보자. 당신이 꿈꾸는 '갖기', '되기', '하기'를 적으며 생각을 크게 해 보자. 나는 이걸 여름에 작성했는데, 2024년 버전으로 새로 작성할 예정이다.  


출차=나는 4시간만 일한다
이것은 나의 꿈 시간표 초안으로 계속 쓰면서 책 설명도 다시 보며 디벨롭했다!



3)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한줄평: 밖으로 나가 일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겠구나



헤어짐도 퇴사도 피곤한 일이에요.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서 인생을 보내는 건,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도 피곤하고 더 좋은 사람이 있으리라는 법도 없으니 맞지 않는 사람을 적당히 만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본문 일부 발췌-


이 책은 프리랜서 준비하는 이들에겐 바이블이 아닐까? 같은 직장에 다녔던 두 사람이 회사를 나온 후부터 동업을 시작하기까지(스몰 브랜더를 만들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퇴사와 독립을 준비하며 도움을 받았던 레퍼런스, 책, 콘텐츠, 사람들과 tip 등을 알려준다. 특히 회사를 나와 독립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어느 정도 알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 같은 사람에게 힘이 되는 건 책이 나온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저자가 여전히 자신의 브랜드를 잘 (우여곡절이 분명히 있겠지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언젠가 저자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희망을 얻게 된다. 물론 '실천'을 해야 가능한 얘기다. 공동 저자 두 분은 퇴사 전에도 후에도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퇴사와 독립, 열심히 한/할 나를 믿을 수밖에!



4)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

한줄평: 무슨 브랜딩 책이 이렇게 따사하지?



비교적 가장 최근 읽은 따끈따근한 책, 작가님(촉촉한 마케터)은 초면이지만 이 책을 읽자마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었다. 너무 따스하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출근길 평소 습관대로 밀리의 서재를 열어서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으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많은 분량도 아니지만 주요 내용이 내 관심사라서 막힘없이 완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략) 이런 책을 쓸 때는 '로망'을 후킹해야 한다는 것이 정론입니다. (...중략)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상처가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망에 베인 상처가요. 저는 곳곳에 흉터가 남아있는 이들을 한 번 더 현혹하고 싶지 않습니다. (...중략)

로망과 후킹이 판치는 시대에 후킹으로 시작하지 않는 책을 써보고자 합니다.

-본문 일부 발췌-

아니, 좀 쩔지 않나요? 너무 멋있잖아!


어느덧 콘텐츠 마케터 9년 차, 가장 잘하는 콘텐츠는 '정보형' 콘텐츠, 유입과 전환을 위한 콘텐츠! 오직 회사를 위해서만 해 온 나의 글쓰기를 언제나 바꾸고 싶었다. 저자는 단순 지식 전달형 글이나 '내가 잘났다! 내가 이런 성과를 만들 수 있다!' 같은 '들이미는 방식의 글쓰기'로는 끌리는 퍼스널 브랜딩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주장이 내 견고한 세계를 흔들었다.

후킹하는 제목과 카피라이팅, 숫자와 성과를 강조, 조회 수와 SEO를 위한 콘텐츠...

제가 몇 년을 이렇게 일해와서, 바꾸기가 어려워요. 어렵지만 나 자신을 상품화하기 위해서 기존의 습관을 버리고 수치를 높이는 전문성이 아닌 '관점적인 전문성'을 확보할 것이다. 입체적인 나를 구성하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지속해서 기록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이렇게 총 네 가지 책-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나는 4시간만 일한다>, <퇴사합니다. 독립하려고요.>,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 -을 소개해 봤다.

그 외에도 정말 좋은 책들이 많은데 다 소개하기가 어려워서 기회가 생기면 또 좋은 책들을 소개해야지. 특히 마케터가 아닌 다른 프리랜서분들의 이야기를 나중에는 다루고 싶다. 어렸을 때는 정말 다독가였는데,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책을 읽을 시간이 없더라. 그래도 나름 몇 년째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며 출퇴근길에 짬내며 책을 읽고 있다. 작년 특히 최근 3개월 동안에는 원래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 '자기계발서'까지 많이도 읽었다. 근래 책을 좀 읽으면서 깨달은 건, 새삼스럽지만 책이 나 자신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 때로는 누군가의 위로나 조언 대신 나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책을 탐색하고 고른 책을 읽는 시간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프리랜서의 생각이 없더라도 직장을 다니면서 고민이 많다면 언급한 책들을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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