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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a Lim Oct 26. 2022

어울림과 좋아하는 것의 차이에 대하여...

Xoxo, gossip girl 정답을 알려줘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달고 살았던 가십걸과 이제는 나에게 바이블이 되어버린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영향일까. 검소하고 내추럴함에 충성을 다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발렌시아가의 뽐 나는 멋을 보고 나면 당장에 실버백을 매고 세 명은 들어갈 것 같은 그런지 스타일 후디를 입은 채 금방이라도 솟아오를 것만 같은 선글라스를 써줘야만 하는 것이다.


통 넓은 싸이하이 부츠도 빠질 수 없다. 그렇게 편하고 멋들어진 룩으로 시티-라이츠가 빛나는 길거리를 또각또각 아주 야무진 소리로 걸어 다녀야 하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 모든 멋을 휘감은 마냥.

벨라 하디드의 아름다움과 그녀가 트렌드 그 자체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최근 파파라치 사진 _ 출처 @dailyfashion_news


가끔은 홍콩이나 상해의 끈적한 선명함도 좋다. 중경삼림은 빨간, 노랑, 초록의 신호등의 원색을 가졌다. 높은 콘트라스트에 저명도인 멋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영화 같은 현실을, 현재를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굳게 자신만의 심지를 유지하고 있는, 한마디로 청춘. 그래서 매력적이다.

Marie Claire 10월호 장효선 에디터, 신선혜 포토                         <LOVE IS IN THE AIR>중 발췌

그런데 그러다가도 흔히들 말하는 프렌치 룩. 간결함에 세련된 감각의 세월이 묻어있는 스타일에 이성을 놓고 만다. 그렇다면 둘 중에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에 스며들 듯 어울릴 수 있는 것, 도드라지는 것은 우아함이 될 수 없다는 로로피아나 여사의 말을 따라 소위 나의 룩을 찾아보고자 하였으나, 프렌치 룩을 추구하기엔 안타깝게도 내 다리가 너무 짧다. 말 그대로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고만 말 것이다. 와중에 너네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듯 마구 구겨지고 심지어는 흙이 묻은 것만 같은 발레 슈즈를 내보이는 발렌시아가의 당참이 너무도 사랑스러운 걸 보면 이왕 짧은 다리 힙하게라도 입어야 하나 싶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겠지. 잠깐의 침묵과 반성 및 현타의 시간.


슈즈 Balenciaga_@dailyfashion_news 출처

내로라하는 브랜드에 자의든 타의든 불려 다니다 보니 보는 눈만 높아져 버렸다.

소위 대단하다고 하는 것들을 볼 만큼 보고, 겪을 만큼 겪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너무 넓었고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그리스·로마 신화 만화 버전에서 포도와 꿀과 젖에 둘러싸여 있던... 그런 풍경 나 이제 본 것 같아. 비록 나는 초청받았다기보단 호스트의 입장이었지만 - 그것도 아주 뜨거운, 전화기에 불난다는 말은 마케터, 그것도 패션 쪽 마케터를 위한 말이리라 -그 순간만큼은 내가 블레어였고, 캐리 브래드쇼였다. 이래서 이쪽을 선택했지, 몸 곳곳에 빈틈없이 느꼈다.

Fendi의 Film

“이건 바게트예요!”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바게트를 든 채로 - 최근에 펜디는 바게트 25주년을 맞이했고, 역시나 중심에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백을 든 사라 제시카 파커가 있었다

2022 Fendi Baguette’s 25th anniversary event .                        출처 HARPER’S BAZAAR

-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살아야 하건만. 아직도 나의 뇌 한 부분에 사는 모든 세포가 그게 내가 원하던 인생이라고 부르짖고 있건만, 반전으로 나는 잠깐 손을 떼볼까, 한다.


확실하게 결정이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조금 지쳤다는 것. 반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에 많은 것을 흡수했고, 매초 배웠으며, 최선을 다했다는 것. [최선: 온 정성과 힘]을 다했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항상 자신에게 말해왔다. 최선을 다했다고 호언하는 사람치고 최선을 실제로 해낸 사람은 드문 법이다. 허지웅의 본받고 싶은 어른, 어른다운 어른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유병재의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는 뚜렷이 있기에, 최선을 인정하는 것을 지양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넉 달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Coperni SS23 show, complete blowout

최선은 상대적인 최고이자 완벽한 상태와는 거리감이 있다. 나는 내 최선이 완성도 높은 선택이었는지 알지 못하고, 아마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알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지금 내게 다음 선택은 무엇이냐- 물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 정도가 들을 수 있는 가장 괜찮은 퀄리티의 답변일 것이다.


그저 나에게 조금  솔직해져 보려고 한다. 나는 세레나를 사랑했던 것만큼 파인만을 사랑했고, 잡지를 읽는  보단 온갖 수식으로 칠판을 채우는  더욱 익숙했으며, 쇼핑하러 가는  이상으로 서점에 가는 것에 설레했던 사람이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우선은 잠깐의 pause 두고자 한다. 그동안 매일 출근 시간의 강남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내렸던  자신을 칭찬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오  뒤의 내가  입고 있을지, 어떤 걸음일지, 걷고는 있을지 어딘가에서 기어 다니고 있지나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목적지가 미미하게나마 보일 수는 있지 않을까.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 언제나  해왔으니까.

아…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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