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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a Lim Feb 04. 2023

아트의 쓸모

혹은 쓸모와 의미의 관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보통 줏대 없이 목적이 바뀜에 따라 이쪽에서 저쪽으로 흔들리는 태도를 이야기할 때 비관의 입꼬리로 위의 말을 읊는다. 그러나 예술에서는 다르다. 어디에 걸던, 걸릴 수 있다면 그 모습 그대로 쓸모를 가진다. 갤러리에 걸린 그림은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의미를 품었다는 것에서 가치가 발현된다. 더 이상 불규칙한 선과 색의 조합이 아닌, 예술이 완성된다. 쓸모가 있는 삶!

서울공예박물관 뒷골목, 걸어 들어가기만 해도 추억을 건네줄 것만 같은 조그마한 상점들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 더 플럭스 더 플로우 에서 새해를 맞아 1 월 12 일 부터 2 월 5 일까지 이성수 작가의 그림전 < My Cat, My Schrödinger> 가 열리고 있다. 나의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제목에서 양자역학에 관하여 소위 ‘찍먹’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키우던 고양이가 사라졌나’ 혹은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 가상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인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실제 이성수 작가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반려묘 ‘꾸미’가 실제로 박스에 들어간 모습을 그린다. 그림의 유일한 등장인물인 작가와 꾸미 둘은 절친한 친구다. 같이 공연을 하기도 하고, 화분을 바라보기도 하고, 우주 여행을 하기도 한다.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의 리더이자 레이블 하드보일드뮤직의 대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그의 그림은 단순하고, 따듯하며 귀엽기까지 하다.


익숙한 따듯함이 감도는 크래프트 지 위에 연필로 가볍게, 때로는 꾹꾹 눌러서 표현한 선에서 진심과 진심에 솔직한 사람들 만의 특권인 행복이 스며나오는 듯 하다. 추억 속 바래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와 꾸미의 일상이 장면장면 넘어간다. 약 삼년의 잊혀진 시간 속 1000장에 달할 정도로 매일 빼곡히 그려진 그의 삶은 딱 색의 부재의 공허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따듯한 행복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최근 팬데믹의 삶에서 줄어든 만남의 횟수가 반려묘를 관심 깊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변환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하루에 한 장씩, 시선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 시선은 결국 꾸미만이 아닌 관객들에게까지 닿아 새로운 의미를 꾸준하고 성실하게 피워내고 있다.

지하 1층의 공연과 1층의 전시를 지나면 2층에 더욱 가득한 그림과 짧은 영상이 있다. 마치 설날에 마주한 선물상자처럼, 푸근한 구성이 작가와 작가의 그림에 대하여 친절히 얘기를 건넨다. 그의 그림에는 대책없는 즐거움과 생생함이 있다. 그 즐거움이 성취감등에서 비롯한 휘발성을 띄는 것이 아닌,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듯한 안정감의 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대책없이 행복하고, 현재에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것은 작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녹아 담겨서 일 것만 같다는 즐거운 생각으로 스스로 삶을 향한 마음가짐도 점검하게 해준다.

얍 하트하트 출처 @iceball, @lush

쓸모란 거창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의미는 누군가가 바라봐주는 시선이 될 수도, 혹은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의미있는 ‘걸이’가 되어 어떤 장소에서든 맡은 바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모두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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