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하는 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제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최고의 수단인데, 이걸 제대로 못하게 되니 이 또한 스트레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살이 잘 붙는 체질이기에 움직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라, '운동을 못하니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고, 살이 붙는구나'라는 생각에서 더 벗어날 수 없게 되었어요. 운동을 못하니 살이 쪘을 것이고, 살이 찌니 나중에 허리가 나아도 운동하기 싫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기 전에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싶은데, 병원에서는 아직은 크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합니다. 이런 마음에 안드는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고, 살찌고 운동 안 하고 운동 안 해서 더 살찌는 악순환을 빨리 깨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점점 초조해집니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기로 하였고 드디어 찾았습니다.
"촤르르, 쏴아~"
무슨 소리냐고요? 오징어 볶음을 만들기 위해 웍에 기름을 붓고 대파를 빠르게 볶아내는 소리입니다.오징어가 딱딱해지지 않아야 하고 야채에서 물이 나오면 안 되니 짧은 시간에 재료를 볶는 것이 핵심입니다. 왼손으로 웍을 날렵하게 휘둘러 고추장 양념에 후루룩 버무린 다음 접시에 담아냅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오징어 볶음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리는 마지막 의식까지 완수하면 저녁 메뉴가 완성됩니다.
허리가 아파 체육관에 못 가는 시간이 길어지자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요리와는 거리가 좀 있는 사람입니다만, 요리에 집중하는 동안 잡생각이 사라지고, 썩 훌륭하지는 않지만 나의 작은 노력으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습니다. 굳이 계기를 꼽자면, 딸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음식을 해주면서 관심이 부쩍 늘어서 라고 해두겠습니다.
음식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여 스트레스를 잊는 것이 목적이기에 제게 음식맛은 두번째 순위입니다. 맛은 계량이 정확하다면 따라오겠지, 맛이 없으면 다시 만들면 되지 하는 편한 마음으로 만들기에 몰두했습니다. 엄마의 요리실력이 나날이 늘어난다는 딸과 남편의 칭찬에 다 만들고 났을 때의 성취감도 커지고 있구요. 지난주에는 요리 고수들이라면 한쪽 눈을 감고 발가락 만으로 만들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요리인 콩나물과 시금치 무침, 두부 부침과 달래 된장국, 물기 없는 오징어 볶음을 만들어 보았고, 오늘은 저녁상에 감바스와 알리오올리오를 내놓았습니다.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제게 이런 날이 오기도 하네요.
비용이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직장일을 하면서 집에서 밥까지 해 먹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동안 다른 생각 없이 온전히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기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요리에 매진해 볼 생각입니다. 당분간은 이 짜릿함에서 헤어날 수 없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