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 또한 읽고 싶은 책은 쌓여만 가고, 진도는 나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종이책을 들고 자리를 잡고 앉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비교, 분석하기에 좋은 방법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많은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e-book과 오디오북이었다.
이어령 문화평론가가 책의 본질에 대해 ‘월인천강지곡’에 비유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달이 일천 개의 강에 비친다. 종이책은 ‘달’이다. e-book은 ‘강물에 비친 달’이다. 강물에 비친 달이 달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것처럼, e-book은 다른 형태의 책일 뿐, 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종이책만을 선호했다. 유형의 익숙함이 좋았다. 종이의 질감,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눈으로 확인하는 만족감, 훌륭한 인테리어 기능까지. 이사할 때 책의 무게로 인한 고충을 제외하면 종이책이 주는 만족감은 아주 높다.
반면 예전에 활동한 독서 모임에 e-book만을 선호하는 멤버가 있었다. 집에 책이 쌓이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 였다. e-book 리더기라는 핫한 아이템이 신기했다. 견물생심, 리더기까지 구입했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아 중고로 팔아버렸다. 그러다가 급히 읽어야하는 책이 있어 테블릿으로 e-book을 구매 했다. 종이 책보다 저렴한 가격에 결재 즉시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QR코드와 링크 연결이 많은 책을 볼 때이다. 딸과 함께 보기 위해 ‘엄마표 영어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QR코드와 URL을 제공하여 연계 활동까지 이어서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종이책의 경우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거나 컴퓨터로 링크를 입력해야 하지만 e-book은 터치 한 번으로 사이트 이동이 가능했다. 테블릿 하나로 모든게 가능하니 매우 편리했다.
오디오북의 장점을 알게 된 건 지난 가을이었다. 전남 내장산으로 캠핑을 갔다. 나는 운전을 할 때 음악을 듣는다. 그날은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왕복 6시간, 차 안에서 ‘초예측’이라는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남편은 운전에 집중 안된다며 걱정했지만, 나는 운전 시간이 따분하지 않고 좋았다. 오디오북은 집안 일을 할 때에도 유용하다. 성우가 읽어주는 책은 가독성 또한 뛰어나다. 오디오북 사이트에는 아이들 동화책도 제공하고 있어 차 안이나 잠자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윌*, 밀*의 서재, 리*북스, 예스**북클럽 등 e-book과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사이트에 각각 가입해서 월별로 1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신간이 부족하고, 찾는 책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단지 이런 이유로 종이책만 고수하기에는 새로운 형태의 책이 주는 달콤함이 크다. 그래서 나는 월회원 가입이 아니라 e-book이든 오디오북이든 원하는 책을 개별로 구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양한 형태의 책들은 필살기가 각기 다른 무기와 같다. 나는 종이책이라는 메인 무기를 장착하고, e-book과 오디오북이라는 서브 무기를 얻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진화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형태의 책을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거부했다면 한 번 시도해 보라. 나는 더욱 만족스러운 독서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