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늬밤 Dec 22. 2020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글쓰기

한 해 마무리 그리고 글쓰기 계획을 나눕니다

길고 긴 겨울밤은 도무지 익숙해지는 법이 없지만, 어제는 그중에서도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었습니다. 몇백 년 만에 목성과 토성이 가장 가까워진다는 대근접일이기도 했지요. 목성과 토성 사이의 거리가 기록적으로 가까워져 마치 하나의 큰 별처럼 보인다고 하던데요. 모두 뭉근한 팥죽 한 그릇과 함께 역사적인 밤하늘을 만끽하셨는지요?


그 광경을 보겠다고 기한이 막바지인 문서들일랑 제쳐두고 퇴근한 것이 무색하게도, 애타게 마주한 도시의 밤하늘은 일렁이는 불빛과 여유로운 구름 떼들로 가득했습니다. 다시 일하러 돌아갈 수도 없고 애꿎은 초승달만 홀겨 보다가 노트북을 켰습니다. 그리고, 역시 브런치북 프로젝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브런치북이라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수상하신 모든 작가님들께 축하와 기쁨의 박수를 보냅니다.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하고 싶은 얘기를 자기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건,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다른 주제와 시각으로 다양하게 펼쳐낸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작품들이라 그저 감탄했습니다. 브런치팀의 문구처럼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찬찬히 읽어나가보려 합니다.



Erwan Hesry, Unsplash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글을 써나갈 저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격려와 응원의 토닥임을 건넵니다.


제 얘길 잠시 하자면, 전 사실 응모를 하면서도 정말 아무런 기대조차(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요) 하지 않았는데요. 프로젝트에 응모된 수많은 근사한 브런치북들을 보며 '누가 내 글을 읽어는 보려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거니와 애초에 출판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글들이 아닌, 저를 위한 글쓰기였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건 출판사 입장에서는 '컨셉과 대상 독자가 확실한 한 권의 완성된 작품'을 선정할 것인데 내 브런치북은 과연 거기에 부합한가, 자문했을 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영감과 사유들로 그저 한 편, 한 편 진솔하게 써 내려간 글들일 뿐이었거든요. 물론 그중 단 한 편이라도 진심 없이 허투루 쓴 글은 결단코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런 부족한 글임에도 맛있게 읽어주시고 마음 다해 정성스런 공감과 감상을 남기며, 꼭 수상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격려해주신 분들께 많이 부끄럽고도 감사했습니다. 스스로의 글쓰기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작은 작가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색과 결로 이루어진 작가님들의 글들을 통해 큰 위로와 글쓰기에 대한 건강한 자극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앞으로 어떤 글들을 써야 할지 방향을 찾은 기분입니다. 아주 많이, 무척 고맙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 계획을 나눕니다


연말이면 늘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이맘때가 늘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업무 시즌이라 늦은 퇴근과 푸석푸석한 얼굴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틈틈이 내년도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물론, 글쓰기 계획부터 시작했지요.


글 쓰는 영역을 좀 확장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미술'을 소재로 글을 써왔는데요. 사실 제 글을 애독해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글을 쓸 때 그림 그 자체를 설명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한다기보단, 그림을 통해 '삶의 경험들'과 '인간 본연의 가치들'을 얘기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은 누구나 조금만 검색하고 공부하면 쉽게 습득할 수 있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인생에 대한 성찰이나 사유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일 테니까요.


 영화와 책들 (좌) Myke Simon  /  (우) Chris Lawton, Unsplash

그래서 앞으로는 그림만큼이나 제가 사랑하고 자주 꺼내 먹는 또 다른 장르들을 통해 이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삶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우리네 인간사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비추어주는 예술적 장르들.. 네. 영화와 문학에 관한 글,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담은 써나갈 계획입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살면서 절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과 인문학적 사유를 다루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쉽고 맛있는 명화 브런치도 계속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도 써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겐 저보다 더 젊은 나이에 이미 소설가로 등단하신 아버지가 계신데요. 꼬꼬마 시절부터 '나도 언젠가 꼭 아빠처럼 소설가가 되어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다짐하곤 했습니다. 물론 브런치라는 매체 특성상 이곳에 발행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공언하는 이유는, 그 과정이 분명 순탄치 않고 괴로울 것임을 이미 직감하기에.. 무를 수 없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매듭짓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어느 책의 제목처럼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그냥 마음속에 묵혀만 둘 수는 없기도 하고요.





글쓰기란 결국 유희다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노라면 아무래도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의 해'이라는 말로 명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괴롭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으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런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기쁨과 즐거움을 얻었다고 자신합니다.


소설 <젊은 사자들>을 쓴 미국의 작가 어윈 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계속 써라. 글쓰기란 결국 유희고, 유희에는 대가가 필요 없는 법이다. 당신이 진짜 작가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쓸 것이다.' 그의 말처럼 '글쓰기란 결국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라는 걸 깨달아버려서, 저는 이 보상도 없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유희의 길을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기꺼이 계속 걸어 나갈 생각입니다. 때론 좌절도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재밌고 즐거울 테니 살짝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Steven Houston, Unsplash

브런치 프로젝트의 결과가 우리의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누군가는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며 쿨-하게 넘겨버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수상작과 자신의 글을 철저하게 비교 분석하며 다음을 기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에 밤낮 매달렸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못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지 못하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지만 단언컨대 '글쓰기의 유희'를 알아버린 이상, 우리는 계속 글을 써나갈 것이고 또 써나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글 쓰며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글 쓰며 살아갈 나날이 더 많을 우리들이잖아요. 아직 쓰이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은, 그리고 그 안에 담길 저마다의 이야기는 쓰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사라지지 않게 꾹꾹 눌러 담는 마음으로, 내년을 위한 글쓰기 계획을 준비해 가며 포근하게 한 해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계속해서 예술적인 글쓰기로 찾아뵐게요-!



*. 작가명을 변경합니다 :)

작가의 이전글 평범하지만 대단한 우리들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