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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Jun 28. 2024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雲山 최순자(2024).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9.     


내 학부 전공은 한국사이다. 우리 뿌리를 알고 싶었고,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엄혹한 시대 역사학도로 학창시절을 보내며, 지도자들의 사고형성에 관심을 갖고, 졸업 후 인간발달을 다시 공부했다. 지난 4월 중순에 학부 학과 후배에게 온 문자이다.      


“선배님! 화창한 봄날에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강의하시느라 많이 바쁘시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일 11시 국사학과 창립 40주년 준비모임이 모교 문리학관에서 있습니다. 제일 주인공이셔서 모임에 와 주시면 좋으신데 가능하실런지요? 참석이 어려우시면 40주년 행사에서 꼭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이나 바라는 점 알려주시면 잘 전달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냈다. “제일 주인공이라기보다, 내가 학회장 하면서 88학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88. 2. 6. 금)했을 때, 자네가 나에게 조교(교수?)인 줄 알았다고 했던 얘기가 생각나네. 내일 일정이 있어 참석은 어려운데, 몇 가지 생각나는 내용 간단히 적어봄세.”     


“주로 내가 학회장하면서 했던 행사나 일이지만, 학과 초기와 자네들과의 연결 고리가 되는 시기로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네. 학과에 지금도 액자 걸려있는지 모르겠네. 당시 학회장 하면서 붓글씨를 잘 썼던 87학번 고, 신00에게 써 달라고 해서 액자를 만들어 걸어뒀던 학과 정신     


● 하나 되는 학회(공동체)

● 실천하는 학회(책임성)

● 진실한 학회(신뢰성)”     


“사랑제(역사의 물결, 제1회 1987. 12. 5: 졸업생 환송회 및 국사인의 밤) 개최 이후 사성제(역사의 함성, 1988년)고 바뀐 국사학과 선후배 연례행사가 되었네. 또 학생, 교수 모두의 소통을 위한 ‘국사학회보’ 신문 창간, 방학 때 과제로 내준 탁본을 해서 연 탁본전시회(밤열차를 타고 오대산 상원사종 탁본, 밤새 학생회관에서 탁본을 지켰던 일 등 떠오름), 강화도(전 학년, 신입생 환영 의미) 답사 외 학과 답사지 소개, 학교 체육대회에서 농구 우승(인원이 부족해 박00 교수도 선수로 뜀)”     


“대동제 민속주점 운영 이익금으로 학과 자료 보관을 위해 을지로에서 철제 캐비넷을 사서 학생회실에 둠, 일부로 오래 가지고 있으라고 철제로 사서 용달차에 같이 타고 싣고 왔는데 지금도 있나 모르겠네.”   


“우리 학과에서 주관해서 개최한 서울향토사학술대회(세종문화회관)(1987. 11. 27), 외부 인사 초청 학과 주최 초청 강연회(1987. 10. 30. 이대 진00 교수 : 민족주의 얘기 등), 집행부 및 학과 MT의 추억(평화의 집 등), 학과 단합을 위해 학과 차원 생일 축하 행사 등”     


“당시는 격동의 시기로 학과, 학교, 서울지역사학연합회 등 각종 회의가 많았고, 거리로 나간 일도 많았지. 고 최00 교수님이 교문까지 배웅하며, “닭장(경찰차)에는 잡혀가지 마라.”고 했는데, 일부러 데이트하는 척 00과 조를 짜서 나갔다가 남대문에서 잡혀, 마포서에서 강남서로 이송되어 밤을 새우고 풀려난 기억들도 떠오르네. 무기정학 철회하라며, 총장실에서 단식 농성하면서 학과 학우들에게 보낸 편지들도 있네.”     


조금 길지만, 이상의 내용과 함께 학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 몇 가지를 사진 자료나, 자료를 영상으로 편집해서 잠깐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나중에 40주년 준비모임에서 선배님 계시는 연구원으로 1박 2일 MT 가도 될련지요?”라고 왔길래, “잠자리가 편할지 모르겠으나 환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내가 한 말을 복사해서 그날 참석한 준비위원들에게 배부했다고 한다. 대학 학창시절은 역사학도로 역사와 사회, 민족을 가슴에 품고 열정적으로 보냈다. ‘내 사랑, 국사학과’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었다. 그 사랑으로 동창회 발전과 행사를 위해 마음을 보냈다.    

 

그때 만난 인연 중에 절친도 있고, 종종 만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만나지 못하는 학우들이 더 많다.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기른 작은 표주박에 마음을 보낸 눈이 유난히 반짝이던 그 학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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