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山 최순자(2024). 그리움을 담아.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6.
저녁 식사 후 나의 일과 중 하나는 운동이다. 동네 한 바퀴 돌기, 마을 족구장에서 맨발 걷기, 운동기구로 근력운동을 하다 보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맨발 걷기는 겨울에는 발이 시려 못하고 걷기만 한다.
어느 때부턴가 마을 어르신 중 부부가 매일 꾸준히 동네 세 바퀴 돌기를 하고 있다. 낮에는 일을 다니는 분들이다. 오다가다 만나 얘기를 나눈다. 어느 날 운동 중, 남자분이 잠깐 집에 들어간 사이 그의 아내가 내 쪽으로 오셨다. 근처에 사는 어르신도 합류해 얘기를 나눴다.
“우리 집에 온 아들이 하루는 묻더라고요. 엄마 내가 더 좋아, 00가 더 좋아?” “아 이놈아, 아들이 더 좋지, 손주가 더 좋냐? 저는 아들이 더 좋더라고요. 손주는 이쁘기는 하죠.”라고 하신다. 다른 분이 말을 받으신다.
“아들이 회사에서 독일로 유학 갔는데, 며느리도 교사를 그만두고 따라갔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들보다 며늘 아이가 보고 싶어 눈물이 나더라고요.”
좋고, 보고 싶은 감정은 강물과 같지 않나 싶다. 강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바다는 그리움이다. 만나지 못하고 떨어져 있을 때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생긴다. 동경 유학 중 내 잠자리 머리맡에는 어린 조카들 사진이 있었다. 그들이 사랑스럽고 그리웠다.
요즘 내 그리움의 대상은 하늘의 별이 되신 아버지다. 그 그리움을 담아 ‘아버지의 정원’을 만드는 중이다. 공명재에는 바깥, 옆, 뒤로는 꽃잔디, 작약, 철쭉, 구절초 등이 화사하게 핀다. 대문 안쪽에는 사다 놓은 모래가 한가득 있다. 그 모래를 텃밭 옆 퇴비 자리를 반으로 줄여 옮기는 중이다. 무리가 가지 않도록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하루에 열 소쿠리 정도 옮기고 있다.
아버지는 유난히 음악과 꽃을 좋아했다. 집에서는 라디오를 끼고 살며 음악을 들었다. 아버지가 만든 화단은 잘 꾸며진 정원은 아니었지만, 작약, 장미, 국화, 봉숭아꽃이 피고 지고를 했다. 부끄럼을 타는 듯한 채송화는 처마 밑에서 함초롬하게 피었다. 감나무, 포도나무도 있었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꽃들로 작은 화단을 만들어 그리움을 달래보고자 한다.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