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4). 연과 아이들의 꿈.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25.
평소에는 조용한 동네 골목길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주말인 전날부터 옆집에서 들렸던 아이들 소리다. 두 손주 아이가 온 모양이다. 골목에서 한동안 어른과 아이들 목소리가 오간다.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창밖으로 내다봤다. 뜻밖의 장면이 눈이 들어왔다. 예전 같으면 겨울에나 볼 수 있는 연이 보였다. 연을 본 순간 명절을 맞은 기분도 들었다. 빨간 꼬리를 단 흰색 가오리 모양 연이 전깃줄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왔다가 연날리기를 한 모양이다. 연을 사 온 부모나 연날리기를 한 아이들도 기특하다.
잠시 후 인사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을 태운 자동차가 움직인다. 아빠가 연을 올려보더니 “다시 올 때까지 잘 있어.”라고 한다. 아이들은 속상해서 연을 아예 보지 않은 걸까.
최근 ‘하늘만은 남겨두자’라는 김기석 목사의 글(경향신문 2024. 6. 14.)을 읽었다. 그는 “풍선은 일종의 꿈이다. 중력을 거슬러 상승하려는 인류의 꿈 말이다. (중략) 땅에 그어진 경계선 때문에 하늘조차 나뉘었다. 그 하늘을 오물 풍선과 대북 전단을 담은 풍선이 점유하는 이 현실이 가슴 아프다. (중략)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하늘만은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증오와 적대감이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향한 상승의 꿈을 위한 공간으로 말이다.”라고 적고 있다.
연도 풍선과 같이 상승의 꿈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농사일이 한가한 겨울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연 날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주로 남자아이들 놀이였다. 가운데가 뚫린 사각형 모양으로 얇게 자른 대나무에 창호지를 발라 만든 연이었다. 연날리기는 줄을 잘 풀어주어야 했다. 또 방해물이 없어야 해서 넓은 공간에서 날렸다.
전깃줄에 매달린 연은 멈추지 않고 항상 하늘을 날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경쟁 속을 헤쳐 나가고 있는 현실의 아이들 꿈인 줄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