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4). 싸리나무 빗자루.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6. 17.
“마을 분들에게 알립니다. 6월 16일 오후 6시 30분까지 낫이나 호미 등을 들고 족구장으로 모여주시기를 바랍니다. 풀 제거 등 청소하고자 합니다. 참석하여 마을 협동심을 보여줍시다.”
마을 반장에게 하루 전날 온 문자이다. 마을에 알릴 사항이 있으면 일흔이 넘은 반장이 30여 명을 그룹 문자로 보내고 있다. 안내를 받고 잊어버릴까 봐 일정표에 기록해 두었다. 지난해까지는 마을 공적인 일에는 주로 남편이 참석했으나, 사정상 당분간은 내가 참석해야 한다.
나서기 전 엊그제 심은 참깨와 한참 자라며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참외, 감자, 오이, 수박, 토마토, 고추, 가지, 옥수수, 들깨 등에 물을 주었다. 잔디밭도 말라가는 곳을 골라 주었다. 일 끝나면 운동을 하고 오기 위한 차림으로 톱낫을 들고 나섰다.
족구장 근처에 도착하니 반장을 비롯해 몇 분이 벌써 제초기, 낫, 호미로 길가 풀을 제거하고 있다. 나는 운동기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쑥과 두세 가지 풀을 뽑거나 낫으로 베었다. 풀을 제거하며 “저는 풀도 예쁘더라고요.” 했더니 바로 옆에서 풀 제거를 하던 분이 “그러면 집에 갖다 심으세요.”라고 한다.
어느 분은 해바라기 재배를 조금 많이 했다며 마을 화단에 심는다. 이를 보고 물을 떠다 주는 분도 있었다. 내가 운동하며 맨발 걷기를 하는 족구장 가장자리 키 큰 풀을 제초기와 낫으로 제거해 주는 분들도 있었다. 내가 했던 구역을 마치고 제거한 풀을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땅에다 갖다 놓았다. 다른 분들이 제거한 풀도 옮겼다.
반장이 바위틈에서 받아왔다는 약수를 권한다. 목이 말랐던 터라 두 잔이나 마셨다. 옆에 있던 교장으로 은퇴한 일흔이 넘은 주민은 “아이고, 박사님 수고가 너무 많으시네요.”라고 격려한다. 한 분이 “이제 다 끝났나?”라고 하자, 반장이 “쓸어야 할 텐 데.”라고 한다.
제초기로 풀을 제거하면서 길가에 떨어진 잎과 흙 등이 눈에 보였다. 평소에 운동하며 봤던 족구장 근처에 있던 싸리나무를 베었다. 이를 본 분이 “빗자루를 만들면 되겠네. 머리가 금방 돌아가네.”라고 한다. 빗자루 형태를 만들어 쓸다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일을 끝냈다.
양말을 벗고 맨발로 족구장을 돌다 싸리나무를 들고 귀가했다. 싸리나무 씨를 받고몽당 빗자루를 만들 요량이다. 앞으로도 쭉 싸리나무로 빗자루를 만들어 써볼 생각이다. 유년기 시골집에서 봤던 빗자루가 마음 설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