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기억들의 조각
어릴 적 유난히도 포근했던 느낌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 추운 겨울날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으로 포켓몬스터를 보면서 누워 있었다.
텔레비전이 있는 안방의 창은 너무 커서 우풍이 심했던탓에 작은 전기난로 틀어 놓곤 했는데 그 옆에서 베개를 베며 누워 있었을 것이다.
주방에서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끓고 있는 된장찌개의 냄새가 섞이고,
나는 작은 난로의 온기로 추웠던 몸이 녹으며 사르르 잠이 몰려와 눈이 감기던 그때 희미해지는 나의 의식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행복에 가까운 평화를 느낀 것 같다.
그때의 그 기분과 기억이 성인이 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곤 한다. 사소한 기억들의 힘은 아마도 이런 것일까.
사실은 그 기억이 나에게 현재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감정을 실감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로부터 오는 것 같다.
결국 그 실감이라는 것은 성인이 된 지금의 내가 더욱 깊은 감정을 실감할 수 있는 지표이지 않을까.
사소함으로 비롯된 순간의 실감을 부단히 알아차리는 노력을 해나간다면 시간이 흐른 뒤의 나는 조금 더 솔직하고 적확한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별 거 아닐 수 있던 기억이 행복이란 감정을 알아차리게 해 준 것처럼 모든 사소함 속에는 꽤나 많은 소중한 것들이 담겨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