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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Apr 17. 2024

11. 캐나다 취업과 기회

입사 후 나는 석고 모델 만드는 부서에서도 트레이닝, 지르코니아(크라운재료 중 하나) 크라운 Trimming 등을 전전? 하며 3개월 이상을 보냈다. 딱 정해진 포지션이 없이 회사에서 원하는 대로 멀티플레이어로서 키워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 느. 날.

갑자기 매니저가 나를 따로 부르더니 현재 캐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성질 나쁜 금발 언니가 2주 후 그만둘 거라며 저에게 월요일부터는 캐드 디자인 트레이닝을 받으라고 했다. 그 금발언니는 매니저와 최근 충돌이 잦았는데 결국 그만두는 걸로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사람들이 뒤에서 '쟤 저러다 잘리겠다~' 하던 참이라 저도 은근히 바라던 바였는데 본인이 그만둘 줄이야. 기회는 이렇게도 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캐드 디자이너로서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캐드 디자인을 위해 치기공 학원에서 배웠던 소프트웨어는 엑소캐드(Exocad)라는 것이었는데, 우리 회사에서는 3 Shape이라는 프로그램을 쓰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기능 등을 배우고, 회사에서 정해둔 각각의 제품에 따른 세부 수치들, 매니저가 원하는 Anatomy(해부학) 스타일 등을 작업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2주 정도 과거의 케이스로 연습을 하고 나니 매니저가 실제 의뢰된 케이스로 작업을 해 보라고 했다. 작업하고 나면 선임과 팀리더가 점검해 수정했으면 하는 사항들을 말해주면 고치고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3주가 되니 앞으론 굳이 점검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이후로는 혼자 작업을 진행하고 굳이 물어보고 싶거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다. 


그런데 혼자 진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디자인된 크라운들을 Milling(기계로 깎아내는 작업입니다)까지 시켰다. 이것도 또한 밀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Nesting이라는 작업을 거쳐 밀링 기계로 정보를 내보내 깎도록 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네 스팅 하는 소프트웨어를 또 배우고, 밀링 하는 기계들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밀링 하는 재료들이 두께별, 색상별로 다르고, 기계들이 오래돼서 오류가 나면 제조사에 문의하고 수리를 의뢰하고...

이렇게 또 1주일 지나가니 선임이 자기가 휴가 가면 제가 혼자 밀링을 책임져야 한다며 더 밀어붙였다.

마흔 넘은 두뇌에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input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선임이 가르쳐줄 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서 작업할 때 복습하고, 노트에 열심히 필기해 가며 해 나갔다. 매니저가 지나갈 때마다 "잘하고 있어요!" 흡족해했다. 그렇게 선임의 휴가기간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싱글 케이스 한 개 디자인에 40분 이상 걸리던 것이 이제는 10분으로 줄어들었다. 처음에 매니저가 경력 있는 사람들이 보통 10분 정도에 싱글 크라운 한 케이스 한다고 그걸 목표로 하라고 할 때만 해도 헉~!!! 그게 어떻게 가능해~!!! 했었는데 반복해서 하다 보니 시간도 금방 단축되었다. 학원 선생님이 '결국은 반복과 숙달의 문제'라고 하셨었는데 정말 그랬다. 나중에 1년 이상 지나니 9분대까지 줄어들었고 하루에  25~30개 unit을 디자인하면서 5~60개의 unit을 밀링 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큰 회사에서는 인력들의 변동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인력 변동이 거의 없어서 승진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를 모두 잡다하게 많은 기술을 배우기에 좋다고들 한다. 그래서 이상적인 것은 작은 회사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고 나서 큰 회사로 옮기는 것이라고들 한다. 본인이 치기공을 전공했고 라이선스가 있어서 여러 경험 후 창업하여 자기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라면 전략적으로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어차피 고용된 입장만을 고려한다면 큰 회사가 대우나 복지 면에서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 작은 회사에서는 독립된 HR부서도 없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비단 치기공뿐 아니라 어느 분야나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창업에 있어서 전공여부, 라이선스 보유 등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라 작은 회사에서 멀티플레이어로서 경험하며 창업을 준비하는 것 또한 좋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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