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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프리랜서 May 21. 2021

#12. 나쁜 피드백에 대처하는 방법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일까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피드백을 받는다.


그 수많은 피드백을 도대체 어디까지 수용을 해야 할까? 


그 기준선을 정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 듯싶다.

사실 대부분은 요구하는대로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가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무리한 요구가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황당했던 피드백 몇 가지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한 번은 공공기관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는데 미팅 당시 레퍼런스도 보여드리고 스타일도 어느 정도 정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철저하게 판단 미스였다.

그 당시 레퍼런스의 컬러톤은 베이지톤이었고 당연히 그게 마음에 들 거라 생각해서 전체적인 컬러컨셉도 웜톤으로 맞춰서 작업해서 보여드렸다.


그랬더니 돌아온 피드백은...


“ 피디님. 하늘 색감이 황사 낀 것처럼 칙칙해요. 파랗게 바꿀 수 없을까요?”

“아...? 황사요....? 네 파란 하늘로 바꿔서 다시 전달드리겠습니다.”


살다 살다... 황사 낀 것 같다는 피드백은 또 처음이었다.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본인들이 결정한 레퍼런스에 최대한 가깝게 디자인해서 보냈더니 돌아온 대답이 황사라니..

칙칙하다, 안 예쁘다 같은 건 양반일 정도였다.


이밖에도 폰트가 별로다, 캐릭터 피부색이 너무 칙칙하다, 옷 색깔이 불타는 고구마 같다던지..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의 단어 구사력도 꽤나 창의적이다.


왼쪽이 초안. 오른쪽이 수정안이다


경험상 피드백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겠다.

누가 들어도 납득이 될 만한 피드백과 본인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피드백.

전자의 피드백이라면 언제나(는 아니고) 환영이지만 후자라면 결과물이 담당자의 취향대로 나올 가능성 100%다. 물론 저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지만 간혹 가다 본인의 취향을 너무 확고하게 드러내시는 담당자분들이 계시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사실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따뜻한 느낌이지만 차갑게, 컬러는 너무 다양하지 않게 들어가는데 또 너무 밋밋하지는 않게..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은 다들 들어봤거나 아님 어디서 건너 건너서라도 들어봤을 법한 그런 말들이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피드백을 줄 때는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들은 클라이언트라는 감투를 쓰고 우리에게 오더를 내리는 사람들인걸.

시키는 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혹은 디자인 컷 하나 만들고 수정하는데 어느 정도의 소요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무지함에서 나오는 바이브랄까..


그나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첫째. 가능한 모든 과정을 문서화해라.

내가 말하는 문서화란 주로 이메일을 뜻한다. 혹은 계약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면 전화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상황들이 종종 생기는데(아무래도 전화통화가 업무 진행에 있어서 빠르기는 하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다 보면 저번에는 이렇게 하라고 해서 했는데 이제 와서 저렇게 하라고 하면.. 증거가 없으니 우리는 그냥 클라이언트의 장단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계약서도 꼼꼼하게 작성하는 건 물론이고 나의 경우는 가급적 이메일로 피드백을 요청한 후에 거기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만 통화를 하거나 이메일로 회신을 한다.

가끔 실시간 카톡으로 피드백을 주는 분들도 계신데 초반부터 그렇게 받아버리면 나중에 후회한다.

내가 밥 먹거나 자거나 똥 싸는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올 것이다.


둘째. 가능한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라.

어느 날 클라이언트가 질문을 한다.

“여긴 왜 파란색을 사용하신 거죠? 제가 봤을 때에는 안 이쁘고 어울리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거나... 그냥 그게 이뻐서요.라고 하면 그냥 넘어갈 클라이언트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답변하면 어떨까?


파란색은 신뢰감을 느끼게 해주는 컬러입니다. 

귀사가 홍보하고자 하는 서비스는 보안이 주 키포인트이니 만큼 이 영상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느낄 수 있게 파란색을 사용했습니다. 만일 다른 컬러로 된 시안을 보고 싶으시면 그 부분만 바꿔서 몇 가지 시안을 드려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은 그냥 넘어가거나 굳이 시안을 추가로 받아보더라도 거의 대부분이 첫 번째 시안을 다시 선택한다.

그들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가끔은 이런 불필요한 일을 해줘야 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현실은... 결국 시키는 대로 해줘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말도 안 되거나 개인적인 취향만을 반영한 피드백을 받을 때에는 가끔은 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필요하다.


수동적인 작업자가 될지 능동적인 디렉터가 될지는 철저하게 본인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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