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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Jun 07. 2024

이보게 해결책이란 없어!

삶의 파도에서 날아오르는 법

수십억 명의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곳. 지구인의 삶. 한 생을 살다 보면 수만 가지의 일들이 일어난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이 일이 오면 또 저 일이 온다. 하염없이 만나게 되는 일들에 때때마다 완벽한 해결을 찾겠다고 골머리를 섞이고 있는 건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해결책을 찾느라 전전긍긍하는 것과 같다.


이 일을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현실이 이러니 삶이 숙제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삶은 축제라는 말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 별은 따뜻한 별일까 혹독한 별일까. 태어난 것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이보게 로비노,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 그래서 로비노는 정비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제한했다. 대단치는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 힘은 프로펠러 축에 녹이 스는 것을 막아주었다.

<야간비행>, 생텍쥐페리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으로 돌릴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로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갈 뿐이다. 그러다 보면 또 다음이 있고, 내일이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스스로를 구하는 힘이고 운명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삶에서 다가오는 문제들을 우리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살아있는 한 또다시 맞이해야 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닥치는 이 문제들이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 주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또 어떤 행동을 통해 다른 능력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내가 되어간다. 몰랐던 걸 알게 되고, 안 가졌던 지혜를 가지게 된다. 넘어선 경험으로 또 다른 것을 넘어설 수 있게 되고 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매 순간 1분 1초는 삶의 주인으로서 선택하고 펼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순간이다. 


바다는 생동하기 때문에 파도가 인다. 순환하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생명들은 그 속에서 매 순간 새로움으로 살아간다. 살아있기 때문에 혈액이 돌고 그 움직임 덕분에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위협하는 삶의 문제들은 이 별이 생생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 흐름 속에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아있다는 것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지구가 평면이 아니고 둥근 것은 그런 생명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명이라는 힘의 중력으로 이 불안정한 곳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 불안정한 곳에서 나아가는 힘은 거대한 힘이다. 가만히 있는 안전함을 뚫고 또 다른 불안정 속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별스럽지 않고, 대단하지 않은 지극한 사소함이 미래를 창조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도 세상도 그렇게 하나의 행동들이 모여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당장의 문제를 들고 전전긍긍하기보다 내 안의 최선을 찾아 어떤 행동이라도 하나 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어둠을 뚫고 계속 비행을 이어나가게 된다. 


"대단치는 않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 힘은 삶의 축에 녹이 스는 것을 막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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