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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Jun 13. 2024

불안정함을 선택하는 안정

안정 예찬론자의 불안정 추구 라이프

요즘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안정 예찬론자'의 '불안정 추구 라이프'다. 한마디로 지금의 나는 안정을 좋아하지만, 안정을 바라지 않는 상태다. 뭐 이런 이상한 라이프가 있냐 싶겠지만 오래된 마음의 습관에서 벗어나서 원하는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그렇다.


나는 편안함을 사랑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이것저것 관심은 많지만, 도전은 싫어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한 상태가 절대적인 행복과 즐거움이었다. 어떤 일이라고 해서 나쁜 일만 뜻하지도 않는다. 좋은 일도 자극이 될 때가 있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에너지가 빨리 방전되는 성향이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덜 쓰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게 삶의 주된 임무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함을 받아들이고 불안정한 이 삶 자체를 수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안정 추구형답게 이상형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어릴 적 회사원이었던 아빠를 보며 내 남편은 무조건 따박따박 고정적인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이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신기하게도 '절대'라는 단어를 붙인 곳에는 꼭 그 일이 따라왔다. 절대 너 같은 놈이랑은 결혼할 리가 없다고 한 그놈이랑 결혼했고, 첫째가 태어나자마자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영업직으로 뛰어들었다. 나의 절대는 모두 처참히 무너진 것이다. 


안정을 바랄수록 안정이 도망갔다. 몇 달 동안 실업급여로만 버티기도 하고 매달 들쑥날쑥 다른 수입에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닥치듯이 살았다. 그 외에도 삶에는 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우리를 찾아왔다. 아무리 안정적으로 살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야 하는 어른이 된 이상 불안정은 필수였다.


우리 부부는 불안정을 택했다. 남편은 자발적으로 퇴사 후 사업을 택했고, 나는 취업 대신 미래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다. 불안정이라 하더라도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하는 것과 원해서 마주하는 것은 달랐다. 전자는 정신적 타격감이 컸다면 후자는 건강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이 아니라 혼돈 속에서도 가능성이 보이고 희망을 품게 된다.


변화 없음의 안정된 상태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이제는 성장을 위한 불안정을 자발적으로 안아본다. 안정과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안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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