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비우며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중
나와 남편은 늘 다른 음료를 시킨다. 나는 따뜻한 걸 좋아하고 남편은 시원해야 산다. 취향과 기호가 다른만큼 생각과 감정도 참 다르다.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바로 '대화'다.
빈 찻잔은 우리 대화의 흔적이다. 노력의 증거물이며, 사랑의 표식이다. 당연히 알겠거니 하는 마음, 이래서 이렇겠지 하는 짐작, 그런 것들 대신에. 들어주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공들여 알아간다. 십 년 넘게 같이 살았으면서 뭘 또 새롭게 알아야하나 싶겠지만은,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 바뀌며 살아가면서 또 새로운 생각을 입게 되니까. 여태 그랬다고 해서, 어제 그랬다고 해서, 마음대로 판단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한다. 우리에겐 그것이 사랑이다. 서로 관심가지고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이 시간이 상대를 중요한 사람으로 만든다.
비어 있는 찻잔을 보며 우리의 시간을 기억한다. '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당신과 잘 사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