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사계인 Oct 23. 2020

천으로 된 솜을 샀다.

제로웨이스트 발자국이라도 밟아보자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다들 환경보호에 대해 공부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솜 이야기를 하려다 잠깐 샛길로 빠져보면,  내가 교대를 나와 교사가 되고 난 후 좋은 점은 내 초등학교 시절 배웠던 수업들이 논리적으로 되돌아보기가 쉬워졌다는 것인데,


가령 내가 초등학교 때 왜 그렇게 선생님들이 학예회를 연습시켰었는지, 내가 친구와 싸웠을 때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왜 내 편이 아니었는지, 왜 지루한 국어와 재미없는 수학시간이 시간표에서 많은 지 등등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3학년 학생들을 기준으로 아이들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창체를 배운다. 이때 창체라고 함은 창의체험의 준말인데 한마디로 교과서에서만 배우기 어려운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을 배운다는 것이다. 소방훈련, 개학식, 입학식,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교육 등등이 여기에 속하겠다. 창체시간은 국어 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이 배정이 되어있고 그 시간 안에 환경교육도 당연히 들어간다.


인트로가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창체 시간을 잡아서 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때 나는 플라스틱을 삼킨 동물들과 쓰레기 섬, 지구 온난화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동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나를 위해서 또 내 가족을 위해서 환경을 지켜야할 때라고 이야기한 후 수업을 마쳤다. 수업은 깔끔하고 아이들의 눈동자는 반짝거렸다. 속으로 나는 강의력이 점점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뿌듯했다.


그러다 다음 시간 수업자료를 준비하는데 문득, 우리 반에 한 번 쓰다 버린 무수한 종이들과 교구로 사놓은 종이컵, 플라스틱들이 보였다.



플라스틱과 일회용품들이 널부러진 우리 반에서, 환경교육이라니 이것은 마치 전쟁터에서 전쟁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는 격이 아닌가?



아이들이 가고 난 후 나는 업무들을 뒤로 놓고 교실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을 제거했다. 편하다고 쓰던 종이컵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 남겼다.


교실에서 매일 버려지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분?


바로 연필이다. 정말 매일 아이들이 잊어버린다. 그리고 아이들 발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해서 망가진 연필은 쓰레기통으로 가곤 하는데, 이를 위해 바닥에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놓는 통을 만들었다. 이 통은 가끔 필기구를 안 가져온 어린이에게 요긴하게 쓰이는 중.




학교를 어느정도 정돈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 그리고 일을 마치고 집에 갔다.


집에 가니 보이는,

어머나,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물통(집에 정수기 대신에 물을 사다가 먹었었다.), 매일매일 쌓이는 재활용품 플라스틱들 양은 또 어찌그리 많은 지.



바꿔보자.



브*타 라고 정수필터가 달린 물병이 있다. 수돗물을 부어 정수필터를 통과시키면 그대로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어 나온다. 그리고 그 필터들은 (필터도 플라스틱s) 모아모아 브*타어택을 하는 환경운동가들에게 보내야지. (브*타가 다 좋은데 필터가 처치 곤란이라, 쓰는 사람들을 알듯, 유*브에 보니 이를 위해 브*타 한국 본사에 필터 좀 리유저블한 걸로 바꿔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좋은 분들이 계시더라고! 내가 나서진 못해도 뒤에서 잘 따르기라도 해야지..!)



우리집에서 물 때문에 나오는 플라스틱이 정말 2/3가 줄었다. 다 물 때문에 나온 것이었나보다.



쿠* 로켓프*쉬에서 매번 택배를 시키는데, 여기서도 택배포장을 에코 포장으로 바꾸었다. (상자가 아닌 리유저블한 포장지를 보내준다. 2-3주에 한 번 토마토를 시켜먹는데 그때마다 가져가주고 다시 가져다준다. 쿠*맨 고마워요)



그리고 이 정도면 아가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나 했는데, 욕실에 보이는 솜! 매일 하루에 4장씩 쓰는 솜이 보였다. 솜은 정말 쓰레기야. (솜을 욕하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정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물품들이 많았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이 안 되려고 집에 돌아다니는 천조각을 잘라 솜을 만들까 했지만, 확실히 다르다고 하여 6800원에 배송비를 얼마 더 주고 솜을 주문했다.


한 3달치 솜을 사면 만원 정도 하는데, 계속 쓸 수 있는 천 솜이라니 경제적으로도 개이득아닌가.




앞의 글이 길었다. 말이 많은 것은 직업병인가. 한 번 더 정리하자면, 나는 결국 천으로 된 솜으로 샀단 말을 하고 있다. 오늘로 5일째 시어머니께도 권하고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다닐 만큼 아주 잘 쓰고 있다.



내가 산 천 솜은 쓰고 바로 물에 빨아서 널어놓으면 잘 마른다. 또 일주일에 한 번 끓는 물에 소독해줄 예정이다.



+참고로 나는 성별이 여성이 관계로 생리를 하는데, 생리대도 천으로 쓴다. 천생리대는 어릴 적 아빠가, 아빠의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천 생리대 붐이 불었을 때 딸 생각한다고 이에 합류하여 공동구매를 한 것이 시작이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딱히 불편하지도 않아 잘 쓰고 있다. 사실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시판 생리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착용감은 살짝 번거롭더라도 천 생리대를 포기할 수 없는 부분.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천생리대를 하루에 몇 개 교환해야하냐는 건데, 양이 많은 하루만 2개 정도 쓰고 나머지는 1개만 쓴다. 천이 진짜 빨리 마름. 그리고 그날 샤워 중 애벌 빨래하고 생리 마지막 날 한 번 삶으면 끝)





나는 환경보호 운동가가 아니다. 나는 일반인이고, 나는 교육자이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일반인이다. 나는 지구를 위해 또 나를 위해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싶다. 나는 천으로 된 솜을 샀다! 다음에는 또 무엇을 바꿔볼까.


출근 길. 오늘도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버스에서 싸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