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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미상 Oct 03. 2023

혼자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던 많은 것들

   연휴가 참 길다고 느껴질 만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에요. 어렸을 때는 명절이 되면 꼭 외갓집에 들리곤 했어요. 맛있는 명절 음식도 먹고, 친척 어른께 용돈을 받고 주머니가 한참이나 가득했었지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명절에 외갓집을 찾아가지 않았어요. 괜히 제가 외갓집에 가면 다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슬프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거든요. 그렇게 몇 년을 가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간의 명절은 제게 긴 주말과 다름이 없었지요.     


   요즘 들어 부쩍 제가 일찍이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게 참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온전히 제 노력 덕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삼촌은 늘 제 꿈의 조력자가 되어주셨어요. 부족했던 저를 늘 치켜세워주고, 물질적인 지원도 마다하지 않으실 정도로요. 이모도 마찬가지였어요. 직장에 적응을 하면 할수록 친척 생각이 많이 났어요. 이번 명절에는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명절에 외갓집을 찾았어요. 유치원생이었던 사촌 동생이 제 키를 훌쩍 능가하고 의젓한 중학생이 될 정도로 말입니다.      


   외갓집은 여전했어요. 생각했던 것과 달리 저를 더 반겨주셨고, 무엇보다 다 저를 자랑스러워하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셨지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참 달랐습니다. 삼촌께서는 ‘네가 오니까 분위기가 산다.’ 하셨어요. 삼촌의 그 한마디가 내 자리가 아닌 것처럼, 어정쩡하게 있는 저에게 얼마나 따뜻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행동을 싫어하냐는 질문에, 자주 ‘재단하는 것을 싫어합니다.’라고 말하는 저였지만, 어쩌면 사실은 누구보다 자주, 제가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척분들이 괜히 울적하실 거라며 지레 짐작하고 몇 년 동안 외갓집을 찾아가지 않았던 것처럼요. 아마 삶의 꽤 많은 궤적에서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 생각했던 일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체로 인간관계에서도 그랬던 것 같고, 또 가끔은 삶을 이루는 모든 선택들에도 그랬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혼자 결론을 내리고 쉬이 포기했던 많은 지나간 것들이 아쉬워집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되었을 많은 것들이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혼자 결론을 짓고, 혼자 결단을 내렸던 대부분의 일들은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내겠다는 여유롭지 않은 마음과,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해요. 세상의 모든 일들은 다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몰랐던 거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쨌거나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게 살아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는 누가 도움을 주면 당연하게 느끼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러워 몸서리치지도 않아요. 대신에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나도 도움을 주어야지 생각할 뿐이지요. 그게 보답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뭐, 아무튼 지나간 일들은 어쩔 수 없으니 잊어두고, 이제부터라도 쉽게 재단하고, 결론을 짓지 않기로 다짐을 하는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는 좀 넉넉하게 생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지 않기로. 꼭 그러기로 다짐을 하며 긴 연휴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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