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자율시간에 아이들에게 보여줄 영상이 필요했다. 무엇을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가 박상미 교수님의 강의를 보여주기로 했다.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상처가 무늬가 되려면"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할 때 한번 뵈었었던 분이다. 마음을 사로잡는 에너지, 감동을 주는 명 강의,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속에서 마음을 건들어 주는 강의를 해주시는 분이었다. 정말 인상이 깊었고, 어린 시절이 상처로 인해 힘들어했던 지인을 위해 한번 보라고 알려줬던 강의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박상미)"이라는 세바시 강의였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임팩트 있게 전달을 하는 모습은 배우고 싶은 모습이다. 온화하면서도 밝고 강인한 인상을 가졌다. 처음에는 심드렁해하던 아이들도 이내 영상에 빠져들고 열심히 시청한다. 다들 나름의 감명을 받은 모습이다. 다음날 복도에서 만난 한 아이는 묻지도 않았는데 "선생님, 어제 영상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을 해준다. 잘 고른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좋은 영상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에 희망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고통을 이겨내고, 마침내 꿈을 이룬 사람을 만나서 일간지에 기록하는 일을 했었다. 하다 보니 공통점이 보이더라. 어떤 경우에도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 또는 그런 사람이 없어도 씩씩하게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꿋꿋하게 걷고 자기 꿈을 이룬다. 이런 사람들은 고통의 터널을 이겨낸 사람이다. 고통의 터널이 자신의 스펙이 된다. 고통의 터널이 부끄러운 내 삶의 흔적이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면서 강의가 시작된다.
고등학교를 재수하게 되었을 때, 매일 자신을 도서관에 태워다 주던 아버지 얘기를 해준다. 자신을 태워다 주면서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소개한다.
"네가 겪고 있는 1년의 시간이 네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책을 읽고, 매주 두 편의 영화를 보는 학생이 어디 있니? 나중에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고,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다."
참 멋진 아버지다.
아버지의 말은 멋졌지만, 그럼에도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면 회피하였으며, 자신의 옷이 초라해 보였다고 말한다. 자기가 자기 인생을 다 망친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빨리 생을 마감하고자 했던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박상미 님은 결국 "살면서 나쁜 경험은 없는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딸에게 매주 한 편의 편지를 써주시는 아빠의 얘기를 그녀를 처음 만난 강의에서부터 들었다. 참 멋진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아빠가 되고 싶어서 '나도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야지'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편지를 쓴 적이 없다. 이번에 고3 학생들과 함께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꼭 편지를 쓰고, 다음 주에는 편지를 썼어요라고 말하겠다"라고 아이들에게 선언을 했다. 그 선언을 지켜야겠지. 못 지키면 없어 보이지 않겠는가?
그녀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나요? 또는 누군가를 믿어주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는 것도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는가? 그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우리 아이들을 믿어주고 있는가? 우리 아이들, 또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믿어주고 있는가? 아이들을, 학생들을 믿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의 물음이 내 마음속에 계속 메아리로 울리는 이유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폄하하지 말라"라고. 이것은 내가 지금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성적으로, 성적순으로 자신의 가치가 매겨지는 현실의 교육상황 속에서 절망하고 좌절하는 아이들이다. 지금의 모습으로 자신을 폄하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것을 찾은 이후도 쉽지 않은 것이 또 현실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고,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라"는 아버지의 말이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일까? 매일 같이 하는 고민이다. 자기 계발의 글이건, 소설이건 내가 쓰고 싶은 글은 결국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이다. 즉 사람을 살리는 글이다. 처음에 내가 쓴 글들이 나를 살렸기 때문에 글을 계속 쓰고 있고,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전파하고 싶고, 글쓰기를 독려하는 강사가 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아직도 나의 글은 나를 살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아버지가 박상미 교수님에게 한 그 말이 그대로 나에게 들어온다. 사람을 살리는 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자, 내가 쓰고 싶은 글이다.
https://youtu.be/GZMS2 ivAi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