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입양 보내기
께동이가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 께동이를 임시 보호하고 입양하기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알고 계신 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될 것 같다.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기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막둥이 께동이는 지인의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다. 입에 착 붙는 쫀득이라는 새 이름과 함께 말이다.
이 녀석이 항상 입에 물고 다니던 쥐돌이 장난감이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녀석이 쓰던 작은 화장실 자리도 이제는 비어 있다. 마음이 헛헛하고 휑하다. 정든 고양이를 입양 보내는 건 어떤 이유를 들어도 변명밖에 되지 않을 테지만, 달리 수가 없었다. 께동이, 이제는 쫀득이라 불리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은 고양이가 얼마 전 우리 집을 떠나게 된 이야기를 조심스레 시작하려 한다.
기운을 차리면서 비로소 캣초딩의 면모를 갖추게 된 께동이가 다른 녀석들을 심하게 물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부터 께동이를 가장 많이 챙겨 주고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던 루비가 주로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 조금만 귀찮게 해도 가차없이 냥냥 펀치를 날리거나 강한 이빨로 응징하는 츠동이나 구로에 비해 루비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께동이가 절대 못돼먹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캣초딩의 그러한 행동은 고양이가 사회성을 습득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이다. 에너지가 한창 넘치는 이 시기에는 형제들과 엎치락뒤치락 레슬링을 하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상한 쪽은 오히려 루비이다. 참교육이 필요한 시점에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하니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고양이들에게 서열을 정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몸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사사건건 집사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의 경우, 께동이의 주의를 돌리고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위해 밤새 낚싯대로 놀아 주는 전략을 택했다. 역부족이었다. 캣초딩의 배 속에는 핵융합 발전소가 들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먼저 소진되는 쪽은 언제나 우리였고, 맞벌이를 하는 우리 집 사정상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아지겠지. 캣초딩은 원래 그런 법이니까. 그런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건지 루비가 이곳저곳에 물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 애교 많던 개냥이가 불러도 오지 않고 덥고 습한 베란다 구석에 숨어서 나오지를 않았다. 심하게 쥐어뜯긴 것인지 등 군데군데 하얀 속털이 보였다. 힘들어하는 루비를 못 본 체하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루비와 께동이 모두 내게는 소중한 동생들이지만 결단을 내려야 했다. 께동이를 임시 보호하는 첫날 SNS에 올렸던 글과 댓글 하나가 기억났다. 분양 글인 줄 알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던 지인의 댓글이었다. 기존 냥이들과의 궁합을 보기 위해 막 합사를 시작하던 참이라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었다. 댓글의 주인에게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청소년 때부터 이십 년을 알고 지낸 친한 형이다.
"저기... 형, 저번에 SNS에 올렸던 누렁이 있잖아요. 혹시 입양할 생각 있어요? 셋째가 많이 힘들어해서 입양을 생각 중이에요. 혹시 여건 안 되어도 우리가 계속 키울 테니 걱정하거나 부담 갖지 말고요."
"그래? 그럼 일단 만나서 상담 좀 진지하게 해 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은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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