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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l 09. 2022

사께동 임보 일기 6(마지막) - 슈퍼 루키 께동이

아깽이 입양, 고양이 입양

4냥꾼 캣브로, 일흔한 번째 이야기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노래처럼 나도 임시 보호도 입양도 아닌 어중간한 관계는 그만두려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난 께동이를 떠나보낼 생각이 없다. 그렇다. 께동이가 이제 정식으로 우리 집의 막둥이가 되었다! 정확히 2주 만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거의 두 배는 자란 것 같다. 얼마나 잘 뛰어다니는지 이제는 잡을 수도 없다. 캣타워 정도야 우습게 올라간다.


다른 녀석들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다. 계속 보면 정든다더니, 기대한 것 이상으로 급격히 께동이와 친해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는 효과적이었다. 저마다 께동이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다르긴 하다. 사람과 똑같다. 이 녀석들도 성격 따라 맞는 궁합이란 게 있다.


"이모, 여기 캣초딩 세 마리 추가요~!" 어린 동생의 밥을 빼앗아 먹는 못난 형들. 께동이를 위해 부어 놓은 아깽이 전용 사료를 이 녀석들이 먹고 있다...


츠동이는 이제 께동이를 동생으로 인정하게 된 것 같다. 누렁이 파벌을 결성하려는 것일까. 께동이가 다가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거나 냉장고 위에서만 지내던 지난주와 달리 과감하게 먼저 스킨십을 한다. 께동이가 와서 작은 이빨로 앙 물며 장난을 걸어도 절대 화내지 않고 다 받아준다. 큰 녀석들이 장난을 걸 때와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자기가 께동이를 물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걸 아는 느낌이다. 역시 원조 누렁이 맏형답다.


"께동아, 형한테 맞으면 많이 아파~ 적당히 해~"


누렁이는 사랑입니다.


구로는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제 께동이를 먼저 위협하는 일은 없지만 아직도 심기가 조금은 불편한가 보다. 가까이 오는 건 허용하지만 께동이가 조금이라도 몸을 대면 가차 없이 펀치를 날린다. 뭐... 나쁘지만은 않다. 망나니 같은 캣초딩의 넘치는 에너지를 눌러 주기 때문이다. 께동이는 너무 편해진 탓인지 츠동이와 루비를 매일같이 쥐어뜯는데 구로의 냥펀치 한 방이면 없던 예의도 생긴다. 역시 군기 반장 구로다.


“어이, 께동이. 가까이 오는 건 상관없는데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크게 다칠 줄 알아. 아직 너무 편하게 생각하지 말라구.”


께동이는 신나게 뛰어놀다가도 구로의 앞을 지날 때면 예의를 차린다. 머리를 조아리고는 살금살금 걷는다. 구로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캣초딩이 되는 건 비밀.


처음엔 루비를 엄마처럼 잘 따르더니만, 이제는 루비가 형처럼 느껴지나 보다. 께동이가 졸졸 따라다니며 놀자고 하는 바람에 하루의 절반을 레슬링만 하는 것 같다. 장난이 좀 지나치다 싶으면 바로 목을 물어 응수하기도 하지만 께동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착한 루비가 세게 물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모두 루비의 업보인 셈이다. 루비도 처음엔 츠동이를 심하게 괴롭혔다. 짠해 죽겠다. 좀 더 강한 훈육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츠동이 형아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루비의 참교육.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비가 내리던 날, 철조망에 걸려 생명이 꺼져 가던 너를 데려온 날이 꿈처럼 느껴진다. 너를 만나기 전 똥이 넘쳐흐르는 꿈을 이틀이나 꿨더랬지. 집에 들어온 이후에도 넌 그 작은 몸으로 쉬지도 않고 먹어댔다. 목욕을 마치자 꾀죄죄한 길냥이는 사라지고 미묘가 눈앞에 있었다. 그건 변신이라기보다는 탈피에 가까웠다.


슈퍼 루키 사께동이 탄생한 순간이다. 마끼가 떠난 후 4냥이는 3냥이가 되었고, 께동이로 인해 비로소 다시 4냥이가 되었다. 마끼가 우릴 위해 동생을 보내 준 걸까. 너는 그렇게 나에게 와서 께동이가 되었다. 우리 사이에 남은 일은 서로 알아 가는 일뿐."


이 녀석 뚱냥이가 될 조짐이 보인다. 얼마나 커질지 기대된다. 츠동이처럼 듬직하고 점잖게 자라 주었으면 좋겠건만 까불거리는 게 벌써 루비가 보인다. 하루는 루비와 께동이가 함께 침대로 올라와 빨리 밥을 달라며 울어댔다. 밥은 충분했다. 다만 새 밥을 좋아하는 루비와 눅눅한 밥을 좋아하는 께동이의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 후... 고생길이 훤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께동이의 임보 일기를 마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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