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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n 28. 2022

사께동 임보 일기 2 - 요다에서 미묘가 되기까지

고양이 임시 보호

4냥꾼 캣브로, 예순일곱 번째 이야기




쉬지 않고 울어 대는 녀석을 상자에 넣고 아내와 함께 집으로 갔다. 돌아가는 내내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적어도 오늘밤은 버텨 주어야 한다. 아가.” 잘 여민 수건과 입구를 꾸욱 닫아 놓은 상자를 울음소리가 뚫고 나왔다.


집에 가자마자 한 일은 임시로 지낼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미 낯선 루키의 소리와 냄새를 알아챈 다른 녀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하악!” 상자로 몰려들어서는 저마다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추위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아깽이는 얼굴만 빼꼼 내민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밥은 먹었으니 일단 몸을 데워야 했다. 미니 난로를 켜 둔 베란다에 격리한 후 흙투성이인 녀석을 씻길 준비부터 했다.


“지금은 잠깐 무섭고 힘들어도 일단 씻어야 산다. 이놈아. 끝나고 털도 뽀송뽀송하게 다 말려 줄게.”


따뜻한 물이 좋았던 걸까. 더러운 몸을 깨끗이 씻겨 주는 손길이 좋았던 걸까. 그렇게 울던 녀석이 조금의 반항도 없이 고분고분 우리에게 몸을 맡겼다. 어쩌면 반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던 것이겠지. 세면대가 구정물로 지저분해졌다.


눈을 의심했다. 방금까지 보고 있던 그 고양이가 맞나? 꾀죄죄하던 길냥이는 사라지고 귀하게 자랐을 것 같은 미묘가 눈앞에 있었다. 일찍 하늘로 떠났던 우리 집의 유일한 미묘 나리가 돌아온 것 같았다. 물론 털 색깔은 달랐지만. 체온이 떨어질까 급하게 드라이어로 말리는 와중에도 울지 않는 녀석이 대견했다. 형들보다 낫다.


“요다 같이 생겼던 게 씻기니까 이렇게 예쁘네~!”


미묘가 되었다. 콩깍지가 씌었는지 몰라도 내 눈에는 미묘다. 코에는 아직 상처 딱지가 남아 있다.


목욕재계를 했으니 이제는 쉴 시간이다. 우리는 베란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체온 유지를 위해 난로와 온열 매트를 켜고, 두툼한 담요와 수건을 깔아 주었다. 녀석의 키에 맞는 간이 화장실을 만들고 물과 캔 사료도 충분히 깔아 두었다. 또 먹는다. 작은 몸으로 쉬지도 않고 먹는다. 오늘 먹은 음식들만 해도 이미 제 몸무게를 넘었을 것 같다. 그래. 배고팠겠지.


새로운 고양이가 오면 처음엔 격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아깽이라 해도 기존에 있던 녀석들이 텃세를 부리며 공격하는 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길냥이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귀 진드기나 흔히 범백이라고 부르는 높은 치사율의 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다. 자칫 건강한 고양이들까지 아플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격리해야 한다.


루비야, 저리 가. 너 아파질 수도 있어.


살펴보니 다행히 귀 진드기는 없어 보였고, 범백 바이러스는 진찰을 받아야만 알 수 있다. 베란다에 홀로 두는 것이 마음 아프긴 하지만, 별 수 없었다. 오늘만 고생하자. 아가야. 신나게 주린 배를 채우던 녀석은 이내 잠이 들었다. 피곤할 만하다. 잠이 솔솔 오겠지.


너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 이름을 불러 주는 순간 너는 나의 막내 동생이 될 것이다. 임시 보호가 될 것인가. 입양이 될 것인가. 부질없다. 넌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츠동, 마끼, 구로, 나리, 루비 때처럼 말이다. 오늘은 아내에게 땡깡(?) 좀 부려야겠다. 어디 보자. 츠동이처럼 배는 하얗고 등은 연어 같은 게 연어 덮밥 사께동이 딱이다. 오늘부터 널 께동이라 부르겠다.


목욕도 했겠다. 바닥은 뜨끈한 게 눈이 감기기 직전이다. 께동이는 마끼처럼 하얀 양말을 신고 있다. 아내는 흔히 말하는 누렁이, 그러니까 치즈태비를 워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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