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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l 02. 2022

사께동 임보 일기 4 - 일상에 더해진 무게 500g

고양이 임보

4냥꾼 캣브로, 예순아홉 번째 이야기





500g, 병원에서 측정한 께동이의 무게이다. 그만큼 내 일상에 더해진 무게이기도 하다. 짐스러운 것은 아니다. 원래 뭐든지 적당히 묵직해야 맛이니까. 기분 탓만은 아닐 게다. 일주일도 안 되어 녀석의 몸집이 거의 두 배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말이다. 께동이는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했다! 채변 검사가 남았지만 전염성 질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며칠 전까지 다 죽어 가던 녀석이 맞는지 갑자기 에너지가 넘친다. 께동이가 가벽으로 쳐 둔 매트리스를 머리로 밀고 나오기 시작했다. 께동이를 계속 궁금해하던 루비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께동이를 쫓아다니며 계속 냄새를 맡는다. 루비 성격 좋은 건 알아줘야 한다.


“후후... 드디어 막내에서 탈출하는 건가...!”


이제 가벽이 의미가 없어진 이상 세워 둘 필요도 없어졌다. 문제는 츠동이와 구로였다. 낯선 존재가 있는 게 싫어서 자기가 자리를 뜨는 츠동이와 달리, 구로는 제 발로 찾아와서는 해코지를 한다. 아직은 작고 약한 께동이가 구로에게 냥펀치를 한 대 맞은 적도 있다. 대책이 필요했다.


“우리가 없는 동안에 구로가 심하게 때리면 어떡하지...”

“이사가 한 번 더 필요할 것 같아.”

“작은방밖에 없는데.”


그렇게 츠동이의 주 서식지였던 작은방은 온전히 께동이만을 위한 집이 되었다.


방을 내어 주고 싶지 않은 원주인 츠동이의 마지막 필살기. 츠동이가 프로 진상들만 쓴다는 고급 기술 드러눕기를 시전하였다.


아내와 나 둘 중 하나라도 있을 때는 께동이가 이곳저곳 다닐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둔다. 물론 구로를 예의 주시하여야 한다. 이 녀석은 겁도 없는지 활동 반경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컴퓨터 책상에도 올라가고, 제 키보다 높은 곳에서도 펄쩍펄쩍 뛰어내리며 이곳저곳을 쏘다닌다. 살이 좀 붙긴 했지만 아직도 손바닥만 한 탓에 한번 놓치면 찾기도 영 쉽지 않다.


단 께동이에게 아직 안방만은 모험의 영역이다. 에어컨을 틀어 놓는 안방으로 여름철 더위에 지친 나머지 녀석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께동이가 문 앞에만 나타나도 녀석들은 신병을 받는 말년 병장의 눈빛으로 께동이를 쏘아본다. 강렬한 눈빛에 쫄아 버린 께동이는 이내 뒷걸음을 치며 달아난다. 아아, 거친 수컷들의 세계에서 께동이는 과연 한 식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덩치가 작은 께동이를 위해 계단을 만들어 주었다.


우리 집의 군기 반장은 언제나 구로였다. 츠동이 형아와 마끼 누나가 새끼 때부터 안아 주고, 그루밍해 주었던 일은 하나도 기억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사람만 보면 도망가면서 아깽이가 오면 꼭 기합이 잔뜩 들어간다. 힘 조절이라도 잘하면 모를까, 강약약강의 표본 그 자체이다. 아주 웃기는 놈이다.


지켜본 결과, 이런 구로도 새로 온 고양이를 식구로 인정하게 되는 시점이 있다. 바로 맏형으로 끔찍이 모시는 츠동이가 그 고양이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이다. 군기 반장 아니랄까 타이밍이 절묘하다. 항상 그랬다. 화목함은 서열 1위의 비호 속에서 비로소 찾아온다. 다행스럽게도 츠동이가 더 이상 하악질은 하지 않는다. 그래. 츠동아. 같은 누렁이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냐.


심기가 불편한 구로. “막둥아, 처신 잘해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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