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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n 30. 2022

사께동 임보 일기 3 - 넓은 거실로 이사 가요!

아깽이 임시 보호

4냥꾼 캣브로, 예순여덟 번째 이야기




아무래도 답답한 베란다에서만 지내야 하는 께동이가 마음에 걸렸다. 해군 복무 시절 한 평도 안 되는 침대에 누워, 오지 않을 전역일을 기다리며 눈물을 훔치던 이등병 시절이 떠올랐다.


꺼내 주자. 귀 진드기 없는 거는 확인했으니까.”

범백 바이러스도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진찰받기 전까지는 몰라.”

. 완전히 풀어 주지는 말고 거실에 임시 가벽을 만들어 보자. 병원은 내일 가 보구.”


베란다 문을 지키고 있는 무서운 엉아들


이렇게 공사는 난데없이 등장한 고양이로 시작되었다. 인부는 나와 아내 단 둘! 아닌 밤중에 우리 부부는 께동이를 위해 ‘집 안의 집’을 만들어야 했다. 먼저 알맞은 부지를 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에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이어야 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큰 베란다 탈락.


텃세를 부리는 녀석들의 습격도 막아야 했다. 사료가 있어 빈번하게 동선이 겹치는 주방도 탈락이다. 엉아 고양이들이 잠을 자는 안방과 작은방도 역시 탈락, 남은 곳은 거실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펜스 같은 게 있나? 애들 못 들어오게 어떻게 막지?”

매트를 세워서 V자로 막아 볼까?

좋은 생각!”


빛나는 순발력과 따뜻한 사랑으로 만든 께동이 집. 께동이를 위해 내 한량 인생의 필수품 거실 매트를 내어줬다.


거실 구석에 온열 매트와 사막화 방지 매트를 깔고 큰 매트로 가벽을 세웠다. 임시로 만든 께동이 집은 우리가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말할 것도 없이 베란다보다야 쾌적했고,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녀석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거실 안에 화장실을 둘 수밖에 없어 냄새가 좀 나는 것이 흠이었지만, 아깽이라 양도 많지 않고 냄새도 심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건강해진 것 같다. 요 녀석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배가 빵빵해진 게 며칠 사이 확연히 살이 쪘다. 밥을 먹을 때는 열심히 꾹꾹이를 한다. 엄마를 찾는 건지 가끔은 작게 야옹 소리를 내기도 한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일을 보고는 알아서 모래도 파묻는다. 다리에 똥이 묻을 때도 있지만 제 혼자 꼬물거리며 모래를 덮는 게 너무 귀여워 심장이 멎을 뻔했다.


제법 배가 빵빵해졌다. "아이구~ 우리 께동이는 화장실도 혼자서 잘 가요~!"


남은 건 고양이 형아들의 마음을 여는 일뿐이다.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께동이가 아무리 좋아도 원래 있던 녀석들과 잘 맞지 않는다면 눈물을 머금고 입양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 전에도 한번 이런 적이 있었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다가 기어이 츠동이가 피를 봤다. 비유가 아니라 격한 싸움으로 정말 피를 흘렸다.


아직 심기가 불편한지 츠동이는 계속 토를 하고, 구로는 하악질을 한다. 다만 루비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께동이의 냄새를 찾아 돌아다닌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첫날보다는 호전되었지만 께동이는 여전히 설사기가 조금 있다. 내일은 꼭 병원을 가 봐야겠다.


“맘에 안 든다. 맘에 안 들어.” 집을 빼앗긴 서러움에 몸져누운 냉장고 위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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