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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l 04. 2022

사께동 임보 일기 5 - 루비 형아가 제일 좋아!

고양이 합사

4냥꾼 캣브로, 일흔 번째 이야기




견우와 직녀가 따로 없다. 집에 돌아오니 께동이를 넣고 닫아 둔 작은방의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루비와 께동이가 애처롭게 울고 있다. “알았어, 열어 줄게.” 문을 열자마자 께동이가 육상 선수처럼 튀어나와 루비에게 안긴다. 루비가 께동이의 몸 구석구석을 그루밍해 준다. 이렇게 빨리 친해진다고? 경계심이 사라진 정도를 넘어 둘이 아주 죽고 못 산다.


막내를 탈출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는지 루비는 께동이를 아주 살갑게 챙긴다. 께동이는 그런 루비를 엄마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엄마 고양이에게 하는 행동들을 한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는 루비만 쫓아다닌다. 루비의 배 아래를 지나다니다 목이 말랐는지 루비를 바라보며 아주 작고 귀엽게 ‘야옹~’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면 루비는 내가 하는 것 잘 보라며 어슬렁 거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제 키보다 높은 물그릇에 발까지 올리고는 야무지게도 마신다.


께동이는 루비처럼 사람의 손길 좋아하는 개냥이가 확실한 것 같다. 안기는 것도 싫어하지 않고, 배를 만져주면 금세 골골이를 하며 배를 까뒤집는다. 거실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발가락이나 손가락을 장난감 삼아 이리저리 뜯고 씹으며 맛을 본다. 이빨도 발톱도 작아서 간질거리기만 하는 것이 귀엽고 하찮다. 건방진 녀석. 이 조그만 것이 벌써부터 집사를 괴롭혀?


아프지 않더라도 집사의 신체를 장난감으로 생각하는 건 훈육이 필요하다. 습관을 잘못 들이면 성묘가 되어서도 신체를 강하게 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을 강하게 빨아들이며 ‘슷!’ 소리를 내자 께동이가 화들짝 놀라서는 쪼르르 루비에게 달려간다. ‘루비 형아는 물어도 괜찮겠지?’ 아니다. 의외로 루비가 지조 있게 해도 좋은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교육한다. 루비가 께동이의 목을 살짝 물며 다정한 눈빛으로 타이른다.


“께동아, 캣브로 형아도 물면 안 되고 고양이 형아들도 물면 안 돼. 알겠지?

“알겠쪄!”



그런데 츠동이와 구로의 얘기도 좀 들어 봐야 한다. 루비와 사정이 좀 다르다. 작은 꼬물이가 성가시면 얼마나 성가시다고 요 까칠이들 냉장고와 캣타워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께동이를 격리하면 귀신 같이 알고는 그제야 방을 돌아다닌다. 안 내려오는 건 자유지만 밥이랑 물은 제때 먹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몇 가지 시도를 해 보았다. 츠동이가 좋아하는 방석에 께동이의 냄새를 일부러 묻혔다. 께동이를 내 배 위에서 실컷 재우고는 자리를 뜨면, 빗을 하나 들고 빗질을 좋아하는 구로를 유인해서 께동이의 냄새를 맡도록 하기도 했다. 과가 있는 걸까? 적어도 두 덩어리들이 이제는 께동이를 위협하지 않는다. 츠동이는 이따금 께동이와 코뽀뽀를 하기도 하고, 구로도 더 이상 하악질을 하지 않는다.


영 좋지 않은 위치에서 한숨 자려는 께동이. 께동이는 옷 속에 들어가 자는 걸 좋아한다.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설사기도 멎고 께동이의 똥이 이제 많이 단단해졌다. 건강을 체크하는 데 똥만 한 게 없다. 께동이는 먹기도 잘 먹고 싸기도 잘 싼다. 그런데 이 녀석. 성격은 좋은데 어딘가 좀 푼수기가 있다. 오줌을 싸고 어설프게 모래를 묻다가 또 발에 모래를 잔뜩 묻힌 게 틀림없다.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되는 작은 발자국들이 바닥에 은하수처럼 펼쳐진다. 모래알들은 발자국을 따라 별처럼 흩뿌려져 있다. 고양이들이 사는 이 작은 우주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그러고 보니 견우와 직녀도 일 년에 한 번 은하수에 다리를 놓고 만난다지?


과연 께동이는 어엿한 우리 집의 막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조만간 격리를 완전 해제해도 좋을 것 같다.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반쪽짜리 합사는 너무 슬프지 않은가. 긴장감 대신 사랑이 넘쳐야 한다. 불편함 대신 행복이 가득해야만 한다. 그게 우리 집이다.


루비가 일을 보는 께동이를 유심히 살펴본다. "께동아, 발에 묻히는지 안 묻히는지 형이 지켜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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