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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Aug 22. 2022

께동아 안녕, 이제는 쫀득이구나 2

고양이 입양 보내기

4냥꾼 캣브로, 일흔다섯 번째 이야기




(이전 편에서 계속)


"저기... 형, 저번에 SNS에 올렸던 누렁이 있잖아요. 혹시 입양할 생각 있어요? 셋째가 많이 힘들어해서 입양을 생각 중이에요. 혹시 여건 안 되어도 우리가 계속 키울 테니 걱정하거나 부담 갖지 말고요."

"그래? 그럼 일단 만나서 상담 좀 진지하게 해 보고 결정해야 될 것 같은데."


그새 더 자랐다.


형은 본인의 환경이 고양이를 키우기에 괜찮은 곳인지 먼저 알고 싶어 했다. 이전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공동 육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역시 접근부터 다르다. 고양이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환경이 적합한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형의 집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사나이들의 회포를 풀기 위해 이미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더 볼 것도 없었다.


께동이와의 만남도 더 미룰 이유가 없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녀석을 직접 만나 볼 겸 함께 방문했다. 집은 넓었고 여전히 짐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전보다 더 깔끔해진 느낌이 들었다. 냥이를 맞이하기 위해 혹시 몰라 형이 조금 더 신경을 썼다고 했다.


"정신없지. 이 녀석아."


함께 식사를 하며 께동이를 입양 보내게 된 사정을 설명했다. 새 집이 될지도 모를 공간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녀석이 있는 이동장을 열어 주었다. 낯섦과 두려움도 잠시, 집 이곳저곳을 바삐 쏘다니는 녀석과 함께 우리 또한 집 구조를 부지런히 살폈다. 화장실과 캣타워, 밥그릇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떤 것 같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환경도 조건도 완벽해요."


또 한 번의 방문을 약속하고 형과 헤어졌다. 책꽂이 뒤에 숨어 있던 께동이를 겨우 찾아낸 후 다시 이동장에 넣어 집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집으로 가게 될 걸 꼭 아는 것처럼 녀석은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좌심방과 우심방 각각 한쪽에, 다행스러움과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들어섰다. 이틀 후쯤 형에게 연락이 왔고 입양이 결정되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입양일이 되었다. 퇴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이미 준비를 해 두었다. 녀석이 쓰던 화장실과 침대 밑을 이리저리 구르던 장난감이 한데 모여 있었다. 사료와 모래도 한 포대씩 챙겨 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넣었다. 그리고 께동이도. 이 순간이 지나면 쫀득이라 불릴 녀석이 아내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더 지체할 수 없어 께동이를 옆 자리에 태우곤 새 보금자리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집은 이미 고양이를 위한 곳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고양이 전용 정수기부터 자동 배식기까지, 나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신문물이 가득했다. 공동 육묘의 경험 덕분인지 역시 경험자는 달랐다. 다시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이동장 입구를 조심스레 열고 사용하던 숨숨집에 넣어 주었다. 저번과는 달리 어쩐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형이 준비한 간식을 그릇에 덜어 숨숨집 안으로 넣어 주었다. 녀석이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처럼 허겁지겁 간식을 흡입했다.


포만감이 없던 용기를 주었던 걸까. 어느새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녀석에게 인사를 했다. 형에게는 별다른 당부의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더 궁금한 게 생기면 자주 연락해도 좋다는 말을 전했을 뿐이다. 자잘한 육묘 용품들을 분주히 세팅 중인 형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물었다.


"께동이는 잘 적응하는 것 같아?"

"아직은 모르지, 뭐. 참 그리고 이제는 쫀득이야."

"귀엽다. 쫀득이."


아내가 웃었다.


며칠 뒤 형에게 연락이 왔다. 형의 프로필 사진에 낯익은 누렁이의 얼굴이 보였다. 메시지와 함께 몇 장의 사진이 있었다.


"이 녀석, 완전 수다쟁이인데? 박치기도 많이 하고."

"조만간에 맥주나 한잔 해요~!"


녀석 잘 적응했구나.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형을 만나 참 다행이다. 넘치는 사랑에 혹여라도 체하지 말고 사랑스러운 뚱냥이가 되거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따금 소식을 전하고 싶다. 작은 치즈 태비 고양이의 입양 이야기, 이제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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