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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Sep 09. 2021

BAD CATS

고양이 사진전

4냥꾼 캣브로,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




못된 녀석들. 한없이 귀여운 만큼이나 한없이 못된 녀석들. 사고를 치고도 반성의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요 뻔뻔한 녀석들. 귀여운 것 말고는 도통 하는 일도 없는 이 녀석들이 뭐가 좋다고. 심부름? 말 다 했지. 집 지키기? 퍽이나. 사고나 안 치면 다행. 여기까지. 듣는 고양이 기분 나쁘겠다.


괜찮다. 그 귀여움이야말로 고양이의 전부이자 내가 원하는 전부이니까. 생선도 맡기지 말라던데, 이 정도 귀여움이면 녀석들에게 인생도 걸 만하다. 가뭄에 콩 나듯 부리는 애교는 희소하기에 오히려 가치 있고, 끊임없는 사고 유발은 나태한 나를 깨워 준다.


생각해 보면 의젓한 고양이는 무언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크고 작은 사고를 치기에 더 귀여운 것은 아닐지.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끌리는 법이라 했다. 이 뻔뻔함과 무심함이 녀석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아무렴, 못된 고양이는 거부할 수 없지. 말하자면, 이 녀석들은 쳇바퀴 같은 일상을 시트콤으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연출가이자 내 마음을 몰라주는 고약한 연인인 셈이다.


온 집 안에 발자국을 찍고 다니는 범인 루비와 성공적인 현장 검거


방심한 틈을 타 장 속으로 들어가 그릇인 척하고 있는 츠동이와 뒤늦게 눈치 보는 루비


"방을 나가려면 나를 넘어서라. 집사야."


집사에게 주는 츠동이의 작은 선물


건방진 츠동이에게 얼차려를 주고 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용서 못해. 다 부숴 버리겠어!"


"저기, 그만 좀 싸우면 안 될까? 박스 하나 더 줄게."


"뭐 해! 박스를 접어서 줘야 될 거 아냐!"


"내 털을 깎은 죄로 너의 머리가 서서히 빠지게 되는 저주를 내리겠다."


"뭘 보냐. 집사야. 고양이 처음 보냐."


"저기... 마끼야. 나 이제 자야 되는데..." "꺼져. 잠 다 깼잖아."


집에 놀러온 친구(츠동이 전용 쿠션)를 맛보는 츠동이. "이 집 쿠션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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