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건 저를 지탱해주는 수많은 버팀목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버팀목과 저는 애정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건 버팀목이 하나라도 빠지면 내 세계가 우르르 무너진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당장 애정하던 샤프 하나만 사라져도 마음이 텅 비는 게 사람인 걸요. 옆에 오래도록 있어서 지겨워져도, 제겐 지겹게 있어주는 게 위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이라는데 그런 저에게 보내는 굳은 믿음의 표시, 어떤 모습이든 있어주겠다는 굳은 약속 같은 것입니다.
2
어떤 사람과 있으면 안전하고, 제가 보호받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이 저를 떠나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졌을 때 위협을 받았던 경험이 누적되어 저는 사람이 떠나는 게 그렇게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이 사람이 떠나면 저는 또 안전한 어떤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떤 사람이 안전한 사람인가요? 아직도 저는 어린 시절을 벗어나지 못해 광야의 미아 같이 헤메고 있습니다.
3
나는 종종 혼자 있고 싶었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 데도 고요하지 않은 내 마음은 자꾸만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러면 왁자지껄합니다. 주변이 소란한 게 차라리 마음 시끄러운 것보단 나았습니다. 그런 날이면 나는 혼자가 되는 밤이 싫었습니다.
오늘은 너를 만났습니다. 그립지도 않은 사람들도 불렀습니다. 시끌벅적 놀다가 하나, 둘 헤어질 때 너만 남았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아차, 나는 내 속내까지 이야기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너는 토닥이지도, 위로의 말도 건네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곁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보다 큰 위로는 없었습니다.
무심도 다정할 수 있다는 것을 그날에야 알았습니다. 구태여 입을 열지 않았다는 것, 나를 함부로 동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저 무심히 내 이야기를 주억거리며 들어준 것. 그것이 나에겐 고마운 위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