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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Dec 05. 2022

감정의 순도

  감정의 순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순수한 감정. 나는 100% 순수한 화, 기쁨 등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감정에는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고, 가끔은 양가적인 감정을 느껴보기도 했다. 양립 불가능할 것 같은 감정들을 같이 느껴봤다는 뜻이다. 슬픔과 기쁨을 같이 느낀다거나. 그럴 때는 형용 불가능한 기분들에 답답해지곤 했다. 양립 불가능한 감정이 같이 들면 왜 이런 감정이 같이 따라오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곤 했지만 딱히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요즘 주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우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우울 속에는 수많은 감정, 기쁨, 즐거움 같은 상반된 감정이 많다. 우울과 비슷한 무기력이라는 증상도 있지만 감정이 아니니 논하지 않기로 한다. 우울은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같은 것이라, 잔잔히 깔려있고 수면 위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 위를 기쁨, 즐거움, 신남과 같은 감정이 연주한다. 내 오케스트라는 그럼 우울을 연주하는 것일까, 기쁨을 연주하는 것일까? 다시 나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사로잡힌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그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자꾸만 이 질문에 빠진다.


  감정은 금방 지나가는 것이고 금방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어쩌면 감정이 너무 빠르게, 내가 느낄 새도 없는 시간 속에 바뀌어서 여러 감정을 한 번에 느끼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답할 수 없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나는 다시 지나간다. 내가 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부터 차근차근 대답하다 보면 언젠가는 열리지 않을까, 마치 퍼즐처럼? 그러나 미로처럼 얽혀 있는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질문부터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감정은 다루기 힘든 물성의 것이다. 나에게는 마치 반죽처럼 얽혀 있어서 무 자르듯 대답할 수 없는 게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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