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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Jan 29. 2023

눈밭의 이야기

  눈은 의지를 갖지 않고 떨어진다. 다만 중력에 따라 지구의 중심으로 향할 뿐이다. 눈의 세계에선 눈도 큰 소리를 내며 내릴지도 모른다. 쿵, 쿵, 소리를 내며 하나하나 떨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의지를 갖지 않고 너에게로 굴러떨어졌다. 거시세계에선 들리지도 않을 쿵, 쿵 소리를 내면서.  

   

  우리 세계에서는 거시세계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눈이 내린다든가, 그래서 세상이 조용해졌다든가, 내가 너에게 반했다든가. 내가 누굴 좋아하든지, 그게 네가 아니든지 말든지 세상은 상관이 없다.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나와 너에게는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너를 만나고, 네가 나를 만나고 있다는 것. 

    

  눈밭에 고백을 적어 놓았다. 눈 내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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