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을 보고 왔습니다. 하필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개봉일에 못 보고 오리지널 티켓도 못 받았네요..
일단 영화는 나름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허점도 아쉬움도 꽤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기는 많이 무리고요. 워낙 DCEU가 아쉬운 작품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DCEU 영화들보단 괜찮은 편이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이나 토드 필립스의 <조커>와 같은 영화보다는 아쉬운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애매하다는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분위기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초반 촬영은 누아르 느낌이 가득 나면서도 <세븐>이나 <조디악> 같은 스릴러 영화의 분위기도 살렸더군요. 뿐만 아니라 정말 데이빗 핀처가 연출했다고 생각이 들 만큼 화면 스타일도 굉장히 세련되고 비주얼이 좋았습니다. 더불어 <다크 나이트> 3부작에서 비판받았던 액션 부분도 저는 상당히 괜찮게 뽑혔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액션의 비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알차게 들어갔다고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액션신에서의 조명과 음악이 잘 사용되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특유의 붉은색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게 <더 배트맨>만의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주 잘 완성된 것 같더군요. 그리고 <배트맨>의 활동 시기도 나름 독특하고 색다르게 잡은 것 같았습니다. 배트맨 활동 2년 차로 아직 그를 믿는 자가 없을 때 브루스 웨인의 고뇌도 잘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고담의 시민들이 그를 영웅으로 각인하게 되는 과정의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배트맨은 언제나 가장 어둡고 깊은 곳에서 희망을 안겨주는 히어로였으니까요.
다만 여러 가지 문제도 개인적으로 보였습니다. 우선 러닝타임은 솔직히 아쉽다고 생각이 듭니다. 초중반까지는 분명 매력적인 영화였고 그렇게 지루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중후반부에 들어서 굉장히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배트맨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팬이 아니라면, 분명 지루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있다고 생각하고 이건 명백한 단점입니다. 그리고 빌런들의 포지셔닝이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이 듭니다. 리들러와 더불어 펭귄, 팔코네가 빌런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의 등장이 서로의 흐름을 끊어먹는 느낌이 강합니다. 리들러가 등장하면 펭귄이나 팔코네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또 둘을 조명하면 리들러의 존재는 잊히고..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리고 싶었던 거 같은데 연출력이 받쳐주지 못한 것 같더군요. 각본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캣우먼의 위치도 조금 애매한 것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중요한 캐릭터지만 배트맨과의 관계가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사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네요. 분명 배트맨이란 캐릭터를 잘 정의하고 있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배트맨 외의 캐릭터들은 많이 아쉽게 다가왔네요.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매우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하관이 그 배트맨이랑 찰떡같아요. ㅋㅋ 조이 크라비츠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때부터 좋아했던 배우기 때문에 그녀의 캣우먼 연기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앤디 서키스나 폴 다노나 제프리 라이트나 콜린 퍼렐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존 터투로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에 베리 키오건이 나오는데 베리 키오건 때문이라도 속편이 기대가 되더군요. 그나저나 이 시리즈 빌런 배우 라인업이 미쳤네요. 폴 다노에 이어 베리 키오건이라니..
전체적으로 매력적인 영화긴 하나 대중적인 면모는 부족한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추천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영화이긴 합니다. 그러나 배트맨의 팬들, 특히 배트맨의 탐정 다운 면모를 보고 싶었던 배트맨의 팬들은 참 좋아할 거 같네요. 당장 몇몇 장면들은 매우 훌륭하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