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Sep 09. 2020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

트라우마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다.

세계적인 거장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도 꽤나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2002년 작 <갱스 오브 뉴욕>부터 2010년 작 <셔터 아일랜드>까지. 최근에는 이 둘의 조합을 많이 보지는 못하지만, 2000년대 관객들에게 많은 재미를 주었던 콤비다.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조합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고르던 중, 필자는 가장 최근 작을 골랐다. 스포 있는 <셔터 아일랜드> 리뷰다.





영화는 보스턴 셔터 아일랜드에 위치한 한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연방보안관 테디와 그의 파트너 척이 섬에 오게 되고, 그 뒤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려낸다. 역시나 믿고 보는 마틴 스콜세지의 웰메이드 반전 영화다. 반전이 꽤나 충격적인 편이라서 상당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극이 흐를수록 사실 반전 자체는 이런 류의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예측이 가능한 정도이긴 하나, 이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몰입감 넘치는 연출력과 뛰어난 구성, 촘촘한 각본은 영화의 최대 강점이다. 반전으로 한방을 노리는 일반적인 반전 영화와는 다르게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끌고 가는, 어찌 보면 정말 대단한 영화다.


아내와 자식들을 잃은 충격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다른 인격으로 활동하는 정신병을 겪는 이의 환상을 아주 잘 그려낸다. 또한 트라우마라는 소재를 아주 잘 활용하는 편. 진짜로 정신병을 앓으면 이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영화다. 보다 보면 내가 다 정신병 걸릴 것 같은 느낌.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 영화의 스토리를 부정하면서 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엔딩이 정말 강렬했는데, 모든 것을 깨달은 테디, 아니 앤드루가 결국 선택을 하면서 내뱉는 대사는 정말이지 압권이다. '괴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선량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이 영화를 압축하는 마지막 대사는 정신병이나 트라우마, PTSD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력은 여기에서도 빛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디카프리오가 최근 들어서야 아카데미를 받았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보는 족족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에 놀란다. 솔직히 디카프리오는 메소드 연기랑은 조금 거리가 먼 배우기는 하다. 거의 모든 영화에서 비슷한 연기를 선보이긴 하지만, 그 연기력이 주는 특유의 매력과 몰입도 하나는 끝내주는 배우다. 이외에도 마크 러팔로와 벤 킹슬리, 그리고 미셸 윌리엄스 등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주조연들은 덤이다. 특히 미셸 윌리엄스는 눈에 띄었다. 아련함과 섬뜩함이라는 극과 극의 분위기를 풍기다니. 정말 놀라웠다. 


다만 상당히 뛰어난 연출과 촘촘한 서사에 비해 아무래도 신선함은 조금 떨어지는 듯한 아쉬움과 반전이 다가 아닌 영화이긴 하지만 약간 임팩트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많이 본 탓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하여튼 마틴 스콜세지의 상당한 수작이지만 임팩트가 강렬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한방보단, 마지막 대사가 주는 잔잔한 울림과 여운이 꽤 인상적이었던 영화, <셔터 아일랜드>다.




총점 - 8
괴물의 삶보다는 선량한 죽음을 택한 한 남자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