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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Sep 30. 2020

본전 생각 안해도 되는 직업

싱글맘으로 일하는 것이 힘들때마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쉬고 싶다고 해서 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안다.

연년생의 아들들까지 케어하면서 사는 삶은 점점 지쳤다.

가장이라는 무게가 항상 내리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등에 짐을 진 느낌이다.

밖에서는 밝은 얼굴로 일 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항상 웃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내가 편하게 생활하는 줄 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어쩌면 하기 싫은 것인지 모른다.

내가 힘들게 사는 것을 보여주기 싫었다.

힘든 모습을 보여주면 내가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삶이 힘들 때가 있었다.

집에 오신 할머니와 얘기하던 중 할머니께 푸념을 했다.

"할머니, 저 일이 너무 힘든데 잠시 쉴까요?"

"경희야, 넌 네 일이 얼마나 좋은 줄 모르니? 우리 같이 농사 짓는 사람들은 일년 내내 농사 하고 난 후 비료값. 인건비. 기계값 등등 을 빼고 나면 얼마가 남을까? 그래도 농사가 괜찮게 될 때는 일년 먹을 돈이 나오지만 태풍이나 가뭄 등의 예상치 않은 변수가 생기면 그 해 농사는 망하는 것뿐 아니라 빚이 생기는 거지. 농사를 위해 투자했던 돈들은 빚이 되는 거지. 네가 하는 일이 쉽다는 것은 아니야. 너도 물론 공부하느라 애쓰는 거. 수업자료 준비하는 거,  배우기 위해 투자하는 것도 알고 있지. 하지만 농사처럼 망해서 빚이 생기지는 않을거잖아. 그리고 배우는 것은 다 네 재산이 되는 거니까 언젠가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씀하신 할머니 말씀에 놀랐다.


할머니가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당시 할머니 연세가 80대로 기억하고 있다.

거의 12년 전의 일이다.

할머니는 현명한 분이셨다.

젊을때는 주산과 글을 잘 알아서  해녀들의 수확물을 계산해주는 담당까지 했었다.

가끔 할머니를 만나서 얘기하면 말이 잘 통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이날은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할머니가 내가 하시는 일의 특성을 알고 농사와 비교해서 얘기해주신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나의 일을 그렇게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할머니의 말을 들으니 그랬다.

나는 정말 본전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었다.

이것을 하면 얼마가 남을까? 손해볼까?

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강사이기때문에 월급형식으로 다달이 돈을 받았다.

내가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것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다.

할머니 말씀을 들은 날 나는 나의 일을 좋아하고 공부와 수업준비가 낙이었던 것이다.

낙이 없던 일들이 힘들다고 느낀 시간을 계기로 할머니와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후 할머니의 이야기는 내가 힘들때마다 힘이 되는 말이 되었다.


날씨에 따라 일년 농사의 희비가 가려지는 것은 농부들의 선택이 아니다.

나는 나의 일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회원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원수가 없다고 내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힘들어질 뿐이다.

강사들은 회원수가 없으면 눈치를 받기는 한다.

아니면 과목이 폐지 되던가.

다행인것은  회원수에 대한 걱정을 한 적이 없다.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공부로 돈버는 일은 얼마나 괜찮은 직업이냐고...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알았겠니?"

할머니는 공부는 꿈도 꾸지 못하던 시대에 살아서 내가 학생들 가르치면서 일하는 것을 보면 너무 기특하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기에 나의 직업은 멋진 직업이었다.


삶이 힘들고 일이 힘다는 생각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좋은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지만 그 공부는 결국 나를 키우는 것이라는 것을...

그 공부들이 축적이 되면서 나의 삶의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농사에 비료, 인건비, 기계를 투자하지만

다음해에 또다시 투자를 해야한다.


배움에 투자하는 것은

다음에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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