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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댓글을 읽었다. "나는 고졸자인데, 사람들은 다짜고짜 전공부터 물어보더라. 대학에 가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봐"
나는 90년대 초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사람으로 내 주변에 대학을 안 간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방에 있는 잘 모르는 대학이라도, 4년제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대학은 '가야만 하는 것'으로 치부돼 고등학교 졸업=대학과 같은 공식은 너무나 당연했다.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 어떻게든 하향지원 했던 대학을 가기도 하고, 원하는 과가 아닌 성적에 맞춰 날 뽑아주는 학교라면 어디라도 가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어떤 대학을 갔냐고 묻는 건 실례, 대신 전공이 뭐야?라고 묻는 게 공공연한 예의가 됐다. 예의를 지키는 건 내게 중요한 일이었고, 나도 여느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예의를 차리기 위해 가벼운 스몰톡 정도로 전공이 뭔지 묻게 됐다.
처음엔 이 스몰톡이 제법 잘 먹혔다. 나와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고 나와 같은 전공을 한 사람을 만나면 공통점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이 세계가 깨진 것은 워킹홀리데이를 가면서부터였다. 캐나다에 가니 대학에 가지 않은 친구들이 훨씬 많았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자기 적성을 찾으면 대학을 가는 것이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고 친구들은 본인의 장점과 단점,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친구들에 비해 나는 나를 잘 몰랐다. 그저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했고, 졸업 후 취직까지 했지만 내 적성에 맞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좁은 시야를 넓히고 싶었고, 캐나다에 왔다. 캐나다에 가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사실은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무조건 가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문이과를 선택할 때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단 주변 어른들의 (무서운) 조언에 따라 선택했고, 흥미를 잘 느끼지 못했던 내 성적은 항상 하위권이었다. 내 삶은 내가 만드는 것인데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지지하는 어른이 없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씁쓸하다.
나이가 들어 직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흥미가 생긴 분야 공부를 위해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전에는 죽어도 하기 싫은 공부가 하고 싶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아. 대학은 충분히 경험한 후에 나중에 가도 늦지 않는구나"라고 뼈저리게 체험했다. 대학은 당연하지 않다.(대학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전공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구시대적인 사고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배우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저 댓글은 대학은 원할 때 가는 게 맞아!라고 외치던 내 사고 한편에 '누구나 대학은 갔을 거야'라는 편견을 꼬집어냈다. 이렇게 오늘도 내 우물을 들여다본다. 내 우물이 너무 좁진 않아야 할 텐데.
이제 앞으로는 이렇게 물어야겠다. "관심 있는 분야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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