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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선 Aug 08. 2024

산책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산책하고 싶다. 밥 먹고 가볍게 산책하기, 운동 겸 산책, 기분전환 겸 산책, 생각 정리 겸 산책.. 낮에도 밤에도 산책하기 어려울 정도로 덥고 습해지면서 기분 좋게 산책하기란 어려워졌다. 산책하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조금씩 예민해졌다. 왜 요즘 자주 짜증이 나고, 잠을 잘 못 자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뀐 건 산책 유무뿐이었다. 


 산책을 할 때 음악을 듣고, 생각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음이 심란할 때도 자주 걷는 편이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해서 고민이 많을 때도 마찬가지다. 걷는 행위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전학을 자주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거나 마음이 힘들 때 혼자 걸으며 슬퍼하기도, 괜찮다고 다독이기도, 잘하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주변 풍경과 나무, 들풀들을 벗 삼아 걷고 또 걷다 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늘 밝고 무엇이든 잘 해내는 딸이 되었다. 힘들지만 걷다 보면 괜찮아졌고 괜찮아지면 또 걸으며 조금씩 성장했다. 


 어른이 되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내가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집 근처에서 더 나아가 한강, 서울숲, 돌담길 등등 내가 좋아하는 길을 서울 곳곳에 만들었고, 내 산책 지도는 점점 커져갔다. 

 마음의 무게가 더 커지고, 버틸 수 없을 땐 산책 지도를 켜 음악을 들으며 무작정 걷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 집에 오면 그렇게 지쳐 잠이 들었고, 그러다 보면 내일은 오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다.

 산책은 그만큼 내게 큰 의미가 있는 행위임에도, 할 수가 없으니(참고해보려 시도했지만 내게 남은 건 땀으로 얼룩진 티셔츠와 혼미한 정신뿐이라 20분 이상 걷는 것을 포기했다.) 생각은 중구난방이고, 조금만 어긋나도 짜증이 앞섰다. 


 

짜증을 안 내고 싶어도 짜증이 나는 걸 어떡해. 여름을 좋아해 보려고 여러 시도를 하지만 이럴 때면 달력에서 7,8월을 지우고 싶단 생각뿐이다. 끝이 안 보이는 열대야. 습한 날씨와 무더위. 

 얼른 이 무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날이 돌아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고 싶다. 아~ 산책하고 싶다.



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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